2024.1.21
배를 타고 케타팡(끄따빵)에서 10시에 출발했는데 한 시간 쯤 걸려 길리마눅에 도착하니 시간이 12시다. 자와와 발리 사이에 시차가 있기 때문, 한 나라 안에서 시간이 바뀌는 건 처음 경험했다.
배에서 내려 택시 호객을 물리치고 버스터미널 쪽으로 걸어가다가 입구에서 삐끼(?점잖은 아저씨)를 만났다.어디 가냐? 로비나 간다. 1인당 100리부인데 5명이 모이면 출발한다. 오케이.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짐을 실으니 갑자기 300리부 주면 바로 출발할 수 있다고 한다. 괜찮은데? 그랩 찍어보니 520 나오던데, 300 주고 큰 택시(^^) 타고 가지 뭐.
로비나까지는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렸는데, 가는 길에 볼거리가 많았다. 가끔 바다가 보이기도 했고 집집마다 마당에 사원인지 무덤인지 탑을 몇 개씩 세워 놓은 모습도 신기했다. (발리라서 힌두교 지역이라서 볼 수 있는 모습?) 그리고 길 가에 원숭이들이 가끔씩 나타나서 지금 정글 사파리 중인거야? 하면서 웃기도 했다. 중간에 잠시 합승(?)했던 할머니가 보따리에서 바나나를 꺼내 버스 밖으로 휙휙 던져주는 모습도 이채로웠다.
숙소는 마이로비나(MyLobina)라는 작은 리조트(?). 예쁜 수영장 둘레에 방갈로형 숙소가 몇 채 있는 그럴듯한 모습이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포함해서 3박에 990리부.
로비나에 온 이유는 단연 돌고래 투어 때문이다. 시내(라고 하기에는 로비나가 매우 작은 동네지만)에 여행사도 많고 숙소 찾아오는 길에 이미 길거리 호객도 당했지만. 이번에도 숙소에서 제시한 가격이 괜찮았다.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에서는 숙소를 통해 투어를 예약한 경우가 많았다.) 와칭 온리(watching only)가 기본이고 돌고래와 수영하기가 1차 옵션, 그리고 스노클링도 추가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세 가지 다 하는 걸로 예약했다. (가격을 기억하지 못함. 1인당 250리부 정도였을까?) 멘장안 스노클링 투어도 물어봤는데 생각보다 비쌌다. (1인당 500 정도?) 멘장안은 길리마눅이나 혹은 차라리 케타팡에서 가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저녁은 구글 평점 5.0인 와룽 라마르(Warung La Mar)에서. 친절하고 음식 솜씨 좋은 주인 덕에 맛있게 먹었다. 바비 끄짭, 찹차이, 생선 탕수( 특히 맛있어서 다음날 또 시켜 먹음), 14,000원.
2024.1.22
돌고래 투어는 일출 시간에 맞추어 출발했다. 돌고래가 많이 출몰하는 곳(?)에 배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오늘따라 (선장 말에 의하면 요즘이 제철은 아니라고 한다. 8-9월에 제일 많이 보인다고 했던가?) 돌고래가 안 나타난다. 선장이 더 먼 바다를 한 바퀴 돌아보자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먼 바다에서도 돌고래를 못 보고 결국 배들이 몰려있는 곳에 합류했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여기저기서 와!하는 소리가 들리고 배들이 몰려다니고 우리 배도 열심히 왔다갔다, 우리도 가까운 곳에서 뛰어오르는 돌고래 무리들을 몇 차례 구경할 수 있었다. 우와 우와 소리를 질러댔지만 순식간에 물 위로 뛰어올랐다가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탓에 사진을 못 찍었고, 돌고래가 우리 배 바로 옆으로는 오지 않아서 “돌고래와 함께하는 수영”은 불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때부터 배멀미를 시작했던 옆지기는 돌고래 구경이 끝난 다음 스노클링 안 가는 사람들과 함께 먼저 내렸다. 나는 (돈 낸 게 아까워서?) 독일 남자 하나와 함께 다시 바다로 나가 스노클링을 했는데... 난생 처음 하는 스노클링을 우습게 봤다가 혼쭐이 났다. 독일 젊은이 하는대로 노멀 마스크를 쓰고 오리발도 구명조끼도 없이 바다에 뛰어들었는데, 아뿔싸! 호흡은 그런대로 하겠는데 마스크 안으로 물이 새어 들어온다. 벗었다 다시썼다 쩔쩔매느라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잠깐 본 바로는, 열대어들이 돌아다니기는 하는데 바닥의 산호는 무채색이었다.) 배로 돌아오니, 선장이 콧수염 때문에 물이 샌다고 놀려댄다. (웃어넘겼지만 어느 정도 사실인 것도 같다.) 풀 페이스 마스크를 썼거나 오리발을 신었거나 구명조끼를 입었거나 한 가지라도 했으면 좀 나았을텐데 하고 후회했지만, 어차피 로비나 스노클링은 멘장안이나 길리 스노클링만큼 기대치가 높은 것이 아니라고들 하니 뭐, 스노클링을 처음 경험한 걸로 만족해야지.
투어를 마치고 돌아와서 숙소에서 주는 아침을 먹고 (반유왕이처럼 여기도 늦게까지 아침을 준다. 새벽 투어가 일반적인 도시에선 다 그러는가 보다) 방에서 쉬다가,
일몰이 환상적이라는 소문에 다시 해변으로 나갔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서 일몰은 비교적 평범했고.
어제 갔던 라마르에 다시 가서 저녁을 먹었다.
2024.1.23
돌고래 투어는 했고, 멘장안은 포기했으니, 하루가 텅 비었다. 해변 산책 정도 외에는 이 동네서 달리 할 일도 없는 것 같아 숙소에서 빈둥거리다가 저녁 때가 되어서야 라마르 맞은편에 보아 두었던 까페를 찾아갔다.
밖에서 봤을 때는 서양 젊은이들이 많이 드나드는 술집(?)인가 했는데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분위기다. 운영 주체는 글로벌 빌리지 재단, 재단의 주요 사업은 장애인 취업 확대란다. 종업원이 청각 장애인이라 손짓과 글씨로만 주문할 수 있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고, 벽에 인권 자유 정의 등의 구호가 난무하는 것도 신선했다. 정면 벽에는 <네 명의 위인, 네 가지 종교, 그러나 메시지는 하나 "서로를 사랑하라">라는 구호 아래에 마틴 루터 킹, 달라이 라마, 마하트마 간디, 아야툴라 호메이니의 사진이 걸려있다.
다양한 메뉴 중에서 인도식 사모사와 탄두리 치킨 그리고 나시고렝을 시켜 맛있게 잘 먹었고,
전시된 기념품들 중에서 자개 컵받침을 몇 개 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