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맨얼굴 ④ ] 중앙일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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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족벌신문사와 사주들은 ‘권력 그 자체’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재벌과 정치권력을 가진 자들을 감시하는 임무는 입맛에 따라 선별적으로 하거나, 회사와 사주들의 이익(私益)에 철저하게 복무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민주노총, 전교조, 공무원노조처럼 공격의 대상으로 지목되면 사소한 잘못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특히 조선일보는 이 과정에서 오보로 판결이 나도 좀처럼 지면을 통해 사과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 족벌언론과 사주들의 특징을 3가지만 꼽으라면, 거짓말, 뻔뻔함, 그리고 집요함을 든다. 목표가 정해지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이들에게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엄청난 ‘방송 무기’까지 안겨주었다. 이제 신문과 방송 모두를 가진 족벌언론과 사주들은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됐다. 대법원에서 탈세 확정판결을 받아도 대통령이 사면해 준다. 대통령은 임기 5년이 끝나면 물러나지만, 족벌언론 사주들은 대물림으로 ‘족벌언론 왕국’을 영속적으로 지배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한국의 지배세력이 우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지배하는지 그들의 ‘맨얼굴’을 드러내는 대장정을 시작한다. 혼맥으로 얽히고 설킨 지배세력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족벌언론 사주들부터 살펴본다. 독자와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 <편집자 주>
44개 계열사 가진 대규모 기업집단
중앙일보는 우리나라 최대의 복합미디어그룹이다. 신문 구독(발행) 부수와 매출액(광고수입 포함)만 놓고 보면, 조선일보와 우열을 다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벌이고 있는 사업의 규모와 업태의 다양성 등을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사업영역이 단조로워(?) 보이는 조선일보는 비교조차 안된다.
중앙일보그룹은 중앙일보, 일간스포츠, 중앙Sunday, 영어신문 ‘Korea JoongAng Daily’ 등 5개의 일간신문, 종합편성채널 JTBC, Q-TV, J골프, 카툰네트워크 등 4개의 방송채널, 3개의 인터넷사이트, 뉴스위크(Newsweek)와 포브스(Forbes)를 포함한 15개의 잡지까지 모두 27개의 매체를 발행, 혹은 소유·경영하고 있다.
게다가, 뮤지컬 제작사인 ‘설앤컴퍼니’와 드라마제작사인 ‘드라마하우스,’ 대형 복합상영관인 ‘메가박스’에 이르기까지 신문은 말할 것도 없고, 방송 및 영상 콘텐츠의 생산에서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수직계열화했다.
그래서 중앙일보사가 스스로 ‘이런 미디어 포트폴리오를 갖춘 것은 대한민국에서 중앙미디어네트워크가 유일’하다거나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 초일류 미디어그룹 (구축)’이라고 자랑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중앙일보사의 주식지분 32.86%를 가진 1대주주로, 관련 계열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유한책임회사(대표 송필호 중앙일보 발행인 겸 인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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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사의 주주 및 지분현황
겉으로 보면,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중앙일보사 지분 29.4%를 가지고 있어, 중앙미디어네트워크에 이어 2대 주주지만, 1대주주인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지분을 10% 가지고 있는 등 사실상 최대주주나 다름없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다른 주주들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중앙일보 계열사나 홍석현 회장의 가족들이 주요주주일 것으로 관측된다.
아파트형공장 지어 총 1,200여억원 분양수입 올리기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중앙일보 기업집단’은 중앙일보를 포함, 모두 44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신문, 방송, 연예, 오락, 교육, 화물 운송, 골프 용품 유통, 경영 자문(컨설팅)과 심지어 부동산 개발 사업까지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구로동에 지하4층, 지상 18층의 아파트형 공장(명칭: JnK디지털타워; 대지 2,389평; 연건축 면적 17,213평) 1개동을 건설하여 작년 분양 수익 85억원을 포함하여 총 1,231억원의 누적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이 아닌 제조업에서 사업을 시작한 보통의 재벌들이 벌이고 있는 사업 영역이나 규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명실상부한 재벌이라 볼 수 있다. 44개의 계열사 중 영화, 비디오물,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 배급하는 ‘㈜제이콘텐트리’ 1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43개 회사가 모두 비상장 회사다.
홍석현 동생 4명은 수십계 계열사 가진 보광그룹 별도 소유경영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홍석현 회장을 제외하고, 3명의 남동생과 여동생(홍라영 호암미술관 ‘리움’ 부관장) 등 네 형제자매가 소유·경영하는 ‘보광그룹’은 따로 있다.
