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이름. 두류산 / 피아골-뱀사골
배우리의 땅이름 기행
6. 피아골 말고도 지리산은 뱀사골로도 유명하죠? 뱀이 많아서 그런 지명이 붙었을까요? 201217
재미있는 것은 지리산이 3개 도에 걸쳐 있는 산이어서 뱀 지명이 산 덩어리를 가운데 두고 각각 그 고장의 방언을 반영하고 있는 점이다. 예를 들면 ‘뱀소’라는 곳이 여러 곳 있는데, 전라도쪽에서는 ‘비암쏘’나 ‘비얌쏘’로, 경상도쪽에서는 ‘뱀소’, ‘배암소’로 많이 불리고 있다.
지리산의 여러 뱀 지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곳은 뱀사골이다. 지리산 삼도봉(三道峰)을 시작으로 북쪽의 남원시 산내면을 거쳐 함양군 휴천면쪽으로 장장 80리를 임천강 지류와 함께 구불구불 이어나간 이 깊숙한 골짜기가 뱀사골이다.
지리산에서 피아골과 함께 잘 알려진 뱀사골은 대개는 뱀(蛇)과 결부지어 그 지명을 설명한다. 흡사 왕뱀이 기어가는 모습을 닮아 그렇다거나 뱀이 많아서 그렇다거나. 그러나 여기서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서 다른 면으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뱀이 많아서 뱀 자가 들어간 이런 땅이름이 붙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뱀 자를 취한 지명 중에는 뱀과는 전혀 무관하게 붙여진 것이 많음을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뱀사골도 뱀과 관계없이 붙여졌을 가능성이 있다. 뱀의 골짜기란 뜻이라면 ‘뱀골’이 되어야 하는데, 하필 뱀의 뜻처럼 들리는 ‘사’가 또 들어간 ‘뱀사골’이 된 것은 쉽게 의문을 풀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전에도 없고, 쓰이지도 않는 말이 되었지만, 심하다는 뜻의 ‘배다(베다)’가 있다. 예를 들어 ‘비탈이 배다(베다)’라고 하면 비탈이 매우 심하다는 뜻. 따라서, ‘된 비탈’이나 ‘밴 비탈’이나 뜻은 거의 같은 것이다. 따라서, 비탈이 심한 골짜기는 ‘밴골’이 될 수가 있다. 이 ‘밴골’은 ‘뱅골’이나 ‘뱀골’로 들릴 수 있고, 또 그렇게 적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놓고, 뱀사골을 거꾸로 풀어 올라가 보자.
뱀사골<뱀샅골<밴샅골(밴+샅+골)
‘샅골’을 ‘샅(사이)의 골짜기’로 보고, ‘밴’을 ‘심한(대단한)’의 뜻으로 보면 ‘밴샅골’은 비탈이 심한 골짜기란 뜻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가정을 우리에게 요구하고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