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전문의 여에스더 박사가 지난달 31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하여 "우울증을 오래 앓았으며, 최신 치료는 다 받아봤다"라고 고백하며, "10년간 약물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어 전기경련치료(ECT)를 받게 되었는데, 주치의가 '기억이 좀 없어질 것'이라고 하더라"라며 부작용을 전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여에스더 박사는 10년간 약물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어 전기경련치료를 받았다고 고백했다ㅣ출처: MBC '라디오스타' 방송 캡쳐
여에스더 박사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정말 잘한 것 같다. 치료 전 우울증이 심할 때는 남편이 보기 싫었다. 음식을 과식하는 것도 보기 싫고 화장실에서 물 떨어트리면서 돌아다니는 것도 보기 싫었다. 지금 치료받고 3달이 넘었는데 지금은 남편이 너무 예뻐 보인다"라고 밝혔다. 여에스더 박사가 극찬한 '전기경련치료'는 무엇이고 실제 효과는 어떨까.
80년 된 치료요법 ‘전기경련치료’가 다시 주목 받는 이유
전기경련치료(ECT)는 소량의 전기량을 이용해 뇌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환자에게 마취유도제·근육이완제를 투여해 마취를 유도한 상태에서 환자의 머리에 전극을 부착해 전기를 흘려주어 20초 이상 인위적인 경련을 유발한다. 약물치료와 비교해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평가받는다. 정신과 질환의 비약물 치료 중 하나로, 가장 역사가 깊고 효과가 잘 알려진 치료 방법이기도 하다. 1938년에 소개된 이후 20세기 중반에 사용이 다시 감소하였으나, 최근 다시 발전하고 있는 분야이다.
전기경련치료는 우울증, 조현병, 양극성 장애, 조증, 긴장증, 강박증, 섬망, 거식증 등 다양한 정신 관련 질환이 있는 환자, 자살 충동이 있거나 자살 시도, 자해를 해본 사람 등에게 시도했을 때 효과가 높다. 특히 우울증 중에서 '난치성 우울증'에 치료 효과가 가장 뛰어나며 조현병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는 급성 조현병, 기분장애 등을 동반한 조현병에도 효과적이다. 이 치료법은 정신질환이 뇌의 문제일 수 있으며, 뇌를 직접 치료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난치성 우울증에 안전하고 효과 높아
현재 우울장애 치료제로 총 36종의 향정신성 의약품이 출시되었지만, 전체 환자의 약 30%는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으로 분류된다. 난치성 또는 치료 저항성 우울장애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이상의 항우울제를 적절한 기간 동안 적절한 용량으로 투여하고 치료를 받았음에도 뚜렷한 효과가 없는 유형을 뜻한다.
이들에게는 인지행동치료(CBT)를 시행하거나 전자기 코일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통해 두개골을 통과시켜 특정 부위의 뇌신경세포를 자극하는 경두개자기자극(TMS) 요법 또는 전기경련치료(ECT)를 사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항우울제 같은 약물에 반응하지 않은 환자 중 70%가 전기경련치료에는 반응했다.
이 치료법은 일주일에 2~3회 간격으로 환자의 진단 및 치료 경과를 고려해 총 치료 횟수를 결정한다. 마취 상태에서 전기자극을 주기 때문에 통증은 없지만, 시술 후 근육통, 두통, 기억상실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환자마다 최적화된 전기자극 용량과 방법을 적용한다. 전기경련치료는 2015년 미국정신의학회에서 "근거 기반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평가받은 바 있다.
전기경련치료는 소량의 전기량을 이용하여 뇌를 자극하는 치료법으로, 약물치료와 비교해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평가받는다ㅣ출처: 게티 이미지뱅크
‘기억 상실’ 겪을 수 있지만, 대부분 4주 이내 기억 회복
하지만 모든 치료에는 부작용이 따르는 법. 전기경련치료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단기 기억 상실'이다. 치료 후 자신의 이름, 전화번호, 오늘 날짜, 올해 연도 등이 떠오르지 않는 식이다. 하지만 치료 후 보통 1~4주 이내로 기억력이 다시 원래대로 회복한다.
기억 상실 외에도 주의해야 하는 부작용은 뇌전증이다. 치료 과정에서 생긴 발작이 길어져 중첩성 뇌전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이럴 땐 신경안정제를 빠르게 정맥에 주사하는 등 의료진의 대처가 중요하다. 환자가 발작하는 동안 몸을 심하게 떨면서 근육통이 일어날 수 있으며, 아주 드물게는 발작으로 몸을 심하게 움직이면서 척추 골절, 압박 골절이 발생하기도 한다.
두통, 구토, 메스꺼움, 졸림 등도 동반될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은 몇 시간 정도 지속되나 대개 2일 이내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치료 과정에서 드물게 치아 손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경련 중 치아를 꽉 물어 치아 파손이 발생하는 경우다. 치료 전에 흔들리는 치아가 없는지 미리 확인하고, 치아 보호대를 사용하거나 근이완제 등을 투여해서 예방하면 된다.
또, 매우 드문 부작용 중 하나로 심혈관계 부작용이 있다. 혈압의 상승, 빈맥, 심장마비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한 연구에 따르면 전기치료와 관련된 사망률은 약 0.0001%로 100,000명당 2명 정도로 보고됐다. 전기치료로 인한 사망률은 출산으로 인한 사망률보다도 낮은 수치이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전기경련치료를 선택하는 이유는 빠른 치료 효과 때문이다. 짧게는 치료 1~3회 만에, 길게는 평균 3주 이내에 효과가 발휘한다. 처음 전기경련치료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환자도 치료받은 후에는 높은 만족도를 나타낸다. 한 조사에 따르면 환자의 60% 이상이 치료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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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