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휴가에...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홀로 종주 산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번이 종주를 할수 있는 체력과 시간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하는 노파심에 다른 그 어떤것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더 가벼운 버너를 사고 ..2인용 텐트도 사고...최악의 한수로 판명난 젤리 깔창도 샀다.(젤리 깔창 덕분에 발등 까지고 뒤꿈치 물집 잡히고 양쪽 새끼발가락 발톱 빠질려고 하고 퉁퉁 부었으며...오른쪽 엄지 발가락과 양쪽 앞꿈치에 커다란 물집이 잡혔다.)
물 4리터, 텐트, 매트리스, 코펠, 버너, 가스, 침낭, 여벌옷. 우의 ,샌달, 햇반5개, 참치캔5개, 라면5개, 누룽지 6인분, 충전기,물티슈
,육포4봉지...기타등등..........................................테스트로 메고 일어섯는데...어깨가 아파온다.ㅠㅠ
억산에서 잠시 알바를 했다 방향이 자꾸 운문산 계곡쪽으로 내려간다..이대로 가면 억산이 안나오는데....운무에 가려진 억산은 내 등뒤에 있었다. 다시 억산으로...이번 산행은 내 자신을 속이지도 않고 지름길도 찾지 않고 되도록이면 길게 가기로 결심하고 출발한 등산이라........억산을 밟고 팔풍재로 내려서 다시 범봉을 밟고 운문산에서 한숨 돌리고...오른쪽을 보니 함화산이 보여 배낭을 멘다.
어차피 다시 운문산으로 돌아올거지만 맨몸으로 다니지는 않으리라.....함화산을 밟고 다시 운문산으로 돌아와 아랫재로 내려선다.
곳곳에 야영,비박.취사금지 플랜카드가....자연과 인간은 다르지 않음에도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선을 그어놓고 살아가니 참 안타까울 뿐이다.
가지산을 가기위에 백운산 갈림길에 접어드니..비가...낮에도 운무 자욱해 아무것도 볼수 없었는데...폭우가 내린다.
텐트를 치고 알몸으로 선녀가 뿌려주는 물줄기에 샤워를 하니 개운하다.
암흑속에서 잠을 청하는데 지근거리에서 어느 동물이 콧바람을 거세게 내뿜기 시작하더니 한시간여를 그렇게 대치하며 있었던가 ..새벽여 설핏 잠이 들었다가 깨어 햇반으로 대충 때우고 가지산으로 출발...밤새 내린 빗물을 양껏 머금은 풀들에 바지와 등산화가 젖어든다.
곳곳이 갈림길이고 운무에 가려진 산맥들속에서 곤혹스러웠다...어렵게 가지산을 찾았고 산장에 도착하니....선객이 계신다.
이번이 가지산 666번째고 1080번을 목표로 하고 계신 선배님이시다. 커피 한잔을 나눠주시는데 꿀맛을 넘어 황홀하다.
휴대폰 충전도 하고 물도 작은거 6병을 12,000에 사서 보충하고 이런 저런 많은 얘기를 나누고 밀양재까지 같이 걸었다.
좋은 동생을 만나서 반가웠다고 ...라면까지 사주심에 몸둘바를 ..^^
격산을 지나고 능동산을 지나 샘물산장까지...와이리 머노 샘물산장! 임도가 끝이없네..예전에도 이리 멀었던가...혼자여서 더 멀게 느껴 지는듯...샘물산장에 라면을 먹고 있으니 사람들이 보인다...좋겠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와서 이 맑고 좋은 공기를 손쉽게 도둑처럼 훔쳐간다.
그래도 감동은 훔쳐가질 못하리니....^^
천황산과 재약산을 밟고 지루한 계단 하산길..지난번 올라갈때도 엄청나더만 내려오는데도 끝이 없다.
고사리분교터를 지나 습지 보호구역을 지나니 죽전 갈림길이 보인다.
처음엔 아무생각없이 임도를 걷다가 지도를 보니 표충사로 가고 있네...?...다시 턴~~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린 산길을...수풀이 우거져 길도 잘 분간이 안되지만 방향을 잡고 하산길을 찾아본다.
