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이야기는 해방 후 70년대
박정희 시절까지 있었던 이야기며
세대 따라 체험 겪어 본 경험담은 다를 거고
중학교 무시험 입시 이전 세대는 나이 따라
한두 개씩은 공감하고 잘 알 거 같으며
그 이후 세대는 저게 뭔 소리인지
이해 못 할 거 같으며, 지금 아이들은
전설의 이야기로 들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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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우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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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교 가는 길 중간중간 흙길이 조금이라도 좋은 구역은
신발 닳을세라 벗어 들고 맨발로
뛰던 검정 고무신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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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책은 보자기에 싸서, 어깨 가로 묶음으로 하여 달리면
필통에서 달그락 소리가 났던 몽당연필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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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영양 부실로 두상에 마른버짐 꽃을 달고
다리에도 여기저기 헐미 자국을 갖고 살아온 흉터 자국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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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춘궁기는 거반 점심을 굶어
하교 길에는..... 빼기, 잔대, 개구리 뒷다리, 천방뚝 뽀삐, 찔레 순,우렁이,
메뚜기, 새박우, 뱀딸기, 송구, 고염, 개멀구, 개복숭아, 머루, 다래, 참꽃.....
하늘 아래 입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샅샅이 뒤져서 다 먹고 다닌 허기진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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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질, 초점, 배앓이, 껄깨이, 지랄병, 천연두, 문둥병, 천식.....
궁핍으로 이런저런 병을 겪었지만 바르는 약은 된장이나
개멀구 잎사귀, 먹는 약은 금계랍, 회충약,
그리고 바르는 약은 아까징끼로, 몹쓸 고질병을 겪은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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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춘궁기에 허기져서 미처 익지 않은 보리를
낫으로 조금씩 먼저 베어서 먹었던 보릿고개의 마지막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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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반찬이 없어 찬물에 식은 보리밥 말아먹은 마지막 백비탕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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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형제가 많고 밥은 적어, 가마솥 누릉지도 서로 먹으려고 했던
개걸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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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 학교 다니면서 눈깔사탕 한 개도 못 빨아 먹고.....
소풍날 사탕 하나 돌아가면서 빨았던 사탕 공동 빨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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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미군이 준 껌 하나를.....
춘자가 며칠 씹고, 그 다음 말자도
며칠 씹고...
잠잘 때 벽에 붙여 놓았다가,
다음날은 남동생들이 돌아가면서 씹었던.....
츄잉껌 돌림빵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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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국수 한 그릇 준다면 잔치 일 돕고,
모심기 일도 도와 주려던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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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친척 집에 가서도 밥 량이 모자라지만,
밥 한 그릇 다 비우지 못하고 꼭 체면치레로 몇 숟가락 남긴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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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읍내 장 가서도 국밥 한 그릇 사 먹지 못하고, 쫄쫄 굶고 집으로
별 헤면서 힘없이 돌아오던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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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미군 밀가루 포대로 옷 검정물 들여서
바지만 입었던 노팬티 마지막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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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참외, 수박 살 돈 없어 보리쌀 혹은 감자 들고 가서
사 먹었던 마지막 낱알 물물 교환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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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석유 살 돈 없어서 소나무 관솔 불로 숙제 했던.....
콧구멍 시커먼 관솔불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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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성냥을 다항이라고도 부르고 한 통 살 돈 없어서, 성냥 낱알로 사서 쓰거나…..
그도 돈 없으면 군불 아궁이에 밑불 무덤 만들어 사용했던 마지막 불씨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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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아침 세수는 앞개울까지 걸어 나가서 비누 없이 얼굴 씻고,
이빨은 개울 고운 모래 중지에 묻혀서 딱던 마지막 모래치약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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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섬마을 선생님> 라디오 연속극 들으려고.....
동네 부잣집 머슴방에 먼저 자리잡으러 가던 라디오 공동 청취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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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추운 겨울 단백질 보충 위해서 햇불 들고
초가지붕에 잠든 참새잡이 하던 참새 단백질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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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추운 겨울 논 웅덩이가 꽁꽁 얼면
진흙 속에 잠자는 미꾸라지 잡으러 다닌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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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등하교 길은 보통 10리, 20리 산길로 뛰어다니고,
마을이 멀고 해가 일찍 저물면 부모들이 호롱불 들고
산 고개길까지 마중 나와서 집으로 돌아간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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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등하교 길에 만나는 문둥병 걸인은 아이 간을 빼먹는다.
