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폭발이 지구 기후 안전판 역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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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장기적인 지질학상의 시간에 비춰볼 때 광범위한 화산 사슬이 화산 분출 뒤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를 제거하고, 이에 따라 지표면 온도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과학자들이 이끄는 호주 시드니대와 호주 국립대, 캐나다 오타와대, 영국 리즈대 국제협동연구팀은 지난 4억 년 동안에 걸쳐 지구의 육지와 바다 및 대기에 미친 화산 폭발의 영향을 분석해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23일 자에 발표했다.
화산 분출 때문에 대기 중에 분출된 이산화탄소가 다시 제거되는 과정은, 지표면에서 암석이 자연적으로 분해 및 용해되는 화학적 풍화작용(chemical weathering)을 거치게 된다. 풍화의 산물인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성분이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 가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미네랄을 형성하기 때문에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피드백 메커니즘이 지질학상 장기간에 걸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수준을 조절하고, 그에 따라 기후도 조절하게 된다는 것이다.
광범위한 화산 사슬이 화산 분출 뒤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를 제거하고, 지표면 온도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2017년 남미 페루에서 분출한 사반카야 화산. © WikiCommons / Galeria del Ministerio de Defensa del Perú
논문 제1저자인 사우샘프턴대 지구과학과 톰 거논(Tom Gernon) 부교수는 “이런 점에서 볼 때 지구 표면의 풍화는 지질학적 온도 조절장치 역할을 한다”며, “그러나 근본적인 통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지구 시스템의 복잡성으로 인해 판단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논문 공저자인 호주 국립대 대양 및 기후변화 학과 엘코 롤링(Eelco Rohling) 교수는 “많은 지구과학적 여러 과정이 서로 연결돼 있고 과정과 결과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하고, “따라서 지구 시스템이 나타내는 반응 안에서 특정 과정이 미치는 상대적인 영향을 파악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구 네트워크 구축해 지구 시스템 안의 상호작용 연구
연구팀은 이 같은 복잡성을 풀기 위해 기계학습 알고리즘과 판 구조의 재구성을 통합한 새로운 ‘지구 네트워크(Earth network)’를 구축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구 시스템 안에서 지배적인 상호작용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상호작용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식별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대륙에서 줄지어 있는 화산(화산호, volcanic arcs)들이 지난 4억 년 동안 풍화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동인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늘날 대륙의 화산호는 남미 안데스 산맥과 미국 서부의 산맥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줄지어 있는 대륙의 화산들은 빠르게 풍화돼 지질학적 시간에 걸쳐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 러시아 캄차카 지방의 화산들이 연결된 산맥(화산호). © Tom Gernon, University of Southampton
이 화산들은 지구 상에서 가장 높이 있고 가장 빠르게 침식되는 지형에 속한다. 화산암은 파편화되고 화학적으로 잘 반응하기 때문에 빠르게 풍화돼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논문 공저자인 사우샘프턴대 지구화학과 마틴 팔머(Martin Palmer) 교수는 “이런 현상들은 균형을 잡는 행동”이라며, “이 화산들은 대규모의 이산화탄소를 분출해 대기의 이산화탄소량을 증가시켰으나 다른 한편으로 급속한 풍화 반응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바위가 물리 화학적 반응을 통해 흙이 되는 풍화작용에서는 물이 주요 원인이지만, 대기 중의 산소와 이산화탄소, 생물학적 유기체의 활동도 중요하다.
“인공 풍화 계획의 설계와 평가에 도움”
이번 연구는 수천 만 년에서 수억 년에 걸친 지구 기후의 안정성은 해저와 대륙 내부 사이의 균형을 반영한다는 오랜 개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거논 교수는 “대륙과 해저 사이의 지질학적 줄다리기가 지구 표면 풍화의 지배적 동인이라는 생각은 데이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행히도 분석 결과는 자연이 기후 변화로부터 우리를 구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나타내지는 않는다”며, “오늘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수준은 지난 300만 년 중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화산에 의한 배출량보다 약 150배나 많다”고 강조했다.
지난 4억 년 동안 전 지구적인 화학적 풍화작용은 화산호(volcanic arcs)에 의해 주도됐다. 풍화의 산물인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성분은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미네랄을 형성한다.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바케닝 화산에서 흘러내리는 강물. © Tom Gernon, University of Southampton
오랜 옛날에 지구를 구한 것처럼 보이는 대륙의 화산들은 오늘날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상쇄할 만큼의 규모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의 발견은 우리 사회가 현재의 기후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화학 반응률을 높이기 위해 암석들을 분쇄해 땅 위에 널리 펼쳐 놓는 인위적인 강화 암석 풍화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게 제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계획은 대륙의 줄지어 있는 화산 환경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칼슘과 칼륨 및 나트륨을 포함하는 칼슘-알칼리성 화산 물질을 사용해 최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거논 교수는 “이 방법은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경감 경로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을 긴급하게 완전히 줄여야 하는 기후 위기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은 결코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오랜 세월에 걸친 풍화 피드백에 대한 이번 평가는 기후 변화 대응에 필요한 단계 중 하나인 대규모의 강화된 풍화 계획(enhanced weathering schemes)의 설계와 평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