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닭 모를 그리움.
갑자기 그런 날이 있다네.
흐린 머릿결이다가, 빗속 적삼 적시고
반짝 꽃 햇살 치마에 달더니, 바람 이는 소맷자락.
생의 화지에 예쁜 색을 덧칠할수록 탁도는 높아져
붓을 놓고 멍하니 앉아 채색을 포기하면
오랜 햇살에 붉은빛은 바래고
청색만 고요로 남다가
파란 잎 되어
바람에 나부끼며
생의 환희가 스멀거리지.
비워졌기 때문이야, 절망 뒤의 폐허.
그 위에 풀씨 한 톨, 빗방울 두 개, 햇살 세 줄기.
붓을 버려야 해, 물감은 뭐에 쓰겠어.
바람이 심고, 비가 돋우고, 햇살이 키우지.
중첩될수록 맑아지다가 무색 되는 빛다발의 채색.
물감은 바를수록 흐려지고, 빛은 더할수록 환해지는 이치.
중생은 욕심으로 탁해지고, 보살은 버림으로 열반에 들지.
숨결로 불고, 맥으로 타게나.
폐를 짜내지 말고, 손가락을 꺾지 말게.
배회하는 바람으로 울고, 누에가 토해낸 명주실로 짓게나.
낙락장송으로 굳셈을 자랑 말고, 명아주 줄기로 다리가 되어주시게.
몽당연필처럼 짧은 백동 비녀로 여윈 명주실을 타면
오동 판 위에서 나직이 달이 누워 나방을 부르네.
괘하청 내리면 왼손 멈춰 삶을 정리하고
무현 울려 허공의 손이 다음 생을 그리다
비녀의 나직한 은빛이 가볍게 문현에 꽂히자
누런 황(黃)이 나직이 우네; 생의 마지막이자 생의 시작으로......
(8월엔 개근하겠습니다. 아직 몸이 쾌활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궁금해 하는 어느 분이 고맙게도 문자를 주셨기에...퇴근하기 전에 몇 자 남깁니다.)
첫댓글 그사람이 접니다 ㅎㅎㅎ
몸이 가장 우선 이에요,, 무리 하지 마시구요^^
ㅎㅎㅎ 그랬군요.
삶에도 변곡점이 있어
오름의 절정에서 찰나 멈추고는 추락하고
하강의 바닥에서 순간 정지하다가 상승의 주기를 맞지요.
숱하게 삶의 언덕을 오르내리다가
아주 오래 내리막길을 만나더니
바닥에서 주츰하고 있습니다.
변곡점입니다. 이제 올라야 합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그대로 정체 한다면 이를 "숙환"이라 불러 오래 앓다가 떠날 조짐이고
여기서 더 내려간다면 거기는 무덤이라 부르는 지하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변곡"점"인 줄 알았더니, 점이 선이 되어 변곡"선"으로 길게 누워있습니다.
이 평행선을 벗어나려고 일요일마다 뛰었더니....허리가 버티지 못하고 무너집니다.
한 달 째, 걷기가 불편합니다. 퇴행성, 허리뼈의 통로가 좁아져 신경이 눌리어 아픕니다.
정답은 알지만.....허물어져 가는 내 육신의 철근과 마지막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안정을 택하느냐, 무너질 것이냐, 치고 오를 것이냐; 모두가 위험합니다.
정답은 알지만, 의식이 육체를 지배합니다, 포기 내지 절망 같은 것.
삶은 이렇게 커가는 것인지, 그렇게 붕괴하고 마는 건지.
그래도 오늘 하늘은 파랗고, 배롱꽃은 붉습니다.
그대의 삶은 밝아지고 가야금 소리빛깔은 맑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