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강원도에도 메밀밭이 드물다. 그래도 이효석이 태어난 봉평을 가니 다른 데서 보기
드문 메밀밭이 눈에 많이 뜨인다. 정말 이곳에 와서야 메밀꽃 필 무렵이 실감이 난다.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서두의 장돌뱅이 김선달이 꽃이 활짝 핀 메밀밭이 이어지는 산길을
당나귀 타고 지나가는 장면의 분위기 서술은 마치 서정성이 가득찬 한 편의 수필을 읽는 기분이 든다. 젊었
을 시절 몇 번이나 읽어도 신선한 기분이 들 정도로 감탄하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히 떠 오른다.
정말 짧은 단편이라도 이효석의 문학의 백미라 할 만한 걸작이 바로 "메밀꽃 필 무렵"이다. 여북
해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그의 고향이 이리 유명해지고 그를 기념하는 축제가 이어질까.
해마다 열리는 이 축제를 서울에 살 때 방짝과 가 본 이래로 춘천에 이사 와서도 이어져 몇 번 와
보았다. 봉평은 와서 돌아볼 때마다 효석이 봉평을 먹여 살린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그와 연관이
깊은 지방이다.
첫 번째 방문했을 때 주변을 돌아보며 받았던 신선한 충격은 이제는 다 가셨다. 이번(9월 11일)에
와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축체장 다 돌아보고 나니 뭐 하나 신선하게 느껴지는 게 하나도 없다.
더구나 축제장의 메밀밭 관리가 잘 되지 않았는지 메밀꽃이 좀 칙칙하여 언짢은 기분까지 들어 좀
실망하기도 했다. 복원된 생가는 너무나도 깔끔하여 옛날을 떠올릴 수가 없다.
이제 이곳 방문도 올해가 끝이라는 생각은 방짝이나 나나 동감이다. 그래도 메밀국수는 먹고 가야
지. 특산물도 사들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