보광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에는 24시 편의점 업계에서 가장 많은 가맹 점포를 가진 씨유(CU)와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면 스키 경기가 벌어질 보광휘닉스파크 등도 포함돼 있다. 프렌차이즈 편의점 씨유(CU)를 경영하는 법인은 ㈜비지에프(BGF)리테일로, 2012년 6월 ㈜보광훼미리마트에서 이름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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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이 회사의 주식 34.93%를 가진 1대주주이자 대표이사 회장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큰동생인 홍석조 전 광주고검장이다. 노무현 정부의 첫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친 홍석조씨는 광주고검장으로 재직할 당시, MBC 이상호 기자의 X-파일 보도를 통해 검사 후배들에게 삼성이 주는 ‘떡값’을 돌린 것으로 지목됐으나, 이같은 보도를 부인하고 광주고검장에서 물러 난 바 있다.
보광그룹은 창업투자, 광고대행, 방송 장비 제작, 각종 컴퓨터 부품 및 주변기기 제작, LCD와 반도체 제작, 온천과 골프장 개발, 관광 및 휴양 사업, 폐기물 수집 및 운반, 창고, 운수, 주류 중계 사업 등을 영위하는 계열사를 전부 합치면 60개가 넘은 적도 있다.
이병철 회장의 홍진기 감옥 면회로 시작된 혼맥
원래 별도의 이렇다 할 가업이 없던 홍석현 회장 가족이 짧은 기간 안에 우리나라 최대의 복합미디어그룹과 별도의 중견 재벌그룹을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결국 해답은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1910-1987) 전 회장과 홍진기(1917-1986: 전 법무/내무장관) 전 중앙일보 회장의 혼맥(사돈관계)에 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이병철 회장의 3남인 이건희 회장의 부인이 홍진기씨의 4남2녀 중 맏이인 홍라희(호암미술관 리움 관장)씨다. 이건희 회장이 홍석현 회장의 매형이다.
이병철씨와 홍진기씨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1960년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의 이른바 3·15부정선거로 촉발된 4·19민주혁명 과정에서 당시 홍진기 내무장관이 경찰의 발포 관련 책임자 중의 하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감옥에 있다가, 쿠데타에 성공한 박정희 대통령이 취임하던 해인 1963년에 그를 풀어줬다.
홍 씨가 감옥에 있을 때, 나중에 ‘TK(대구-경북의 영문 앞글자: 사실은 ‘대구의 경북고’를 지칭한다는 주장도 있음) 대부’로 알려진 신현확(1920-2007) 전 국무총리의 소개와 제안으로 이병철 회장이 홍진기씨를 감옥으로 면회가면서 인연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병철씨, ‘정치보다 더 강한 힘’을 위해 언론사 설립
두 가문 사이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이쯤에서 3가지 의문을 던져본다.
하나는 삼성그룹의 계열사였던 중앙일보는 형식상의 계열분리를 넘어서, 내용적으로 완벽하게 독립한 것이냐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건희 회장과 홍석현 회장, 즉 처남-매부 사이의 관계, 세 번째는 홍석현 회장은 세계적인 종합미디어그룹을 완성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냐에 관한 것이다.
우선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이 언론사를 설립한 배경부터 살펴본다. 다행스럽게도(?) 이병철 회장이 작고하기 1년 전에 발행한 자신의 유일한 회고록인 ‘호암자전(湖巖自傳)’에서 비교적 소상하게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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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 연합뉴스
“나는 생애에서 단 한번 정치가가 되려고 생각한 적이 있다. 4·19와 5·16혁명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을 무렵이었다…(중략)… 그러나 1년여를 두고 숙려(熟廬)한 끝에 정치가에의 길은 단념했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을 잘 살게 하는데 있다. 그런 올바른 정치를 권장하고 나쁜 정치를 못하도록 하며, 정치보다도 더 강한 힘으로 사회의 조화와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생각한 끝에 결국 종합매스콤의 창설을 결심했다…(중략)… 그래서 박대통령과도 협의하였더니 찬의(贊意)를 표하면서 그 자리에서 홍종철 문교부장관(문화공보부장관도 지냄: 편집자 주)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도록 지시하였다.” (호암자전 182-183쪽)
이병철 회장의 미디어그룹, 사돈 손 안에
이병철 회장이 아직 살아있다면, 회고록에서 솔직하게 고백한대로, 자신이 1965년 설립하고 씨를 뿌린 중앙일보와 동양방송(TBC: 1980년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KBS에 흡수통합됨)이 종합편성채널(JTBC)로 부활하여 거대한 복합미디어그룹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고 어떤 감회에 젖을까?
마냥 기뻐했을까? 아니면, 자신의 맏아들 맹희는 미워했지만, 그토록 아끼고 애정을 쏟았던 장손인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이 배임과 탈세 등의 혐의로 감옥에 가는 과정에서 중앙일보가 보인 보도 태도를 가만히 보고만 있었을까?
이보다 앞서, ‘정치보다도 더 강한 힘’을 가진 종합미디어그룹의 주력사인 중앙일보가 이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씨가 동생인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 관한 보도에서 이건희 회장 편에 서는 것을 보고 만족했을까.
출 처 http://special.mediatoday.co.kr/network/?p=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