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을 붙잡지 마세요” 김수연 원장이 말하는 ‘우아하게 나이 드는 법’
최소라 기자
입력 2026/08/19 07:00
[이슈人터뷰]
김수연 원장은 노화를 단순한 ‘외모 변화’가 아니라 ‘회복력의 저하’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최소라 기자
모든 생명체는 늙고, 결국 죽는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많은 사람이 노화를 ‘싸워 이겨야 할 적’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주름을 지우고 흰머리를 감추며 젊은 시절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쓴다. 그러다 보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놓치거나 과거와 비교하며 현재의 삶을 평가절하하기 쉽다.
최근 저서 ‘우아한 노화’를 출간한 김수연 원장은 “노화를 단순한 ‘외모 변화’가 아니라 ‘회복력의 저하’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노화 자체는 피할 수 없지만, 몸의 변화를 이해하면 나이 드는 방식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을 만나 건강하고 우아하게 나이 드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노화란 ‘삶 다시 설계하라는 신호’
-최근 책을 출간했다. 집필 계기는?
“내 몸의 변화로부터 시작됐다. 마흔다섯에 둘째 아이를 낳았다. 첫째 아이를 낳았을 때와는 회복 속도와 체력이 달랐다. 이전에는 며칠 쉬면 괜찮아졌던 피로가 오래가고,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았다. 의사인 나조차 직접 겪고 나서야 ‘노화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게 아니라 작은 불편과 회복력 저하로 시작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관련 경험과 지식을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노화를 다르게 정의한다. 김수연 원장이 생각하는 노화란?
“의학적으로 노화는 세포 손상의 축적, 만성 염증, 호르몬 변화, 근육 감소 등 여러 변화가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환자의 삶에서 노화는 훨씬 현실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나는 노화를 외모 변화로만 보지 않는다. 몸이 손상된 뒤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힘, 즉 ‘회복력’이 떨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젊을 때는 잠을 조금 못 자거나 무리해도 금세 회복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같은 일을 해도 피로와 통증이 오래가고 근육이 빨리 줄어든다. 이런 변화들이 노화가 시작됐다는 신호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우아한 노화’는?
“나이가 들어도 내 몸과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주름 몇 개가 아니라, 통증 때문에 걷고 싶은 만큼 걷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노화의 본질은 ‘아름다움의 상실’이 아니라 ‘자유와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데 있다. 몸에 변화가 찾아왔을 때 포기하지 않고 회복할 방법과 태도를 미리 갖추는 게 중요하다.”
◇한국인의 노화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는 나라 중 하나다. 의사로서 우려하는 점은?
“평균수명이 계속 늘고 있는데, 건강하게 움직이며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기간인 건강수명은 그만큼 늘지 않고 있다. 인생의 마지막 10~20년을 통증과 만성질환에 시달리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생활하기 어려운 상태로 보낸다면 그것은 개인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에 매우 큰 부담이다. 그래서 앞으로 병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능한 오래 걷고, 먹고, 생각하며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몸의 기능을 지켜주는 방향으로 의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진료실에서 느끼는 ‘한국인의 노화 특징’을 꼽자면?
“첫 번째는 회복을 미루는 습관이다. 피곤해도 참고 일하고, 잠이 부족해도 버티며, 통증이 생겨도 심해질 때까지 견디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건강검진 수치는 잘 관리하지만 기능 저하는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기적으로 검사하면서 근육량, 수면의 질, 걷는 속도, 균형감각 등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식생활에도 양면성이 있다. 전통 한식은 채소와 콩, 생선, 발효식품을 다양하게 먹는 장점이 있지만 국, 찌개, 김치, 장류를 많이 먹으면 나트륨 섭취가 높아지기 쉽다. 마지막으로 노화 관리를 피부, 체중, 영양제, 특정 시술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젊어 보이기 위한 관리보다 오래 움직이고 회복하기 위한 관리가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할까?
“삶의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 잠을 줄여 성취하는 삶에서 충분히 회복하는 삶으로, 체중을 줄이는 다이어트에서 근육을 유지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프고 약해진 뒤 치료하기보다 40~50대부터 수면과 근육, 대사 건강, 통증을 꾸준히 관리하자. 한국인이 특별히 빨리 늙는다기보다, 너무 오래 참고 몸의 기능이 떨어진 뒤에야 관리하려 하기 때문에 더 빨리 늙는다고 느끼는 것 같다. 우아한 노화는 젊음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소모품처럼 사용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김수연 원장이 노화와 관련된 의학 정보와 비법을 담은 책 '우아한 노화'를 출간했다. /사진=북스고
◇우아하게 나이 드는 사람들의 공통점
-노화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가 들며 떨어진 기능과 회복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 기본이 음식, 운동, 수면이다. 음식은 회복에 필요한 재료를 제공하고, 운동은 몸의 기능을 유지하며, 수면은 손상된 몸의 회복을 돕는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되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 역시 기본적인 항노화 습관이다. 아침에 20분 정도 햇빛을 쬐며 가볍게 걸으면 생체리듬을 조절해 숙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신적 측면도 중요한가?
“중요하다. 몸과 마음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함께 관리해야 한다.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호기심’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가고, 젊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뇌를 자극한다. ‘유연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몸과 마음이 변하면 삶을 현재 상황에 맞게 다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나와 비교하기보다 현재의 몸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사람이 삶의 주도권을 오래 지킬 수 있다. 사람이 늙어서 호기심을 잃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잃을 때 삶이 먼저 늙기 시작하는 것이다.”
◇낡는 게 아니라 깊이를 더하는 것
-나이가 들면 좋은 점도 있을까?
“많다.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젊을 때보다 남의 시선에 덜 흔들리고 내게 소중한 사람과 일에 더 집중하게 된다. 실패와 상처를 지나오며 쉽게 무너지지 않는 힘도 생긴다. 젊음이 가능성의 힘이라면, 나이는 회복한 경험이 주는 힘이다. 물론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몸과 마음을 돌보고 경험을 성찰할 때 비로소 쌓인 세월이 깊이를 만든다. 결국 나이 듦은 단순한 쇠퇴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내려놓고 더 중요한 삶에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무탈히 걷고, 사랑하는 사람과 식사하고,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선택하며 사는 게 더 중요하다. 우아한 노화는 나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몸을 이해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며 살아가는 과정이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꾸려 하지 말고 조금 더 일찍 자고, 단백질을 챙겨 먹고, 10분이라도 걷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나이가 드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지금의 작은 선택을 통해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6/08/18/202608180237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