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방문 지도사 / 서순희
정 시장께서 목포 다문화 가족지원센터에 방문하셨다. 예정된 시간보다 40분 늦게 오셨다. 해가 바뀌자 어려운 이웃들을 살펴본다는 취지다. 방문교육을 중점으로 운영하는 센터는 신부님이 센터장이시고, 국장 이하 10명 직원이 일한다. 그런데 유독 비정규직원인 방문 지도사를 만나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모였다. ‘왜?‘ 멀뚱멀뚱 쳐다보며 시장님 질문을 기다렸다.
다문화 여성들의 한국어 수준을 물었다. 조금은 놀랐다. 의외의 질문이었다. 지도사들이 답이 없으니 센터장은 난감한 얼굴이다. ‘유치원생보다 더 말을 못 합니다. 식구들과 소통도 어렵고 문화적 차이로 서먹거리는 시간이 오래갑니다. 임신으로 입덧이 심하고 제대로 먹지 못해 고통이 큽니다. 어떤 부인은 아기를 낳을 때까지 콜라와 닭다리만 먹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고생한다며 잘 가르쳐주라는 부탁을 하면서 뜻밖에 보수를 물어왔다. 한 달에 80만 원입니다. 이 돈으로 사냐며 동행한 시청 직원에게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우리를 안쓰럽게 보면서 ‘요새도 이렇게 받고 일해요?’라며. 이미 국가에서 정한 급료를 시장 선에서 특별하게 주는 것은 어렵다. 말씀은 고맙지만 한 달에 5만 원이라도 격려금을 주신다면 좋겠다니 고개를 끄덕였다.
센터장은 시장님 질문을 잘 넘겨서 다행으로 여겼다. 마치 어린이 퀴리가 러시아 장학관 앞에서 답을 했던 것처럼 흡족해 하면서 격려 차원에 점심을 먹자고 했다.
방문교육 지도사는 센터에서 임명하면 일정한 시간 교육을 받고 가정에 배치된다. 일주일에 두 번씩 가서 한 회당 2시간씩 가르치며 세 가정을 찾아간다. 특별한 사정으로 하루에 한 가정을 4시간 한꺼번에 가르쳐서는 절대 안 된다. 한국어 교육과 자녀 생활 서비스 중 다문화 부인이 선택하기도 하고, 센터에서 알아서 배치한다. 신혼일수록 한국어 교육이 우선적이다. 교재는 국립국어원에서 제작한 책으로 초급, 중급, 고급 과정을 거의 1년 단위로 공부하고 끝나지만, 운이 좋으면 3년을 내리 받을 수도 있다. 받는 대상이 적으면 이렇게 횟수를 늘리는 것이다. 섬 지역이나 외딴 시골에 사는 부인들을 고려했다.
지도사는 대학을 졸업한 초등교사, 사회복지 전공자, 국어교육 전공자, 유치원 교사, 각 자격증 소유자로 처음에는 1년 계약제였다. 해가 더해 가자 매년 11월경 국가에서 실시한 교육을 받고 시험을 보고 60점 이하가 되면 탈락되고 그 외 사람은 계속 근무한다. 만만하게 ‘한 번 해볼까?’ 지원했다가 스스로 포기해 버린다. 가르치고 나서 부인의 확인을 받는 것이 자존심을 뭉갠다며 첫째 이유였다. 더구나 정해진 공부시간에 아무리 연락해도 전화를 받지 않거나 친구들 모임으로 목포에 없는 것이다. 남편과 싸우고는 문도 열어 주지 않고 인기척도 없이 골탕 먹인다. 공부하기를 싫어해서 선생님하고 이야기만 하고는 나중에는 공부 안 했다고 서명을 거절한다.
나이 어린 부인들의 철없는 행동에도, 지도사는 너그럽게 참고 달래며 무엇이든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2009년 시작했던 한국어, 자녀생활서비스 방문 교육이 10년을 훌쩍 넘었다. 많은 다문화 여성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하며 살고 있다. 국가에서도 복지 차원의 노력을 한다. 학교 교사로 있다가 센터 지도사로서 활동은 차이가 있다. 직업적인 이사로 생각한다. 너무 적은 보수에도 성실하게 오늘도 부인의 집을 찾아간다. 좋은 선생님이자 훌륭한 멘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