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25일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를 포함해 남·동·북부 12개 주의 여행경보를 3단계(출국권고)로 상향 조정했다.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따른 예비조치다. 지난 2014년 러시아로 병합된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한 분쟁지역인 돈바스(루간스크와 도네츠크주)는 이미 3단계 여행경보가 내려져 있던 상태로, 이번 상향조정으로 우크라이나 동남북 국경지역은 전부 3단계 경보지역에 포함됐다.
4단계로 이뤄진 여행경보 중 3단계 출국권고는 '여행금지' 직전 단계다. 이 경보가 발령되면 해당 지역으로의 여행 예정자는 여행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이미 해당 지역에 체류하고 있는 국민은 긴급 용무가 아닌 한 출국하도록 권고된다. 4단계 여행금지는 해당 지역으로의 여행이 아예 금지되고, 체류자는 즉시 대피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여행경보 상향 발령 전후 지역 비교/사진출처:주 우크라이나 대사관
외교부는 3단계 여행 경보 발령에 따라, 해당 지역 체류 국민은 긴요한 용무가 아니면 가급적 빨리 안전 지역으로 출국할 것을 촉구했다. 또 3단계에 아직 포함되지 않는 지역에 체류중인 국민도 우크라이나를 떠나 안전한 지역으로 출국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아직 공관 직원이나 외교관 가족 철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유튜브 캡처
연합뉴스와 주우크라이나 대사관에 따르면 조윤동 민주평통 우크라이나 지회장은 "여행경보가 상향 조정됐으나 현지 분위기는 크게 변한 게 없으며 일상적인 생활이 유지되고 있다"며 "출국하게 된다면 교민들 가운데 가족들이 우선 떠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떠나는 교민이 100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역에는 우리 교민이 약 800명, 키예프에는 300~400명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사관 직원은 코트라 파견 직원을 포함해 14명이고, 삼성전자와 LG전자, 포스코, 현대로템 등 13개 기업이 현지에 진출해 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들과 달리 우리 외교관 가족들이 본국의 '철수 명령'에 따라 출국하지 않는 이상, 현지 교민이 먼저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주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앞서 김형태 대사 주재로 현지에 거주하는 우리 기업인, 유학생, 선교사 등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비상시 대책을 논의했다. 간담회에서는 비상사태 발생에 대비해 교민 비상연락망을 점검하고, 실제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전세기를 띄워 교민들을 긴급 철수시키기 위한 방안 등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 몇개 국가의 외교관 철수를 '외교 게임'으로 불러/얀덱스 캡처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과 영국 등 일부 서방 국가들의 외교관 가족 철수 명령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미묘한 외교 게임'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에는 52개국 129개 대사관및 영사관이 설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