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 비계산
봉황 날개 펼친 듯한 산세… 바위 ‘셋 덤’이 조망 끝판왕
이창우 산행대장 lcw1124@kookje.co.kr |
국제신문 기사 입력 : 2023-03-08 19:15:21
- 대학동 버스정류장 회귀 6.6㎞
- ‘도리 1’ 표지목 지나면 된비알
- ‘셋 덤’서 가야산·두무산 등 만끽
- 절벽 구간 구름다리 놓여 수월
- 주민 “1088m 돌탑봉이 주봉”
- 톱날 같은 바윗길 왕복해야
근교산 취재팀은 이맘때면 봄 산행 신호탄을 여는 미나리 시식 산행을 해왔다. 그때마다 경북 청도 화악산(930.4m)과 남산(870m)을 답사하고 삼겹살에다 봄 내음 물씬 나는 한재미나리를 맛있게 먹었다. 이번에는 청도 한재 외에 봄미나리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없을까 하고 찾아보았다. 경남 양산 원동과 거창 가조가 있었다.
■대학동 정류장 원점회귀 산행
해마다 찾던 화악산과 한재미나리를 벗어나 올해는 가조 비계산(飛鷄山·1130m)을 답사하고 미나리를 시식하는 산행을 소개하려고 떠났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거창 가조는 원동과 한재보다 날씨가 훨씬 추운 데다 인건비 상승 등으로 미나리 재배 단지가 철수하면서 소량 재배만 해 이제는 가조 미나리를 먹을 수 없었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미나리 시식은 못 했지만 거창휴게소 북쪽을 막아선 닭 볏 같은 암봉인 ‘거창 명산’ 비계산을 소개한다.
광주·대구고속도로를 타고 거창 땅에 들어서면 옹골찬 산세가 먼저 눈길을 붙잡는다. 비계산과 마주한 뾰쪽한 송곳 같은 산이 오도산(1134m)이며 오른쪽에 여인의 누운 모습이라는 미녀봉(931m)을 보면서 과연 산의 고장에 들어온 것을 실감한다.
비계산은 한자를 풀이하면 닭이 날개를 펼치며 날아가는 모습이다. 그런데 거창군 가조면 도리에 사는 주민에게서 비계산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들었다. 비계산의 ‘계(鷄)’는 닭을 뜻하지만 ‘봉황’이라 한다 했다. 가조면 행정복지센터 쪽에서 비계산을 보면 산세가 봉황이 날개를 펼쳐 날아가는 모습이며 현재 돌탑봉으로 불리는 1088m 암봉이 봉황의 머리로, 비계산 정상이라 한다고 했다.
정상석이 들어서 있는 바위는 높이는 더 높은지 몰라도 마을에서는 세 개의 바위가 우뚝 솟아 ‘셋 덤’이라 부른다며 봉황 머리를 ‘정상’이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산행경로를 보면 거창군 가조면 도리 대학동 버스정류장~일각사(광주 방향 거창휴게소) 갈림길~도리 교차로~광주·대구고속도로 굴다리~2008 임도시설 표석 앞 갈림길~비계산(2.1㎞) 이정표~비계산·산제치 갈림길~합천 비계산 정상석(1125.7m)~비계산 정상(1130m)~덱 다리~거창휴게소·마장재 갈림길~거창휴게소·상수월 갈림길~돌탑봉(1088m)~거창휴게소·상수월 갈림길~일각사 입구~거창휴게소 후문~대학동 버스정류장으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이다. 산행거리는 약 6.6㎞이며 4시간 30분 안팎 소요된다.
승용차를 이용했다면 거창휴게소(광주 방향)에 주차하고 휴게소 후문을 나와 오른쪽 길로 내려간다. 왼쪽은 일각사 방향이며 취재팀의 하산길이다. 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 휴게소에서 5분이면 59번 국도와 만난다. 오른쪽에 도리 대학동 버스정류장이 있다. 취재팀은 대학동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해 동쪽 합천 방면 도로를 간다.
왼쪽으로, 가야 할 비계산 정상부가 보이고 오른쪽에 두무산 오도산 미녀봉 능선이 펼쳐진다. 일각사·거창휴게소(광주 방향) 갈림길을 지나 도리교차로에서 왼쪽 묘산·합천 방면 굴다리를 통과한다. 대학동 정류장에서 약 8분이면 ‘2008 임도시설’ 표석 앞 갈림길에 도착한다.
■ “비계산 정상은 1088m 돌탑봉”
‘가조가야로 1593’ 도로명 표지판을 보며 왼쪽으로 꺾어 콘크리트 임도를 오른다. 전원주택을 지나 비계산(2.1㎞) 이정표를 지나면 갈림길, 비계산은 오른쪽으로 간다. 김씨 부부 묘 앞에서는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산길은 파헤쳐져 도랑이 되었으며, 곧 폐 철망문을 지나 무덤 앞에서 다시 임도와 만난다. 키 큰 잣나무 숲이 이어진다. ‘도리 1’ 표지목을 지나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산길은 차츰 가팔라진다. 이정표에 거창 특산품인 딸기와 포도를 홍보하고 있다.
