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뽀과장입니다.
다들 무더운 여름을 슬기롭게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한참 여름의 절정 속에 있을 때는 짜증나고 벗어나고만 싶지만,
막상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더라구요...
얼마전 당당하게 컴백을 선언해놓고 글 한꼭지 조차 못쓰고 있는 제자신을 보면서
이럴거면 뭐하러 그런 글을 남겼나 자괴감이;;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때 비스게와 저를 붙잡고 있던 알 수 없는 강력한 보이지 않는 끈이
여전히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근데 그게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구요
나이가 들면서 가장 현저하게 느껴지는 불편함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거리감각의 둔화
분명히 부딪히지 않고 지나갈 수 있다고 생각되었는데도 충돌하게 됩니다.
책상위에 올려놓은 커피잔을 쏟는 일도 비일비재하구요
둘째는 손끝의 힘이 약해져서 무언가를 자주 떨어뜨리게 됩니다.
요즘에는 살면서 가장 손에 많이 쥐고 있는 핸드폰을 자주 떨어뜨리고,
긴장하지 않으면 뭐든 떨어뜨리게 되더라구요
셋째는 기억력
이건 40대부터 현저하다기 보다는 이미 그전부터 아주 조금씩 진행되고 있던거라...
가장 자주있는 일이 컴퓨터를 켜고 열심히 업무 폴더를 찾다가...
내가 지금 뭘 찾더라 하고 어리둥절하는 일이죠;;
근데 이것보다 더욱 저를 힘들게 하는 건 바로 사람 이름을 잊는 일입니다.
너가 누구더라.. 저 연예인이 누구더라... 이런 일은 제게는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가끔은 비참하기까지 합니다.
노화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 ㅋ
다들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요즘에는 워낙 해외여행을 많이들 가서 그런가 웬지 국내여행으로 여름을 보내면 가족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기까지 합니다.
아이들끼리 개학하면 어디 어디 다녀왔는지 무슨 배틀하듯이 자랑하는데,
매번 할아버지댁과 국내 여행만 했다고 자신 없게 말 할 아이들을 생각하면 말이죠.
어쨌든 지난주에는 가족들과 여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갔던 거제도가 너무 좋아서 올해도 가볼까 했는데, 이미 숙소가 다 예약되는 바람에...
가서 방황하느니 그냥 가까운데로 가기로 했습니다.
잠시 거제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무더운 여름이 마치 한증막처럼 더욱 뜨겁게 느껴졌던 외도
가을이 찾아온것같은 청량함을 안겨주었던 바람의 언덕
민박집 바로 앞에 있는 아름다운 커피숍
이웃사촌 같은 맛의 처갓집 양념통닭
구조라해수요장 인근에 동네 사람들이 낚시하러가는 한적한 바닷가에서의 자유로운 이틀
특히 저 한가하고 여유로운 바닷가에서 저희 가족은 정말 제대로 ‘힐링’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왔습니다. 거의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호젓하게 먹고 마시고 잠자고 수영하고....
그런데 올해는 여건이 만만치 않아서 가까운 곳으로 당일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1. 할아버지댁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부모님댁이 시골이라 거기에서 일단 3일 정도 편하게 머물렀습니다.
아들이 3명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아내가 일을 하겠다고 해서 제가 혼자서 아이셋 데리고 갔는데,
내내 비가와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물고기 잡기도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아내의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하겠습니다)
2. 양양 하조대
당일여행이고 휴가철이라 차가 막힐게 뻔해서 새벽 6시 넘어서 출발했는데, 가다가 휴게소도 들르고 간식도 먹고 하니, 하조대 근처 등대도 둘러보고 해수욕장에 가니까 11시 정도....
아내가 아침 겸 간식으로 유부초밥을 만들었는데, 맛도 별로에 양도 엄청 많아서 아이들이 유부초밥만 보면 지금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왜나면 억지로 먹이려고 유부초밥 3개 먹으면 아이스크림 1개, 또 유부초밥 3개 먹으면 과자 1봉...
이런식으로 조건을 걸었더니.. 나중에 큰 아이가 ‘엄마! 바닷가에 들어가려면 유부초밥 몇 개 먹어야해요?’ 이렇게 물러보기까지 했습니다;;
강원도민으로 살면서 어떻게 여기를 한번도 안와봤을까 할 정도로 정말 하조대는 동해에 있는 남해같은 얕은 수심이 참 좋았습니다.
