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중·대형 신차들 1L 당 연비 17㎞ 넘어
BMW 520d는 두 달간 한국서 판매 1위 달려
한국서 잘팔리는 美 토러스 연비는 lL 당 8.7㎞에 불과
상품성 없는 차 내놓으며 "연비 규정 고쳐라" 압력
BMW·벤츠 등
독일차 회사들이
한국 정부의 연비 규제 강화 움직임에 맞서 한국 자동차 기업들보다 더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국산 경차(輕車)보다 기름값이 덜 드는 고급 세단, 국산 경쟁차보다 기름은 덜 먹고 성능은 높은 준중형차 등 상품성이 뛰어난 신차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반면
미국차 가운데는 브랜드 가치나 상품성은 물론 독일차와 연비 측면에서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이 단 한 차종도 없다. 독일 업체들이 연비 규제가 강화되는 한국 시장 환경에 맞춰 고연비 차종을 투입해 성공을 거두는 반면 미국 업체들은 한국 규제를 바꿔 미국차에 억지로 맞추겠다는 식이다.
◆독일차, 국산 경차보다 뛰어난 연비의 중대형 신차로 승부
지난 8월 출시된 BMW 520d는 최근 두 달 연속 판매 1위다. 값이 6240만원이나 하는 고급 세단이지만 두 달 동안 1130대가 팔렸다. 이 차는 디자인과 동력 성능이 뛰어난 데다 공인 연비가 경유 1L(리터)당 18.7km로 국산 경차인
GM대우 마티즈 크리에이티브(휘발유 1L당 17km)보다 훨씬 높다. 520d는 경유를 쓰기 때문에 기름값 부담은 마티즈보다 30%나 덜하다. 수입차협회 관계자는 "한국에서 520d 같은 차가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은 한국에서도 연비 좋은 수입차에 대한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회사별 신차 평균 연비를 L당 17km 이내로 강제하고, 이를 위반하면 벌금을 물릴 계획이다. 당초 BMW는 기름을 많이 먹는 중대형 세단 판매 비중이 높기 때문에 연비 규제 강화에 따라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다. 주력 차종인 520d는 2015년 연비 기준 L당 17km를 넘었다. BMW는 또 내년 중 공인 연비가 L당 22.2km인 3시리즈 디젤 고연비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BMW는 주력 판매 모델인 중대형 세단을 그대로 팔면서도 국내 연비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강력 무기를 준비 중이다. 벤츠코리아는 배기량 2.5L 4기통 디젤 엔진을 얹은 자사의 최고급 대형 세단 S클래스 250 CDI를 이르면 내년에 한국에 선보인다. 이 차는 연비 좋고 작고 가벼운 4기통 엔진을 얹어 대형 세단에는 큰 엔진을 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벤츠 최윤선 차장은 "벤츠에서 가장 큰 세단이지만 유럽 기준 공인 연비가 경유 1L당 17.4km에 달한다"고 말했다.
아우디 역시 자사의 최상급 대형 세단 A8에 4기통 엔진과 하이브리드 기술을 넣어 연비가 중소형차 수준인 신모델을 곧 내놓을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은 내년에 준중형 해치백 골프의 고연비 모델인 골프 블루모션을 내놓는데 이 차의 연비는 1L당 20km 내외로 국산·수입차를 모두 합해 동급 최고 수준이 예상된다.
◆미국차 대부분 연비 최악… 연비 규제 완화돼도 판매 상승 어려워반면 미국차는 기름 많이 먹고 상품성도 국산차보다 떨어진다. 그러면서도 '차가 안 팔리니 연비 규정을 고치라'고 떼쓰는 형국이다. 미국
포드차가 이달 4일 미국 일간지 12곳 등에 '한국 자동차시장이 불공정하며, 이를 고치지 않고는 미국차를 팔 수 없다'는 내용의 전면 광고를 낸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 3사가 한국에 팔고 있는 차들의 연비를 보면 이들이 한국 소비자 취향을 연구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올해 1~10월 3413대 팔려 미국차 가운데 판매 1위인 포드 토러스의 경우 국내 시판 포드 세단 가운데 연비가 가장 좋지만 공인 연비가 1L당 8.7km다. 독일차 중 판매 1위인 502d와 비교해 기름을 두 배 이상 먹는다는 얘기다. 또
크라이슬러에서 가장 작은 모델인 지프 컴패스도 연비가 1L당 10km.
GM에서 가장 잘 팔리는 캐딜락 CTS는 9.4km이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같은 차는 연비가 5.9km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해 1~10월 국내 수입차 판매에서 독일차는 4만3951대(전체의 59%)나 팔린 반면 미국차는 6247대(8%) 판매에 그쳤다.
BMR컨설팅 이성신 대표는 "미국차는 한국 소비자에게 먹힐 만한 연비 좋고 매력적인 차를 내놓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한국 연비 규제를 아무리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바꿔봐야 미국차 판매는 별로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