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산에서 며칠 보낼 생각에 꽤나 오랫동안 흥분했었다.
구름이 내려 앉을 산봉우리 어디쯤, 마을과 해안선을 따라 낯선 곳을 쏘다닐 생각.
첫날, 미시령 상봉과 신선봉은 시간과 바람따라 유입되는 길다란 무리속에 갖혀 있었다.
진부령 새벽 세시쯤 어느 박물관앞에 주차를 한후 택시를 불러 미시령으로 옮겨 갔다.
미시령옛길은 고요속에 정체되어 자그마한 소리조차 불청객이 되었고 우린 들머리 철조망을 찾지 못해 서울방향으로 한참을 내려갔다가
다시 고개로 올라오니 조금은 낮은듯한 펜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기로 넘어가는 즐거움은 컸다.
얼마가지 않아 알수없는 삼각점을 지났고 어두운 산행길은 어떤 희열감을 주기도 했다.
오름길 오른편에는 속초의 어둠이 곧 나타날 해를 기다리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샘물이 솓는 샘터에서 쉬기도 했다.
새벽에 나는 땀이 좋았다. 산맥의 윤곽은 묻혀 버렸으나 그것은 또다른 희망이었고
울음과 웃음이 구분되지 않는 것만큼이나 희망과 절망도 같은 선에 있는것 처럼...어둠과 밝음도 동시에 떠있는 새벽.
넘쳐나는 산행. 넘쳐나는 멋진풍광. 그런것들은 아우라가 없다면 헛일이다.
오늘의 하늘은 짙푸르고 깊이있는 홀릭이었다.
조금씩 나타나는 설악은 이제 가까이 있었다며 속삭였다.
반듯하기 그지없는 달은 흐트러짐 없이 그자리에서 고요했다.
점점 온전한 모습으로 보여줄 밝음에 대해 오히려 어둠이 좋았던 것 같다.
그의 등뒤에 우뚝선 울산바위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 보여서 그런것 같다.
대니님의 새벽은 만족스러워 보였다.
바위만 보이면 올라가서 먼곳을 응시하는 그를 보며 대리만족도 했으니까.
미시령과 황철봉
아마 서북능선일거라 주절 대기도 한...
황철봉뒤로 설악의 최고봉 대청봉이 구름과 잘도 논다. 보였다 사라졌다...
출입금지구역이라 정상석은 초라했고, 우린 더이상 크고 찬란한 정상석은 원치 않았다.
동해의 날은 밝았다.
황철봉 너덜이 걷고 싶기도 했다.
우린 한참동안 서로를 외면한채 사방을 보았다.
구름이 산굽이 굽이 갖혀버린 풍경에 허우적 거리며 울컥 거렸다.
햇살은 퍼부을 준비를 충분히 한 모양이다.
산봉우리들은 밤새 이슬에 방치된채 일제히 해를 맞이했다.
위험하지도 않은 바위지만 난 후덜거리며 즐거워 하기도 했다.
신선봉은 이년전의 모습 그대로 있는듯 했다.
두발 디디고 있는 난 다시 와 본다. 봄 햇빛 아래 반짝거리는 능선에서 이곳을 바라다 보았으나
오늘의 능선은 원숙하고 깊다.
그는 어린아이 처럼 맑은 표정이었지만 성숙의 도가 지나친 아저씨였다.
그런 모순은 산행내내 따라 다녔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피어오르는 속도는 보이지 않는 공기속에 뒤섞여 빠르기도 느리기도 했고 이유없이 무상했다.
마치 구름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질곡 같았다.
누구에게 물어 볼까.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그들의 등뒤엔 서늘한 공기와 밀착관계에 놓여 있었고
그것과의 교감은 일상에선 없기에 더욱 차가웠다.
뒤돌아 선 그들에게
지금껏 소통중 가장 완벽 했다오!
대간령
암봉 가는길,
흰무리들의 향연은 극에 달했다.
암봉에 선 그는 바위와 구분이 되지 않았고, 우린 그를 바위보듯 바라 보았다.
뭐가 들어있는지 유난히 무거운 배낭은 그의 어깨를 짓눌렀지만 그것조차도 잊어 버릴만큼 풍경에 빠져 있었다.
난 아주 오랫동안 암봉에 앉아 있고 싶었으나 이상스럽게 파리떼가 많았다.
서둘러 지나왔다.애초에 계획이 없었던 것처럼 얼릉.
