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의 막내딸 양진은 돈을 받고 언청이에 절름발이인 훈이와 결혼한다. ‘여자의 인생은 고생길’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그러한 인생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양진은 훈이와 함께 하숙집을 운영해나가며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장애인과 산다는 멸시에도 굴하지 않고 온갖 궂은일을 다 하면서 유일한 자식이자 정상인으로 태어난 딸 순자를 묵묵히 키워나간다.
부모의 살뜰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자란 순자는 안타깝게도 엄마 나이 또래의 생선 중매상 고한수에게 빠져 결국에는 한수가 유부남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만다. 불행의 나락에 빠진 순자는 목사 백이삭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면서 구원을 받게 되고, 둘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이삭의 형 요셉 부부가 사는 일본 오사카로 향한다.
오사카에서 한수의 핏줄인 아들 노아가 태어나고, 이삭의 핏줄인 동생 모자수가 태어난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노아는 모든 면에서 이삭을 닮았고, 모자수는 이삭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며 성장한다.
가난과 차별로 힘들게 살던 중 이삭은 신사참배 문제로 감옥에 갇히고 급기야는 고문의 후유증으로 죽고 만다. 남편을 잃은 순자는 온갖 차별과 냉대, 가난을 견디며 김치와 설탕과자 노점상을 하며 두 아이를 키운다. 힘든 나날을 보내던 순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본 야쿠자의 두목이 된 한수의 도움을 받게 된다. 한수는 순자가 일본에 도착한 후, 순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남모르게 도움을 주어왔던 것이다.
일본의 패망을 미리 알아챈 한수의 도움으로 순자 가족은 일본인이 경영하는 농장으로 피신한다. 홀로 떨어져 지내던 요셉은 원폭의 피해로 심한 부상을 당하여 농장으로 온다. 순자의 어머니 양진은 한수의 도움으로 순자가 있는 오사카로 와서 순자의 가족에 합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