랜턴없이 꼬불꼬불한 하산길을 한시간넘게 내려오니 발에 물집이 잡히고 양쪽 새끼 발가락에 발톱부터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저녁 8시30분 슈퍼마켓에 도착 한숨 돌리고 다시 차도를 걸어 파래소 유스호스텔로 올라간다.
또 폭우가 내린다 밤만 되면...뭐시여...쉬라고 하는겨??
그렇게 밤이 지나고 육개장에 햇반 말아 마시고..청수우골로 접어든다.
길이 있는데 ,,,옆에 검은 호수도 나란히 간다....등산로인듯 아닌듯..방향이 맞길래 계속 가 본다.
엉? 길이 없어지네......그렇담 눈대중 방향을 정하고 치고 오른다..숨이 가빠오며 땀이 비오듯 흐른다.
모기가 ,,모기가...성철스님도 짜증내실듯.....멈추기만 하면 달겨든다.
발이 토사에 푹푹 빠지는 급경사로에 멧돼지가 다닌길을 따르다가 산죽에 얼굴도 찔려가며 겨우 능선에 올라섰다.
에너지 다 쏟은듯 ..한발자국도 못 가겠다..발바닥은 물집에 너무 아프고...바지와 양말은 이미 흙과 물에 젖어서 무겁다.
아무리 가도 시살등이 안보인다.....무슨 동굴터 이정표가 나오고도 한참을 가서야 겨우 시살등을 만난다.
영취산까지가 와이리 힘드노.....죽바우등,채이등,함박등....올랐다 내렸다.를 수십번 반복하고 영취산을 만났다.
허기와 수분 부족으로 졸음이 온다.
급히 육포를 꺼내 억지로 삼겨본다...양볼이 육포의 거친모서리에 헐어간다..물과 함께 억지로 삼키고 나니 정신이 돌아온다.
자~!!! 또 가야지!!!
영취산을 밟고 신불산재에 도착하니 운무가 한치앞도 안보이게 한다.
신불산에 올라 데크에 누워있는데 한 등산객이 운무땜에 사진을 찍을수가 없다며 짜증내고 내려간다.
아픈발에 더 고통을 가하며 밟히는 돌멩이들이 미워진다.
간월재에 도착하니 고민스러워진다....여기서 잘까 그냥 배내고개까지 달릴까......
오늘이 18일 금요일 ...주말이 남았으니 하룻밤 더 자고 내려가자.
또 비가 오네..해만 지니...이번에 천둥까지 친다....약수물로 식수 보충하고 간월산을 오른다...중턱에 있는 데크가 보인다...갑자기 데크 밑이 넓어 보이며 안락하게 보인다.
데크위가 아니고 밑으로 들어가 텐트를 치고 누우니 ,,,노루가 옆에서 울어준다....고맙다 ..이눔아...잠 못자게 해줘서....
천둥번개와 노루울음소리에다가...온몸은 망치로 더덕 펴듯이 두드려 맞은듯 안아픈데가 없어 잠이 안오네..
일출과 운해에 양껏 감동받고 배내봉을 지나 배내골로 하산완료.
다 이루었도다~~~~~~~~
첫날 배낭 허리띠가 허리를 꽉 조여 주어 어깨가 많이 안아팠으나,.. 마지막날은 조아도 조아도 배낭이 허리를 잡아주지 못해 어깨가 뭉쳤다...내내 어깨가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찔끔....
살은 빠졌으나 영혼은 살찌웠으니..살을 주고 뼈를 얻은 기쁨이랄까!
길위에 길이 있슴을 알았고...나를 배우고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었고 ..삶에는 지름길이 없음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첫댓글 대단하고 존경합니다
별 말씀을^^ 석이 대장아 좋아햄하고 얼굴함 보장~~^^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하는데,,,,인자 안젊었다. 몸 사려 가면서~^^
네네 형님..그래야지요^^ 감사합니다.
그래.. 삶에는 지름길이 없구나..
무거운 한 걸음.. 한 걸음이 .. 참 감동이다.
이제야 후기 읽어 본다. 미안타.
이젠 혼산에 너무 익숙해져서...^^ 또하나의 완성을 위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