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땅 위를 달리는 풀… 갈대와 비슷한데 물살 센 계곡에서 자라요
달뿌리풀
달뿌리풀(맨 왼쪽)은 열매 이삭이 듬성듬성 엉성하게 달려 있어 휑한 느낌이 납니다. 갈대(가운데)는 갈색 이삭이 무성하게 달려서 산발한 것처럼 보여요. 억새(맨 오른쪽) 흰색 이삭이 한쪽으로 단정하게 모여 있어요. /국립생물자원관·김민철 기자
억새와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가을을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죠. 그런데 요즘 산의 계곡을 지나다 보면 물가에서 억새 또는 갈대와 비슷하게 생긴 풀이 무리 지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꽃이삭이 엉성한 편이라면 달뿌리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갈대와 억새는 어떻게 구분할까요. 억새는 주로 산이나 평지에서 자라고 이삭 색깔도 은색이 도는 흰색이에요. 잎 가운데 흰색의 주맥이 뚜렷한 것도 특징입니다. 또 억새의 이삭은 한쪽으로 단정하게 모여 있습니다. 억새와 갈대는 속(屬)이 다릅니다. 서울 하늘공원, 가평 유명산, 포천 명성산, 정선 민둥산, 창녕 화왕산 등이 억새로 유명한 곳입니다.
갈대는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고 이삭이 갈색이라 갈대라 부릅니다. 억새는 높이가 1~2m인데 갈대는 3m까지 자랍니다. 을숙도, 순천만, 충남 서천 신성리(금강 하구) 등이 갈대밭으로 유명하죠. 하나같이 물이 흐르지 않거나 약하게 흐르는 강 하구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억새는 주로 산이나 평지에서, 갈대는 주로 강 하구에서 자랍니다. 그 중간인 산의 계곡이나 작은 천에서 자라는 것은 달뿌리풀인 경우가 많습니다. 달뿌리풀은 키도 약 2m로 억새와 갈대의 중간쯤입니다.
달뿌리풀은 갈대와 같은 속이라 그런지 둘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달뿌리풀의 가장 큰 특징은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는다는 점입니다. 이름 자체가 ‘뿌리’가 땅 위로 ‘달’린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산의 계곡 또는 개울가에서 땅 위 또는 물속으로 길게 뻗는 뿌리줄기가 있으면 달뿌리풀입니다. 갈대는 뿌리줄기가 땅 위를 달리지 않고 땅속에서 뻗습니다.
문제는 ‘달리는 뿌리’가 보이지 않을 때입니다. 그때는 무엇으로 갈대와 달뿌리풀을 구분할 수 있을까요. 우선 갈대는 비교적 꽃과 열매 이삭이 촘촘히 달렸고 산발한 느낌을 줍니다. 반면 달뿌리풀은 꽃과 열매 이삭이 대머리 직전처럼 엉성해 휑한 느낌을 줍니다. 자라는 장소도 갈대는 강 하구처럼 물 흐름이 없거나 약한 곳, 산소가 부족한 진흙땅을 선호하고, 달뿌리풀은 물 흐르는 곳, 산소가 풍부한 모래땅을 좋아합니다.
정리하면 이삭이 한쪽으로 단정하게 모여 있으면 억새, 무성하고 산발한 것처럼 보이면 갈대, 대머리 직전처럼 엉성하면 달뿌리풀로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또 서식하는 곳에 따라 산 정상 부근이면 억새, 개울가나 작은 천이면 달뿌리풀, 강 하구라면 갈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