애총 무덤은 여우가 파먹는다.
상여 곳집에 피 묻은 귀신 나온다.
돌고개 마루에 늑대가 있다.
등교길 여기저기 귀신 이야기가
숨어 있어.....비록 어리지만 간 큰 아이들이 많았던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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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정월 대보름은 하루 전에 산에 올라서 달맞이 불 피울 소나무 쌓아 놓고
보름달 솟는 날은 불 피우면서, "달 봐라!" 고함치며 소원 빌고,
매곡, 괴정, 현애, 작녁골, 미질, 신양, 잘패,
어느 동네 불이 가장 크고 잘 타는지 무언의 시합을 했던
마을공동 달맞이 불꽃놀이 한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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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흑세미, 붉은 당가루로 개떡 만들어도 별미로 치던 개떡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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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선보러 갈 때는 동네 아는 삼촌 양복 빌려 입고 갔던
마지막 양복 빌림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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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마을 형님 장가드는 날,
새색시 보고 싶어 꼬맹이들이 색시 가마 넘어오는
돌고개까지 마중 나갔던 꽃가마 구경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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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첫날밤 새신랑이 새각시 옷 벗기는 것 구경한다고
올망졸망 문고리 잡고 들여다 보다가 신랑이 뿌리는 간장물 덮어쓰면,
불 꺼진 색시 방에 청양초 불 때워
매운 연기로 신랑 각시 괴롭히던 장난끼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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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브레지어 없이 젖가리개로
시집 온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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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신혼살림은 변변한 옷장 하나 없이 미군 보루박스 혹은,
비닐형 비키니 옷장과 사글셋방에서
시작한 마지막 사글세 단칸 신혼방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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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새신랑 매달아 놓고 발바닥 패던 초야 놀이 한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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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아버지가 장 가시거나
이웃 마실 나가시고 해 떨어져도 안 돌아오시면.....
호롱불 들고 밤길 마중 갔던 마지막 호롱불 마중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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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부모님에게 말 대꾸 할 줄 모르고 어려서도 논밭에 나가
새끼머슴처럼 일하면서
늘 부모님 말씀 듣고 모시는 마지막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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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추석 성묘는 일가친척 다 함께
이 산골, 저 산골 선대 산소 벌초 다니는 마지막 세대.
35.부모상은 3일 밤낮을 곡을 하고,
빈소와 제사를 정성껏 모셨던 마지막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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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가족을 위하여 일요일 특근도
서로 하려고 했고, 간식으로 나오는 빵을 동생들 주려고
먹지 않고 집으로 갖고 오던 공돌이, 공순이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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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열악한 단칸방 연탄 난방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은 마지막 연탄가스 절명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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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달랑 열차표만 들고 객지에 나와 첫날부터 잠잘 곳 못 찾아 헤매던,
출세를 위하여 무작정 대책 없이 고향 떠난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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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공부 잘하고 머리 명석해도, 부모님에게 대학 보내달라고 조르지 못하고.....
수출 단지 뒷골목 쪽방촌에서 방값 아끼려고
여러 명 한방에 같이 자취했던 마지막 쪽방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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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총알 쏟아지는 월남 전쟁터를 쌀밥 원 없이 먹을 수 있다 하고,
살아 돌아오면, 논밭 서너 마지기 살 수 있다하여 겂없이 전쟁터로 간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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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그렇게 벌어서 아들 딸은 전부 대학 졸업시키고....
이제 쉬는가 했지만, 수시로 손자 손녀 돌보미로 살아가는 마지막 국졸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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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일평생 일해서 도시에 마련한 아파트 한 채마저 자식들 위해 팔고....
다시 그 궁핍했던 고향마을로 낙향해서, 다시 농사짓다가 쓰러지면....
아들 며느리의 고급 외제 차에 실려서 더 먼 요양원으로 가서...
매일 요양원 진입로 멍하니 바라보다가...
언젠가는 눈물로 세상을 떠나는 쓸쓸한 외톨이 노인으로 삶을 마감 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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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