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시간 호수에 내리는 하늘 물기둥* >
박수원
어제의 그 말씀이 말씀 아니었듯
어제의 그 사랑도 사랑 아니었듯
순풍은 순풍대로, 풍랑은 풍랑대로 그런 대로 좋았듯이
미시간 호수 언저리에서 몰래 던져버린 유년의 인천 앞바다가
성큼성큼 물감 퍼지듯 섞이던 날엔
금세 갈매기 끼룩끼룩 날아오르고 내 마음 하늘 기둥으로 솟구쳐 올랐듯이
그랬었지, 그건 바다 격정의 바다였지
벌써 불혹의 붓 자욱이 오롯이 드러난 자리
불기둥 하나씩 옮겨 놓은 그 자리에서
허연 물기둥으로 내려 심은 호수 속 바다였지
사는 건 이렇게,
내가 던진 한 웅큼 바다였지만
매일이 시든 나무에 열매 달리는 붉은 사랑이어서
매일이 하늘 아래에 서 있는 푸르른 고독이어서
다시 사는 건,
미시간 호수 내리는 하늘 물기둥 바라다보며
하늘로 통하는 길목을 서성이다가
튀어 오르는 물고기만큼 튀어 오르려다가 그만 물거품도 지치면 따라 내려오는 것
그러고는 때때로 그리워서 분노하느니,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늘 눈 감고서 바라다보는 것
무심의 바다처럼 여기고 사는 것
순풍은 순풍대로, 풍랑은 풍랑대로 그런 대로 좋았듯이
*시카고 한인미술협회 전 회장 및 한인문화회관 전 갤러리관장 김주성 화백(1950~2019)의 서양화 제목
*2017년 제40주년 개인전기념 축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