마산봉엔 몇몇 등산객들이 있었고 약간의 가파른 내림길의 알프스쪽으로 향해 있었다.
리조트 앞에 도착하니
우리가 언제 산행 했던가? 지난날 다녀간바 있는 무수한 사람중에 일인이 되어 있었고
계절은 기다리지 않아도 가고,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은 잠자고 있었다.
이후 우리는 고단한 몸으로 아스팔트와 산길을 지겹게 걸어 어느 무우꽂 무성한 밭을 감정 없이 지나쳤다.
진부령가는 길은 길었다
걷다가 졸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다.
졸음은 나를 고문하고 못이겨 놀라 눈을 떠보니 아직 길위에 길을 묻고 있었다.
돌아서 보고 있는 그는 어디선가 본듯한 사람마냥 낯설게 응시하고 있었다.
첫댓글 휴가지를 추천해 주신 덕에 좋았슴니다. 감사 드림니다!
요 코스는 3번인가 4번인가 했는데...이젠 국공땜시 가기가 걸끄럽게 된 7시간 정도면 진행을 다 할텐데...마산에서 뻗은 고성쪽 능선도 가야되는데 교통편이 영 ㅠ
진부령서 미시령까지 택시비가 45000원 이더라구요. 기사님이 새벽에 잠이 덜 깨서 우왕좌왕...
국공이 있을까봐 조용히 접근했는데. 미시령휴게소에 차가 여러대 있었어요. 기사님이 그러던데, 차에서 잠자는 사람이라 캅디다.
걸리든 말든 에라~몰겄다 하며 신나게 올라갔죠.
풍광이 좋습니다. 좀 있다가 능이버섯도 좀 따고 마가목 채취하러 갈 겁니다.
전날 비가 와서 그렁가~풍광에 빠져 허우적 대느라 산행시간이 열시간이나 걸렸어요.
완벽한 대간 한 구간이네요. 역시 설악.
새로운 산행기 기법이 돋보입니다. ^^
첨엔 화암사서 화암사로 계획을 잡았는데, 능선거리가 짧은듯해서 대간 한구간으로 수정 했습쬬.
상봉 정상석 저정도믄 닥상이쥬 더커서 뭐해써요 그츄..ㅎ
언제 또가시거든 너저분하게 흘러내린 상봉 돌탑좀 다듬고 오세요..
그츄~~ 닥상이쥬,,, 그럼 또가요? 다듬어러.. 사실 또 가고 시퍼요, 디디씨님 가신다믄 또 몰라~
@솜사탕 지는 저렇게 높은산은 당분간끝났시유~~ㅠ
등산은 어찌어찌 해보겠는데
하산땐 골병들것같아요.
걍~내깔려뒀다가 내년가을쯤에나 다듬으로
함가자구요^^*
사진 빼고, 글 연결하면 한편의 시네요. 글과 사진 잘 읽고, 보고 갑니다.
글 연결이 되나요? 성질이 급해 마구잡이로 갈기는데요! 큭큭,
황철봉 가고 싶어지는데 그 놈의 국공파....
몇년전에 황철봉갔다가 왼편 복숭아뼈 심하게 삐어서 저항령쪽으로 절뚝거리며 내려 온적 있어요.
걸을만한 상황이 아닌데, 금지구역이라 구조요청도 몬하고 생고생 했었지요. 문제는 같은 부위에 세번이나 삔경험. 이제 절대 절대 안삐죠.암!
맑고 푸른 시원한 풍광에 님의 아름답고 가슴속 울리는 감흥이 묻어난 아침이슬 같은 글귀에 감동 또 감동입니다
가슴속은 제가 울렸는데, 영주님께 전달 되었다니, 참으로 좋슴니다.
얼씨구나 조오타~~이건 아니네요! 암튼 좋은 산행이어 가시길요!
대간령에서 마장터로 하산하였는데
상봉과 신선봉이 훨씬 와 닿았슴니다. 무박은 잠못자서 꼭 다쳐서 내려오는데, 신기하게도 요번엔 졸기만 했다니까요?
새벽산행이 좋긴한데 게을러서 저도 잘 안되고 있죠... ㅎㅎ
설악을 70여회 갔어도
이 코스는 12년쯤전에 한번만.....
옛추억을 회상하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리도 많은 설악의 추억은 모두 감당이 될까요!
안개처럼 다시 피기도 할까요! ㅎㅎ 뫼사랑님의 회상에 저도 또 한번 그곳에 서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