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시인선 357권. 이오우 시인의 시집. 신화적 상상력을 통해 불온한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며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스스로에 흡착되어 있던 감정들과 거리를 갖고 불필요한 감정을 비워 냄으로써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한다.
시인은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이를 통해 내면에 여백을 만들어 대상이 자리할 공간을 확보한다. 이때 그의 시선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탐색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헌신을 위한 따뜻한 눈빛이 된다. 한편 이번 시집은 아주 사소하고도 일상적인 경험으로부터 비롯된다. 일상에서의 결핍과 대상의 부재로 인한 그리움은 시인의 내면적 성찰을 통해 자연스럽게 미약한 존재들을 위한 거처를 만들어낸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4월의 변압기 13
쥐똥나무 울타리 14
아비새 16
바람의 경지 18
오월에 관한 보고서 20
쓰다듬질 22
석양에 물 주다 24
촛불 25
시간 관찰자 26
둥지 27
고깃집 식탁에 앉아 28
봄을 찍다 30
낙엽송 31
그냥 고구마 32
불어라 바람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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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4월의 변압기 13
쥐똥나무 울타리 14
아비새 16
바람의 경지 18
오월에 관한 보고서 20
쓰다듬질 22
석양에 물 주다 24
촛불 25
시간 관찰자 26
둥지 27
고깃집 식탁에 앉아 28
봄을 찍다 30
낙엽송 31
그냥 고구마 32
불어라 바람 33
제2부
카르텔 사랑 37
염통 38
잠시 잠깐 40
천안역 까치 부부 42
나는 바람이 좋다 44
금강 하구에 서서 46
피핑 톰 48
진심 먹다 49
서울 비둘기 50
금강 51
일요일 아침 52
하루살이가 하루살이에게 54
나와 나타샤와 초록 말 55
제3부
골디락스 존 59
불공 60
쌀비 62
소금산 64
가을 이야기 65
침묵의 혀 66
폭탄 68
물치에 가보았지 70
조아 72
어느 날 문득 73
블라섬 74
늦은 간절함 75
기둥 76
제4부
?월 !일 81
소나기 82
나뭇잎 의자 83
여름날의 초대 84
아몬드 미소 86
라떼는 말이야 87
밤의 지도 88
자두 89
야누스 90
바람의 눈동자 92
묘비명 94
허깨비 춤 95
지현옥 98
먼 길 100
해설
임지훈 미약한 것들을 위한 허공 101
바람의 경지
어딘가 허한 구석이 있다 허기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 바람의 철칙, 몰아치며 부는 바람이 내 눈으로 침투한다 내 눈에도 빈자리가 크다 눈물샘이 고비사막의 호수처럼 말라버린 걸까
눈을 감고 생의 비늘을 지키자 2억 4천5백만 년 전, 물고기였을 때를 생각하며 퇴화된 아가미를 부활시키자 아가미를 잎사귀로 진화시킨 저 나무들처럼 귀를 열고 입을 열고 바람을 대하자
내 마음의 허기를 향해 바람이 분다, 감미로운 독주다 봄의 등짝을 뒤집어 보자 껍데기를 열고 닫는 하루의 일과를 벗어버리자
한쪽 뺨을 접어 다른 쪽 뺨을 두들기자 부드러운 솜털을 따라 푸른 혈맥이 풍기는 풋내를 맡자 눈물샘이 솟을 것만 같다 오늘은 바람의 채찍으로 졸고 있는 젊음을 밀어붙여 보자, 용서할 수 없는 일들과 손끝에서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불면의 꿈들을 향해
허공의 미로에서 나의 그림자가 산란할 때, 흩어지는 푸른 비늘들이 진언을 구하고 아카시아 꽃잎들이 나뒹굴고 송화가 산을 차고 오를 때 오월은 능숙하게 때를 알아차린다 깃발이 혀처럼 일어나 춤춘다
바람이 간다 내 눈을 통과하여 망각의 그물을 찢고 몸을 화살처럼 겨누고 간다 독백의 힘이다 세상이 기우뚱한다 아이들이 뛰고 시간의 겨드랑이가 열리고 나무의 손끝이 바람의 옆구리를 연주한다
빛의 공명이 그리움의 공간으로 포집된다 나무의 몸이 열리고 긴 울림통으로 바람의 선율이 몰려든다 숨소리를 토하며 바람이 운다 울음 안으로 가야겠다 울음통이 되어 허한 구석으로 몰려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