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톱~~~아저씨! 여 여기서 내릴께여"
꼬끼작거린 5만원권 지폐를 내밀어 계산을 마친 기숙은,
빠알간 하이힐을 내밀어 땅에 내딛고는
커다란 트렁크 가방을 꺼내고 택시문을 닫고 돌아섰다.
또각또각 몇 발짝을 걸어나오니
오늘따라 따거운 햇살아래
하이얀 챙달린 모자가 바람에 하늘거린다.
기숙은 드디어 목적지인 흑산도에 도착했다.
지루했던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좁은 섬바닥에 당도하니
신선한 공기에 답답했던 기분이 금방 상쾌해졌다.
때는 오후 2시경이라 배가 촐촐하다.
장시간 쉬임없이 내려오느라 점심까지 늦어버린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식당이라고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한참 더듬어 살펴보니, 한쪽 모퉁이에 허름한 중국음식점이 보인다.
'됐다. 저기서 대충 때워야겠어'
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서서 주문을 한다
"저기요 울면 하나요~~"
5분 쯤 되었을까. 따끈따끈한 울면이 먹음직스럽게 나왔다.
기숙은 다리를 꼬고앉아 개걸스럽게 먹어 헤치웠다.
"후르륵 후르륵~~얌냠쩝쩝~"
정신없이 먹고나니 이제야 살 거 같다.
기숙은 핸드백을 열고 잽싸게 립스틱을 찾아 쪽거울을 들여다보며
반들반들한 주홍빛 립스틱을 입술 위에 덧칠했다.
그리고 쪽거울을 향해 씽긋 웃어보이고는
음식값을 지불하고 바깥으로 나왔다.
지나가는 바람에 살구빛 실크스커트가 살랑거린다.
그 앞을 지나가던 건달이 기숙을 우아래로 훑어보더니
한쪽 눈을 찡긋하며 휘파람소리와 함께 스윽 스쳐간다.
기숙은 아랑곳 하지않고 무거운 트렁크 가방을 끌고
곧장 목적지를 향했다.
도착한 곳은 선착장 근처의 조그마한 「흑산도 다방」.
문을열고 들어서니, 다방마담인지
요란스런 악세서리를 반짝이며 기숙을 반긴다.
"어머나!! 기숙이 아녀? 아까 P사장님한테서 전화받았다. 어서오너라"
은은한 조명발 불빛아래, 기숙의 까무잡잡한 얼굴이 윤기를 더한다.
" 안녕하세요? 사장님 잘 부탁드릴께여"
빙그레 웃으며 꾸벅 인사하니 귀걸이가 덩달아 흔들거린다.
"응 그래그래 오느라고 애썼다
최양아!! 여기 기숙이 왔다 퍼뜩 나와보그라~~"
잠시 후, 차 배달갔다 돌아온 최양이 껌을 딱딱거리며
토끼눈을 뜨고 화사한 미소로 반긴다.
"기숙 언니야!! 잘 왔데이~~퍼뜩 들어가자 뭐하노"
"그래 너 여기서 다시 만나니깐 방갑다야~~"
최양은 기숙과 함께 기거할 방으로 안내했다.
"언니야!! 거그보다 여그가 좀 더 한적해서 좋을끼라~~
방이 좀 작아서 그렇제 그래도 어짜겠노 잘 참그라이~~"
두 사람이 침대에 겨우 눕고 바닥에 앉아서
화장할 정도의 비좁고 열악한 방이었다.
방에서는 화장품 냄새가 진동했지만
그닥 낯설지는 않은 풍경이기에 별 문제는 없었다.
"아 피곤해~~~"
기숙은 피곤한 몸을 침대에 걸친 채
살색 스타킹을 쫘~~악 끌어내리며
드디어 이 곳에 여장을 풀었다......(다음편에 계속)
첫댓글 꽃담 작가님^^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늘 강건하세여 ^^
@꽃담시인 왕성한 집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