비계산(1.3㎞) 정상 방향은 달달한 딸기를, 하산 방향에는 상큼한 포도가 안내한다. 그런데 얼마 안 가 코가 땅에 닿을 만큼 산길이 가팔라지면서 달달한 딸기는 아주 매운 맛 나는 딸기로 바뀐다. 작은 돌탑이 세워진 너덜과 ‘도리 3’ 표지목을 지나 된비알은 정점을 찍는다. 들머리인 임도 시설 표석에서 약 1시간20분이면 수도지맥 길인 주능선 갈림길에 올라선다.
비계산(0.15㎞)은 왼쪽으로 꺾는다. 오른쪽은 산제치(3.4㎞)에서 올라오는 길. 5분이면 바위에 걸린 철계단을 올라 첫 번째 봉에 합천군 산악회가 세운 정상석이 있다. 산 아래에서 ‘셋 덤’이라 부른다는 그 바위다. 두 번째 봉우리가 비계산 정상으로, 50m쯤 더 가야 하지만 조망이 없어 여기서 즐긴다.
북쪽 남산제일봉 뒤는 가야산이며 시계방향으로 미숭산 두무산 두산지음재 오도산 미녀봉 박유산 의상봉 우두산 작은가야산 등이 펼쳐진다. 정상에는 거창군에서 세운 정상석이 있다. 직진하면 세 번째 봉을 잇는 구름다리가 나온다. 예전에는 줄을 잡고 오르내리던 절벽 구간으로 매우 까다로웠는데 구름다리가 놓여 산행은 수월해졌다.
여기 가조 4경인 ‘비계 풍혈’ 안내판이 있다. 20m 깊이 굴인데 바람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가조까지 들렸다 하며, ‘비계산 바람굴’로도 불린다. 바람굴은 보지 못했지만 아쉬움을 달래주려는 듯 골바람이 세차게 올라왔다.
덱 계단이 놓인 세 번째 봉우리를 내려가면 산길은 완만한 능선을 탄다. 정상에서 30분이면 이정표 갈림길이다. 왼쪽 거창휴게소(2.3㎞) 방향으로 오르막 능선을 탄다. 오른쪽은 마장재 방향. 봉우리에 올라서면 왼쪽 돌탑(0.7㎞)·거창휴게소로 간다. 오른쪽은 마장재와 우두산 상봉 방향 수도지맥 길이다. 15분쯤 완만한 능선을 타면 거창휴게소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해 돌탑(0.4㎞)을 갔다 온다. 돌탑까지 들쭉날쭉한 톱날 같은 바윗길이 이어지며 왕복 35분쯤 걸린다. 현재 돌탑봉이라는 미미한 이름이지만, 마을에서 비계산 주봉으로 인정하는 봉우리다.
가조들 뒤로 금귀봉 보해산 양각산 수도산 단지봉이 펼쳐지며 조망은 동서남북 막힘이 없다. 직진하면 상수월 방향. 취재팀은 직전 갈림길로 되돌아가 오른쪽 거창휴게소(1.9㎞)로 꺾어 덱 계단을 내려간다. 산길은 가파르게 고도를 낮춘다. 흙이 깎여 나가면서 만든 칼등 같은 능선을 지나 약 55분이면 일각사 입구에 도착한다. 오른쪽으로 거창휴게소 후문을 지나 약 7분이면 대학동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 교통편
- 당일 산행은 승용차 권장
- 거창휴게소로 내비 설정
거리가 먼 데다 서흥여객 버스터미널에서 농어촌 버스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아 당일 산행은 승용차 이용이 낫다. 경남 거창군 가조면 가조가야로 1543-81 거창휴게소(광주방향)를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설정하면 된다.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둔다. 휴게소 오른쪽 화장실 뒤쪽 후문을 나가면 바로 등산로와 연결된다. 대중교통은 부산 사상 서부터미널에서 거창버스터미널로 간다. 거창 터미널 뒤 서흥여객 버스터미널에서 합천 가야(가조선)로 가는 농어촌 버스로 바꿔 탄다.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거창행 버스는 오전 7시10분, 8시20분, 10시30분(가조 경유) 등에 출발한다. 약 2시간 40분 소요된다.
서흥여객 버스터미널에서 가야행은 오전 6시50분 8시 11시 등에 출발하며 대학동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산행 뒤 대학동정류장에서 거창으로 나가는 버스는 오후 3시20분 5시20분쯤에 지나가니 미리 기다렸다 탄다. 거창터미널에서 부산행은 오후 3시30분(가조 경유), 5시30분, 7시(막차)에 있다.
맛집 한 곳 추천한다. 거창 가조는 돼지양념불고기거리가 유명하지만 어탕과 추어탕도 그에 못지않다. 거창 추어탕과 어탕은 보양식 한 그릇을 먹는 격이라 할 만큼 인기인데 마상사거리와 축협 사이 시골추어탕이 괜찮다. 추어탕(사진), 어탕 1인 9000원.
문의=문화라이프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경남 거창 [비계산&우두산] 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