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띠링~' 카톡이 왔다
'개 십니까?' 하는 강아지가 그려진 재미있는 이모티콘이 날아왔다
(나는 강아지 시리즈의 그 이모티콘이 넘 좋아 20쵸코에 2000원 주고 샀다)
이어 '개 심심' 이모티콘이 날아오고
"와 덥다 머해요?" 한다
난 잠깐 쑤저우 살 적의 살인적인 습도많은 더위가 생각난다
웃기는 강아지 모습과 재밌는 멘트의 이모티콘에 넘 즐겁다
'띠링띠링~'
중국시간 저녁 7 시,카톡이 왔다
"저녁 식사 했어요?"
"아니,아직.. 불곡산 다녀왔어요
오는 길에 어떤 우연히 사모님을 만났는데
인사하고 잠시 몇 마디 나눴는데 내가 맘에 든다면서 상추를 준다 하네요
지금 밭으로 가는 차에 타고 있어요"
"그래?집 도착 하면 카톡해요"
"웅웅 알써 여보야"
집에 도착해서 상추랑 널부러진 배낭이 보이는 거실을 배경으로 찍어서 나도'툭'보낸다
"와~많네 피곤하겠다 어서 밥 먹어"
"응 샤워부터 하고"
월요일 밤
,"자기 저녁 무쓰? 머?"
"웅 장원삥이랑 식사했어 한식"
중국 쑤저우 살 때 그이의 부하직원 이었던 한족 장원삥,
베이징 출장가면 '베이징 까오야'를,
추석 명절이면 항상'위에삥'을 선물하던(두 가지 다 한국사람들 잘 뭇 먹는)
그 사람 결혼식엔 나도 참석했고
남편이 축사를 했던 잘 생긴 중국남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
.
"숙이씨 나 이제 피트니스 간다이~"
"그래요 무리하지 말고..근데 자기 정말 보고 싶따..잘 쉬고 푹 자요 안녕~당신 사랑해"
몇 마디 주고 받고선 서로 하트모양의 이모티콘을 아끼지 않고 날리며 굿나잇을 한다
카톡을 마치고 나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이거이 바로 알게 모르게 서로 보초 서는 게 아닌가
며칠전엔 방에서 쉰다며 룸을 주욱 비쳐준다
"와아~ 방 크네.."
나도 현재 위치한 주방 상태를 보여준다
"자기야~!"
"와?"
"야~한거 있는데 보내주면 안 되겠제?"
"그럼 나 비행기 타고 집에 간당"
나이가 드니
양기가 점점 입으로 올라 오는가 보다 ㅎ
'당신이 너무 좋습니다 빨대 한 개로 쥬스를 번갈아 마시며
우리의 장래에 대해 얘기하고 싶군요 전화주세요.꼭.'
허영만 화백의 만화'식객'12권,중
'빈대떡'편에서 빈대떡 먹으러 온 손님이 나가면서 여주인공 진수에게 남기고 간 쪽지의 내용이다
만화를 보다가 장난기 발동하여 그 내용을 적어 그이에게 보냈는데
전화모양이 화면에 뜨며 '띠리링'한다
'연결 하시겠습니까?'당근이지
전화 달라니까 전화 한 것이다 ㅋ
"자기 머해?얼굴 함 보여줘 바바"
10초 통와하곤 뚝 끊기는 공짜 전화를 열번 정도 했나
"얼굴 봤으니 됐다 일요일 잘 보내 안녕~!"
"ㅇ ㅇ 나도 ..여보 안~녕!!"
그 남자는 내가 애뜻하고 안스러워,
나는 그 사람이 고맙고 미안해서
그 때 그 일 이후로 우린 알게 모르게 닭살이 되었다
엄마는 겨우 스물.정채봉 시인의 말처럼
죽어 엄마를 만나면 딱 하나 '그 때 그 일을 일러바치고는 엉엉 울겠다'
땅이 꺼지는,억장 무너지는 안타까운 그 때 그 일을..
나도 그러고 싶다
조용히 비 내리는 월요일 ,
김치 부침게를 해 먹었다
메밀가루로 만들었는데 프라이팬에 붙어 찐득하고 좀 짜지만 맛있게 먹었다
8박 9일이 아득하더니 내일이 벌써 오는 날이다
책보고 영화보고 산행하고..
야간엔 핸드폰 두고서 집 앞 중앙공원을 돌며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차분히 생각해 보는
뜻밖에 잘 보낸 혼자만의 나날들이 감사하다
(2013.07 02)
첫댓글 사랑하는 마음이 배어있는 카톡들 두분의 사랑 쭈욱 이어지시길 바랄게요!^-^
한여름에 옆구리 시릴 때의 이야기군요.
닭살처럼 사시는 두분이 부럽습니다.
앞으로는 출장도 같이 다니셔야겠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