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봄비를 보면서
추운 겨울과 따뜻한 봄 사이란 게
가까우면서도 너무나 먼 거리(距離)였나보다
봄 가뭄이
너무나 심한 탓이라고 생각이 드는 가운데
주말 늦은 아침에 일어나
창문(窓門)을 열어보니 봄비가 내리는 것이다
서울에 반가운 비가 내리는 것을 보니
어느때보다 커피 맛이 너무나 좋게 느껴진 다
사실 친구(親舊)가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만나게 되면 너무나 반갑듯이
봄비도 긴 기다림 끝의 반가운 해후(邂逅)가
아닌가 싶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환희(歡喜)와 탄성(歎聲)이
나오게 만든다
어제 겨우내
집 안에서 잠들었던 화분(花盆)들을
모두 밖으로 꺼내서 손질을 하고 물을 주었다
어젯밤부터
내린 봄비를 머금은 관엽수 식물(植物)을 보니
싱그러움을 더해준 다
화분(花盆)의 뿌리까지 촉촉하게 적셔 주는
빗속에서 하늘의 고마움을 알게 해준다
오랫동안 봄 가뭄으로 인해
우산 없이 발가벗은 몸으로 비를 맞아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좋기 때문이다
대지(大地) 속으로 파고드는 빗물처럼
내 마음속에도
깊이 파고드는 온정(溫情)이 있게 만든 다
내 마음속처럼 빗물도 하룻동안 대지(大地)로
파고들면 좋으련만 그치고 만다
꾸물거리며 못 떠나는 겨울날의 흔적(痕迹)인
꽃샘추위가 심술(心術)을 부리기 위해
내리던 봄비를 멎게 만들었나 보다
꽃샘추위가 춥다기보다
훈훈한 기온(氣溫)으로 온몸을 따스하게 내려 준
봄비가 고맙기도 하다
아직도 해갈(解渴)에 큰 도움을 못 주었지만
다음엔 많은 양(量)의 봄비를 바래본 다 ..... 飛龍 / 南 周 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