게다가 사람들도 경포대에 비하면 절반도 안되보였구요....
(물론 아우슈비츠 같았던 사워장의 추억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ㅋ)
저희 가족은 작년 거제도 이후로 어딜 가든 그 근처에 유명한 전망대와 맛집을 가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하조대에서도 바로 옆에 있는 전망대와 맛있다고 소문이 난 족발집을 갔는데....
전망대는 그런대로 시원한 바람과 탁트인 시야가 볼만 했지만(거제도 바람의 언덕과 비교는 안됩니다),
족발은 그냥 평범하더군요ㅡㅡ
그나마 좋았던건 여주인이 아름다운 외모 ㄷㄷㄷ
그렇게 일정을 마치고 집에 오니 11시;;
3. 피규어뮤지엄W
이틀 연속 바닷가는 아닌거 같아서, 여기저기 갈곳을 찾다가 정말 두눈이 휘둥그래 지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남자라면 누구가 환장하는 그 피규어.. 물론 저희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죠...
어마어마한 양을 자랑하지는 못했지만, 그냥 한두시간 구경거리로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가장 맘에 들었던건 역시 마사장님의 피규어와 로보.트킹? 읭? ㅋ
4. 영종도 왕산해수욕장
휴가에 바닷가를 고작 하루만 가는건 도저히 아이들 입장에서 납득이 안되다고 해서
또다시 우리는 새로운 해수욕장을 찾기로 했습니다.
12살짜리 1호에게 검색의 임무를 부여했더니 정말 열심히 찾더라구요
(사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시키기 보다, 어떤 미션을 주었을 때 효과는 10배 이상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렇게 찾은 곳이 을왕리 해수욕장 바로 옆 왕산해수욕장...
일단 서울에서 가까워서 좋고, 음 또 한가하다고 해서 기대를 갖고 떠났습니다.
하조대에서 실패한 유부초밥은 이제 저희 집 금지어 1순위랍니다.
아내는 결국 김치볶음밥으로 메뉴를 바꾸고 역시 이른 아침에 출발했습니다.
빈 공터에 있는 주차장에는 당당하게 주차비 15000원을 달라고 하더군요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이런데서 열정을 낭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냥 묵묵히 내고 바닷가로 달려갔습니다.
(이미 아내 표정은 ;;)
보통 해수욕장이 파라솔 3만원, 평상 6만원 이렇게 하는데..
잘 찾아보면 그늘막이나 텐트를 무료로 칠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하조대도 마찬가지였구요...
몇 년전에 강화도에 갔다가 큰 낭패를 본적이 있습니다.
엄청 더워서 바닷물로 들어가고 싶은데 아직 오전이라 바닷물은 들어오지도 않고
어쩔수없이 생활하수를 한번 대충 정화한 것 같은 물가에서 게와 조개를 잡으며 놀다가 온 안좋은 추억이 있었는데,
다행히 여기는 50미터 정도만 걸어 나가면 수심이 얕은 바다가 넓게 펼쳐져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서해안이라 물속이 보이지는 않았지만....놀기에는 나쁘지 않았구요...
근데 정말 3~4시간만에 빠른 속도로 수심이 높아지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그 얇고 넓었던 바닷가는 어느새 깊고 좁아져서 아이들이 놀기에는 위험하기도 하고..
그 사이 사람들은 또 왜그리 많아졌는지... 정말 물반 사람반;;
5. 딘타이펑 강남점
올해 봄에 아내가 웬일로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허락해 주더군요.
안정환이 나오는 뭉쳐야 뜬다의 영향도 있고...
(이건 나중에 소개^^)
암튼 그렇게 친구들과 다녀온 대만에서 너무 맛있게 먹었던 딘타이펑이 생각나서
가족들과 꼭 한번 먹으러 오고 싶어서 벼르고 벼르다가 드디어 가게 되었습니다.
근데...처음 샤롱바우랑 게살볶음밥을 먹을때만 조금 흥분하더니.. 우육면에서 부터는 그냥 다들..
베트남 쌀국수 정도의 반응을 보이더군요..
