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 탐방
일월 한 달을 보내고 맞은 이월 첫날은 토요일이다. 주말이 지나면 개학이다. 중국 우한에서 최초 발생한 신종 코로나가 전 지구촌을 긴장시키고 있다. 거기 살던 우리 교민들이 전란을 피해 쫓기듯 본국으로 철수 귀환해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확진 환자가 열 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를 접했다. 문명과 의술이 발달해 감에도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에 속수무책이 인간의 한계다.
내일 오후 고현으로 복귀하려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아침나절 약국 문이 열기길 기다려 마스크를 몇 장 사 놓고 생활 리듬을 조절하려는 가벼운 산책을 나섰다. 집에서부터 걸어 용지호수로 나갔더니 한 무리 남녀 젊은이들이 호숫가를 달려 잔디밭에 모였다. 대학에 입학할 새내기들인지 스포츠클럽 회원들인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잔잔한 수면에 쇠물닭 몇 마리가 떠 놀았다.
호숫가 애기동백나무는 선홍색 꽃이 점점이 피어났다. 벚나무 가지에서는 꽃눈이 부푸는 기운이 보였다. 도심 속 용지호숫가는 언제 들려도 좋은 산책로였다. 용지호수를 지나 성산아트홀을 둘러 시청 광장으로 나갔다. 창원에서 가장 번화가인 상남동으로 가 병원을 한 곳 들려 약국에서 약을 타면서 방역 마스크도 몇 장 샀다. 이후 다시 시청 광장을 돌아 용지문화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는 주말을 맞아 볕을 쬐며 산책을 나온 노인이 간간이 보였다. 중앙로 관공서 거리를 지나니 주말이라 차량도 인파도 뚝 끊겼다. 평일이라면 다양한 업무를 볼 관공서 사무실에서는 일을 보는 직원들이 있을 리 없었다. 중앙로에서 도청 정원으로 건너갔다. 며칠 전 용추계곡을 들던 아침에도 한 차례 지난 뜰이었다. 휴일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부모들이 있었다.
도청 정원 연못가 매실나무는 꽃망울이 몽글몽글 부풀어 갔다. 전정이 단정하게 된 모과나무와 배롱나무는 수피에 수액이 오르는 듯했다. 능수버들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청 청사 앞 목련나무는 솜털을 감싼 꽃망울이 연방 꽃잎을 펼칠 기세였다. 도청과 경찰청을 지나 창원중앙역으로 가서 용추계곡으로 들어가 보려다 마음을 바꾸었다. 창원대학으로 들어서 캠퍼스를 산책하고 싶었다.
창원대학 동문에서 공학관 앞으로 갔다. 볕이 바른 남향 매실나무에서는 아까 도청 뜰보다 꽃망울이 더 부풀어 있었다. 공학관에서 자연대학으로 옮아갔더니 잔디밭 틈새 좁쌀같이 자잘한 연보라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허리를 낮추고 살피니 봄까치꽃이었다. 큰개불알꽃이라는 이름이 거북살스러워 봄까치꽃으로 순화시켜 놓았다. 광대나물만큼 일찍 피는 풀꽃이다.
도청 정원과 창원대학 캠퍼스에서 찍은 사진을 지기들에게 날려 보내며 몇 자 덧붙였다. 봄은 안단테나 안단티노로 와야 제격인데 올겨울은 유난히 따뜻하게 넘겨 알레그로로 오고 있다고 했다. 휴일을 맞은 캠퍼스는 절간처럼 조용해 산책하기 아주 좋았다. 삼월 신학기가 되면 활기가 넘칠 캠퍼스지 싶다. 인문대학과 사회과학대학을 지나 학생 생활관 앞으로 가서 북문으로 나왔다.
창원사격장 앞으로 가니 클레이 사격 동호인들이 쏘아대는 총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사림동 주택지 도로 메타스퀘어 가로수 열병을 받으며 창원의집으로 내려섰다. 주말을 맞아 전통 혼례식이나 웨딩 촬영이 있었던지 한복을 입은 사람이 몇몇 보였다. 젊은 연인들과 아이를 대동한 가족들도 보였다. 여러 차례 들린 창원의집은 봄이 오는 길목이면 내가 빠지지 않고 찾아가는 곳이다.
안채를 두른 담장은 기와를 얹은 담쟁이덩굴이 감싸고 있다. 담장과 바싹 붙어 볕이 바른 자리에 홍매가 한 그루 자란다. 그 매실나무에서 홍매가 피어 있었다. 주변에 지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매화에 눈길을 보내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홍매를 유심히 살펴보고 폰 카메라에 담았다. 서너 시간 발품 팔아 홍매를 완상해 마음이 뿌듯했다. 통도사 영산전 영각 앞 홍매도 피었겠구나. 20.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