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올바른 이름은 ‘대일[對日] 항전기’- 옮긴이 아사달. 아래 ‘옮긴이’) 식민지배가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이 됐다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하는 게시글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솔직히 한국은 일본이 키워준 거 맞잖아요.’란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글을 통해 “무능했던 조선(근세조선 – 옮긴이) 시기에 일본(근대 왜국[倭國] - 옮긴이)이 식민지배를 하지 않았다면 러시아나 중국의 식민지가 되었을 것”이라며 “일본의 식민지배 때문에 한국이 지금 정도로 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한국과 일본의 어순이 유사한 점을 언급하며 “식민지배로 인해 어순이 같아져 인재 유출이 적었고, 이것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됐다.”는 논리를 폈다. 또 분단 과정에서도 미국의 도움으로 민주주의가 정착된 점을 들어 일본의 지배가 공산화를 막는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덧붙였다.
이 게시물은 조회수 1만 8000회를 넘어서며 빠르게 확산됐다. 게시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는 ‘반대’도 400여개 넘게 눌렸다. 또 이를 반박하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다수 누리꾼은 A씨의 주장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대한민국은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진행된 – 옮긴이) 6.25 전쟁으로 인해 세계 최빈국이었으며, 당시 일본이 남긴 인프라는 대부분 파괴됐다.”며 “현재의 경제 성장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우리 국민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지 식민지배와는 무관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일제가 설치한 철도와 인프라는 근대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수탈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오히려 일본이 한국 전쟁(다른 이름은 ‘6.25 전쟁’- 옮긴이) 특수를 누려 경제를 재건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독립운동가(독립투사/열사 – 옮긴이)들이 목숨 바쳐 지킨 나라에서 이런 망언을 듣다니 답답하다.”.“교육의 부재가 낳은 참사”라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작성자가 언급한 어순 관련 주장에 대해서도 “언어적 특성과 경제 발전을 무리하게 연결한 근거 없는 논리”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 이재윤 기자 mton@mt.co.kr
-『 머니투데이 』지 2026년 4월 3일자 기사
▶ 옮긴이(아사달)의 말 :
이 기사에 나온 누리꾼들이 A의 논리에 제대로 반박했으므로, 나는 딱 세 마디만 더 하고자 한다.
첫째, A는 “무릇 한 나라는 남에게 침략당하고 점령당하고 지배를 받아야만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는데, 만일 그 말이 사실이라면 굳이 “러시아나 중국(제하[諸夏])”에게 점령당해 지배를 받고 그 두 나라의 식민지 백성이 되는 걸 ‘끔찍한 일’로 여길 필요가 있는가? 근대 왜국의 지배를 받건 러시아 제국이나 제하(諸夏)의 지배를 받건 남에게 점령당해 지배를 받는다는 건 똑같지 않은가? 러시아 제국이나 제하(諸夏)도 식민지에 ‘투자’를 한다는 건 마찬가지고 우린 그 투자에 고마워하면 된다. A의 논리대로라면 이런 식으로 말해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는 이야기란 말이다.
만약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에 (A를 비롯한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화가 난다면, 내 대답은 간단하다. “그럼 식민지 백성이 되지 마. 그게 어느 나라가 되었건 점령당하지도, 지배를 받지도 말라고! 자기 나라는 자기가 알아서 근대화를 하건 개혁을 하건 변화를 하건 해야지 그걸 안 하고 반드시 남의 침략과 점령과 지배를 받겠다고 하는 게 말이 돼?”라고. 뭐가 문젠가?
그리고 둘째, A는 근대 왜국이 ‘베푼 것’(사실 베푼 것인지도 의문이지만)에만 몰두해서 그 ‘나라’가 근세조선 사람들과 대한제국 사람들과 한국인들을 죽인 나라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는다. 사료(史料)에 따르면 근대 왜군은 동학군 10만 명을 죽였고, 정미의병이 활약했던 의병전쟁 때는 대한제국 사람 “1만 1천여 명”을 죽였다. 그리고 1923년(이 때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들어선 지 네 해가 흐른 뒤이므로, ‘조선인’대신 ‘한국인’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 관동대지진(간토대지진)이 일어났을 때에는 왜인(倭人)들 사이에 “<조센징>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헛소문이 나돌아, 당시 왜국 안에 살던 6천 여명에서 2만 여명에 이르는 한국인들이 죽창이나 일본도나 몽둥이로 무장한 자경단원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이렇게 한국인을 혐오하고, 죽이기 바빴던 나라가 근대 왜국(倭國)인데, 그런 나라가 어떻게 한국을 ‘키워 주었다.’는 말이 나오는가? “키워준다.”는 말이 나오려면 적어도 그 키우는 대상을 죽이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그 대상을 혐오하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나는 그 때문에라도 A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음을 지금 이 자리를 빌어 분명하게 밝힌다.
한 마디만 더하자. 나는 두세 달 전 우연히 한국의 연예 프로그램에 나온 바라트(인도)인 남성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에 따르면 그 바라트 사람이 한국에 와서 사는 서양 백인 남성들과 한자리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때 백인 남성들이 “우리는 인도를 비롯한 비서구세계를 문명화하기 위해 철도도 놓고 병원도 만든 거다.”라고 주장하자, 바라트인 남성이 화를 내며 “아이고, 그렇게 말하면 ‘네, 문명화시켜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할 줄 알았어요?”하고 반박했다고 한다.
나는 바라트인 남성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백인 남성들의 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서양 여러나라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철도를 놓고, 자신들의 치료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병원을 만든 거지, 피지배자인 식민지 백성들의 이익이 우선이었던 건 아니니까. 근대 왜국의 조선/유구(琉球)/대만 지배도 이와 마찬가지로 생각해야 한다. 그들(왜인들)의 말은 정해져 있고(‘문명화’니 ‘근대화’니 ‘해방’이니 하는 말들로 침략과 학살과 점령과 식민 지배와 문화 말살정책을 합리화하려고 하니까), 내가 할 말도 정해져 있다. 나는 바라트인 남성의 말을 따라 “아이고, 그렇게 말하면 ‘네, 문명화시켜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할 줄 알았어요?”하고 반박할 테고, 나아가 “그게 문명화고 해방이라면 난 차라리 미개한 상태에서 종속된 채로 살겠다.”고 덧붙일 것이다. 나는 친일국가(예컨대, 타이[Thai]나 브라질이나 수오미[‘핀란드’의 정식 국호])의 국민이 물어보아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며, 영국이나 미국이나 국제연합(UN)의 관리가 와서 물어보아도 이렇게 대답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 음력 2월 17일에, ‘식민지 근대화론을 내버려 두면, 나중에는 임진왜란과 왜구(倭寇)의 침략까지 미화하는 사관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고 생각하며, ‘그런 사관이 나타나기 전에 식민지 근대화론부터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덧붙이는 아사달이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