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서리 내린 날
최 병 창
차가운 뿌리의
시간들이 숨을 죽이고 있다
그 사이로
바람들은 지나갔고
지금도 바람들은 지나간다
꽃잎 속에도 사람이 있었고
절벽 끝에도 사람이 있었건만
자신만의 신념으로
맞춤이란 일상은
기대하는 만큼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쁨과 슬픔이란 일상의 기본이다
진실일까 가상일까
모두가 다 진심으로 서있다지만
그림자는 어디서도 찾을 길이 없다
지금 내린 첫서리는 너무 어두워서
기억을 기다리는 시간 너무 길어
어떻게 만난는지는
침묵의 도시처럼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충만과 허기의 밤이 오면
다시 얼어붙는 잎사귀들
뚜껑을 열면 여전히 눈을 뜨고
꽃단장을 하고 있는데
멀어지는
사람들의 노래는
어느 누구도 부르지 않았다.
< 2009. 10. >
옥잠화
비비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