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멍텅구리 이야기
영광에 머슴이 있었다.
어리숙한 머슴이었다.
하루는 주인이 머슴에게
‘내일 아침 일찍이 장에 다녀와야 하겠다.’ 라고 하였다.
다음 날 아침 주인이 머슴을 찾으니
어느 곳에도 머슴이 없었다.
점심때가 되어서야 머슴이 나타나니
주인이 화가 나서
너 오늘 아침 일찍이 장에 다녀오라고 하였는데
지금 나타나면 어쩌냐고 혼을 냈다.
그랬더니 머슴이 하는 말이
‘주인어른께서 일찍이 장에 다녀오라고 하셔서
동이 트자마자 일어나 장에 다녀 왔는데요’ 그러는 거다.
야 이 멍청이야
장에 가면 목적이 있지 빈손으로 갔다 오라고 한 것이냐
그러면서 앞으로 너는 멍텅구리라고 부르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다음에 멍텅구리 하고 부르면 오라고 일렀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 영감님이 몹시 아팠다.
자리에 누워 며칠을 못 일어나고 있으니
머슴이 주인어른 문병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주인이 ‘멍텅구리 왔냐
내가 인제 가려는가 보다’ 그러니까.
머슴이 어디 가시는데요
며칟날 가시는데요
가시는 곳이 어딘데요
얼마나 걸리는데요
가시면 언제 오시는데요
거듭되는 질문에 주인은 어느 것 하나도 대답을 못 하였다.
그랬더니 머슴이 하는 말이
주인어른
저는 장이 어딘 줄도 알고
어디로 가는 줄도 알고
다시 오는 줄도 아는데
어른께서는 간다고 하시면서
어디로 가는지 언제 오실지도 모르니
주인어른은 저보다 더 멍텅구리시네요
그러더라는 것이다.
멍텅구리 멍텅구리 모두 모두가 멍텅구리
온 곳을 모르는데 갈 곳을 어찌알가
온 곳도 갈 곳도 모르누나
그것도 멍텅구리 저것도 멍텅구리
올 때도 빈손이요 갈 때도 빈손인데
공연한 탐욕을 부리누나 멍텅구리
그것도 멍텅구리 저것도 멍텅구리
백년도 못산인생 천만 년 살것처럼
끝없는 걱정을 하는구나 멍텅구리
그것도 멍텅구리 저것도 멍텅구리
모두 모두가 멍텅구리
'멍텅구리'는 본디 바닷물고기 '뚝지'인데, 못생긴 데다가 굼뜨고 동작이 느려서 아무리 위급한 때라도 벗어나려는 노력조차 할 줄 모르기 때문에 판단력이 약하고 시비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확대되어 쓰이게 되었습니다.
'뚝지'는 육식성이지만 낚시로는 잘 안 잡히며 한국의 특산어종입니다. 수경을 쓰고 손으로 움켜잡으면 잡힐 만큼 행동이 민첩하지 못합니다. 여기에서 '멍텅구리'라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겨울철 동해안에서만 즐길 수 있는 별미 생선이며, 겨울 바다 생선 중 아귀, 꼼치(곰치) 등과 못난이 삼 형제로 불립니다.
바꿔 쓸 수 있는 말로는 ‘멍청이’가 있습니다. 때로는 모양은 없이 바보처럼 분량만 많이 들어가는 병을 가리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