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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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 앞서- '올드보이'란 제목이 맘에 든다. 이 용어는 두가지로 해석된다
몸의 성장이 멈춘 늙은 영혼의 소유자...그리고 어느 시기에
영혼이 성장하기를 멈추고 몸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는 자
여기서는 영혼의 성장이 멈춘 자를 의미한다.
교복을 입은 어린 오대수의 호기심어린 눈이 깨진 유리창 밖에서 몰래 빛난다
빈 교실 안엔, 사진기 셔터를 누르며 대상자에게 도취되어 있는 소년이 보이고
자신에게 도취하고 있는 소년의 시선을 즐기는 아름다운 소녀가 뛰어다닌 후의
깊은 숨을 헉헉 토해내며 웃고 있다...소년의 손길이 소녀에게로 가 닿는다
정막하고 나른한 햇살이 머물던 시간...
누가 알았을까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몇분이 훗날 그들이 맞게될 비극의 고,요,한 전주곡임을.
어린 오대수는 이 엿봄을 전학을 가던 날, 친구에게 대수럽지 않게 말한다
자신이 떠난 후, 그 곳에서 소용돌이칠 소문과 한 소녀의 자살을 모른채.
이쯤에서 꺼내야 하는가...소녀와 소년은 오누이였다는 것을!
언제부터인가 영화의 소재찾기가 '금기영역'에까지 도전(?)한다
이 영화의 반전을 말해주는 요소 또한 '근친상간' 이다
물론,여기에 잣대를 들이대고 싶은 생각은 없-다...어디까지나 예술 영역에
속하는 문제이므로. 현실과 동반하되 그럼에도 예술은 자유로워야 하니까.
궁금하다...주된 스토리를 이루는 오대수의 행로보다는 추적하는 자 이우진의
감춰진 그간의 생애가 말이다. 누이를 강물에 놓아버리고 부터 그 후까지.
아니, -영화의 미흡한 부분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 누이와의 두렵고도 매혹적인
유희의 시간 혹은 추억들이 궁금하다.
심약한 어린 영혼의 대사와 웃음소리는 천진하고 겨울 초승달처럼 차갑다.
오대수 스스로 알아내게한 자신과 누이에게 준 상처, 복수를 합리화시키려는 상처.
사랑하는 누이를 잃어버린 슬픔,도저한 그 슬픔.
하지만...
이우진이 견뎌온 생의 목적은 어쩌면 '복수'가 아니라, '죄의식'은 아닐까.
사랑하는 누이를 강물에 놓아버린 어린 이우진이 그 후로 짊어져야 했던 형벌.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왜 그 때 너는 함께 하지 못했느냐고...너의 누이와 생 저편으로 가지 않았느냐고
심약한 너의 영혼은 누이의 죽음을 오대수에게 돌린다.그때부터 너의 표적은
오대수였다...네가 가진 부와 네 명석한 머리는 오직 복수를 위해 존재했다
네가 선택한 생존방법이자 생의 추진력인 셈이다.
그래서 너는 무엇을 이루었느냐...오대수에게 미도를 선물하므로서 끔찍한 불행을
선물하였다...그래서 너는 무엇을 이루었느냐!
엘리베이터에서 너는 권총 자살을 택했다...목적을 이룬 후의 허망함과 쓸쓸함을
견디지 못해서? 천상에 있을 네 누이에게로 가기 위해서?
나는 알고 있다...너의 끝끝내 떨쳐내지 못한 '죄의식'이 네 머리를 겨눈 것이다
어처구니없이 15년을 독방에 갇혀야 했던 오대수의 인간적인 분노와 왜곡되어가는
모습도 충분히 비극적이지만 너에게는 못미치는것을.
너에게 공감 한다...너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잊어버릴 수 있었더라면 네 영혼은 햇빛속에서 성장 할 수 있었을까
차라리 용서했었더라면(자신과..그 밖에 것을) 좀 더 행복 할 수 있었을까
네 앞에서 혀를 자르고 네 구두를 핥는 오대수를 보며 너는 킥킥 웃었다
그것은 마치 천진한 아이의 장난끼어린 웃음과 같았다
"내 심장은 기계로 움직여요 리모콘으로 끄면 멈추게 할 수 있죠"
라고 말할 때의 웃음과 같았다
이제 결론을 내리자
너는 죽고 오대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다
오대수의 대사가 있다
"짐승만큼도 못한 삶일지라도, 살 권리는 있는거 아닌가요"
금기를 깬 자의 삶을 상상하기는 힘들다...누구라도 그 당사자가 되지 않는한.
적어도 생의 불을 스스로 끄지는 않을 오대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주인공들에게 숨을 불어넣는 영화감독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힘들다.그렇기 때문에
대체 어떤 마음이어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느냐고 묻는건 의미가 없다.
영화도 그러하고, 실제하는 시대도 참 많이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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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스트 누이와 우울증 소년의 아름다운 사랑&...[올드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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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연기를 어쩌면 그리도 잘들 하는지... ㅡㅡ
아름다운 감상문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못쓸까..... TT
그 대신 님은 논문 잘 쓰시잖아요...항상 영화 논문 잘 보고 있습니다..
왜, 내가 감상문으로 쓴 글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비평이나 논문으로 보이는 건지? 뭐가 잘못된 걸까......
저도 wannaB님의 영화평 잘 읽고 있어요...댓글은 잘 달지 못했지만 말이지요^ ^..오늘은 첫눈이 왔습니다!!
이우진의 과거 행적...저는 그가 서슴없이 자살을 택할때...그의 과거를 읽을수 있었습니다...
내 마음을 느낌을 드대로 옮겨준 듯한 감상문이네요. 유지태의 차가운 절제된 연기와 최민식의 불같은 연기에 박스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