근데 저도 대만에서 먹던 그 맛이 아니었다는;;
결국 딘타이펑은 실패
6. 후유증
제가 일부러 번호를 1~5까지 매긴건 이유가 있습니다.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여름 휴가를 빡센 일정으로 잡고 놀면
아이들은 좀처럼 지치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 면역력이 엄청 약해집니다.
예전에도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그걸 깜빡하고 그만... 제가 실수를 한거죠...
1호는 열감기로 며칠째 아무것도 못하고
2호는 하루뒤에 1호의 병을 옮았다가.. 또 금방 회복되나 싶더니...
어느새 3호가 급성 장염으로 새벽에 응급실에 다녀오고... 하루종일 설사를...
2호도 1호의 병에서 탈출하더니, 어제부터 갑자기 3호의 장염 증세를 보입니다...
진짜 후유증도 이런 심한 후유증은 처음이라 저도 아내도 당황스럽기도 하고..
밤새 아이들 돌보느라 잠도 못자고....
그래서 내년에는 조금 돈이 들더라고 멀리가서 편하게 며칠 머무르기로 했습니다.
작년 거제도처럼 말이죠...
이렇게 무더운 여름에 휴가 강행군은 정말 온가족에게 엄청 큰 무리가 된다고 결론....
첫댓글 피규어 뮤지움 가보고 싶네요. 한때 너무 좋아하다가 아무래도 아닌것 같아서 자제를 하고 있습니다. 가끔 아직 남아있는 피규어들을 보면 후회반 오기반이 되더라구요. 쥬니어 1,2,3호들은 다 이제 건강한가요? 둘이서 일을 하면 애들은 누가 보게 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아니 이러다 서울 시내 돈은 다 버시는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끔씩 좋은 글 부탁해요..오랜만에 만나니 너무 반갑습니다..
사실 피규어뮤지엄은 제가 가장 흥분했죠 ㅋㅋㅋ
아내가 자신의 인생이 있는데, 밖에서 더 빛나는 재능을 육아에 썪히고 있는거 같아서... 내보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좀 일찍 끝나기고 하고, 아는 사람과 하는 일이라 편의를 봐주기도 합니다.
아이들도 엄마랑 짝 달라붙어 있으면 숨막혀 하기도 하구요 ㅎㅎ
다음주에 부산으로 가네요.. 처가집 식구들 고향으로요~ 가서 맛난거 먹고 마실 생각하니 기분이 급 UP 되네요~ 그나저나 1,2,3호와 어떻게 휴가를...저는 아직 1호 하나도 ㅋ 어서 2호 3호도 나오야 할텐데... 대단하십니다!!
안녕하세요~ 휴가가 늦으셨군요 ㅎㅎ
부산은 역시 먹방이죠.. 저도 작년 봄 벚꽃 필때 다녀왔는데... 국제시장, 자갈치 시장에서 많은 실망을 하고 왔답니다;;
휴가는 아이들이 많으면 힘들지만 그만큼 더 즐겁기는 하답니다 ㅎㅎ
헉 솔루션형님 부산 오시다니.. ㅠㅠ 좀 보고 가세요 ㅎㅎ
@FoulMaChine MaNaGer ㅋ 머쉰이가 부산에 있지~ 그런데 목금토 가는데 일정이 좀 빡빡해~ 부산에 계신 이모부님들과 한잔 또 한잔 또 한잔 그러다 서울 올라올듯 싶다~ 더운데 몸조심해라^^
형수님의 음식솜씨를 디스하시는군요^^ 이 글을 안보시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가정의 평화는 지켜야죠 . 저도 이번휴가는 최악의 휴가중 하나였습니다 일련의 사고(?)들이 터져서 하필 휴가전에 ... 휴가 가서도 그 생각만 해서 결국 마무리는
되었지만 더더욱 찝찝함이... 결론 여행은 길게... 짧게는 힘들죠
프라이버시는 지켜야지 부부사이일수록 ㅎㅎ
휴가는 원래는 시원한 가을에 제주도가 딱인데....올해는
완전 대실패..
전 삼주동안 토일월화 월화 토일월 이렇게 이곳저곳 다녔었는데 돌쟁이 아들과 들어간 제주도 협재해수욕장만 기억에 남네요
제주도는 한여름에는 이상하게 갈일이 없었는데... 동해안처럼 덜 더운가요?
아내의 소원이 여름동안 제주에 한달정도 살다오는거라서 언젠가 꼭 그 소원을 들어주려고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