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장의 AI 생성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 번째 이미지는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담고 있으니 카페의 운영방침에 맞지 않는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BGM: 강네네 ‘사건의 서막’
“어머님, 요즘엔 좀 어떠십니까?”
“아픈 곳은 없습니다.”
“이젠 그만 방에서 나오시지요. 아버님 곁이 허전하니, 불경한 자들이 제멋대로 지껄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부탁합니다. 당신이 돌봐주니 맘이 놓이는군요…”
버림받은 플랜태저넷의 장미.
영문 모를 괴질은 하루하루 그녀의 생명과 젊음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천천히, 조금씩.
“어머님은 이 나라의 왕비이십니다.”
“그러는 당신은, 세자이자 섭정이지요. 그 밑에서 보호받고 자랄 내 아이들이 당신과 왕좌를 놓고 다툴 일은 없을 테고요.”
‘…그대 탓이 아니오.’
소 엘레오노르는 알고 있습니다. 남편은 자신을 버릴 수 없지만, 믿지도 않는다는 것을. 천사의 가면을 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공허할 뿐입니다.
흰수리의 인장이 찍힌 수많은 서신들은, 오늘도 그렇게 금빛 사자의 머리가 달린 궤짝 안에서 썩어가고 있습니다.
‘편지하겠소.’
물론, 아버지 헨리 2세에게 호소해 그를 구한 결정은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런다고 지난 영광이 돌아오겠소? 거울을 좀 보시오. 자신이 얼마나 추한지 정말로 모르는군.”
“왜 흥분부터 하고 그러십니까. 각하와는 다 통할 수 있는 사이 아닙니까?”
“미에슈코 볼레스와보비치.”
스타리는 우선 말을 멈추고 실레시아 공작의 입을 바라봅니다. 얕은 수작… 기선제압을 하겠답시고, 저리 딱딱하게 나와봤자. 그가 정말 왕의 충신이라면, 여기까지 듣고 있지도 않았겠죠. 단검이 먼저 날아들어야 정상일, 역모 계획이니까요.
“처음부터 짚어보기로 하지. 당신은 빈털털이고, 나는 세자의 장인이오. 그 키예프의 마녀 하나를 잡겠다고 왕의 음료에다 수상한 걸 섞어넣자는 제안을 한 건 당신이고.”
“실레시아는 보헤미아, 헝가리에서 들어오는 진귀한 것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지요.”
“그래서?”
“더는 여인을 알지 못하게 된 왕이 무엇으로 그 부족함을 채우겠습니까? 입으로 들어가는 것에 탐닉하겠지요.”
“그럼, 살이 잘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잡아먹기라도 하잔 거요?”
“제 못난 아들들은 하나같이 쓸모없지만, 개중에 괜찮은 놈이 없진 않습니다.”
후처 에우독시아와의 사이에서 얻은 늦둥이 아들, 브와디스와프가 벌써 성년입니다. 왕세자인 소 카지미에시와 비슷한 또래.
“그러니까 내가 실레시아 상인들을 통해서 기막힌 물건을 구해오고, 당신이 거기에 특별히 조제한 사랑의 비약을 넣은 다음에…”
“그 년이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그걸 사가게 만드는 겁니다.”
“리크사가 왕에게 사심을 갖고 있다는 건, 확실한 얘기요?”
“제 난봉꾼 남편은 젖혀두고 크라쿠프를 맴도는 년이, 왕비의 빈 자리를 노려보는 건 당연하지요.”
“헛된 꿈이잖소. 혼인 무효가 된다 해도, 리크사는 왕의 질녀가 아니오? 사도좌에서 뭐라고 생각하겠소?”
“동생을 잡아먹고 영주가 된 키예프의 마녀가, 제 남편에게 소박맞고 음욕을 못 누르던 차에…”
스타리의 말 속엔 마치 풍자시와도 같은 기묘한 리듬이 느껴집니다.
“조카의 유산에 군침을 흘리던 왕과 눈이 맞아, 거룩한 서약을 어기고 진노의 포도주를 마신 뒤…”
실레시아 공작 볼레스와프의 얼굴에 다시금 긴장이 감돕니다.
“왕비는 사창가 괴질에 걸렸으니, 그녀의 아이들은 더러운 사생아들. 그게 누구 씨겠습니까? 각하의 귀한 딸을 배신하고 의붓어미와 붙어먹은 후레자식일 테죠. 그 아비인 왕은 욕정에 겨워 서약도 어기고 제 조카딸을 범한 음탕한 자. 이 나라 전체가 사도좌의 진노를 살 겁니다. 우리는 한때 적이었지만, 왕국을 바로잡는 데 내편네편이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왕과 왕비, 왕자들을 싸그리 내쫓고 당신을 왕으로 만들어주면, 내 손엔 뭐가 남지?”
“그 포도주를 바친 리크사는 무사하겠습니까? 왕의 씨를 받아 그 아이를 왕좌에 올리려 한 대역죄인입니다. 쿠야비아와 마조비아는 당신께 드리지요. 마녀도 끼워서 넘길 테니, 입술을 도려내고 손가락을 모두 잘라 온 거리에 조리돌림을 하시든, 팔다리에 말 꼬리를 묶어서 찢어 죽이시든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실레시아 공작은 비로소 흡족하게 웃어보입니다. 사악한 계획을 이미 이루어진 듯 말하는 스타리의 뻔뻔함에 혀를 차면서도, 거절하긴 싫습니다. 자신의 딸이 그의 아들과 재혼해 차기 왕비 자리를 보장받고 기름진 영토까지 딸려오는데, 그까짓 포도주 한 통은 싼 값이죠.
“벨러.”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발치에 누워 있던 사냥개가 벌떡 일어섭니다. 과연 사람보다 믿을 만한 녀석입니다.
“너는 무엇으로 그 긴 시간을 견딘 거냐…?”
지난 편지를 다시 펼쳐보는 스프라비에들리비.
“뭐 사람은 믿을 만해서 믿는 건 아냐. 그렇지?”
불쌍한 유대인이나 등쳐먹는 짓을 하니 없던 불신도 생기겠네요. 제발 꾼 돈은 갚아라… 유대인도 사람이야 사람.
“…엄살 떨지 마. 나는 여기 편하게 앉아있는 줄 알아? 거만한 성직자들은 내게 성 이슈트반 왕관 씌우기를 거부했다. 제국에 알랑거려서 이득을 챙겼다고… 그 소리가 먹힌 건지, 어머니는 돌아온 날 반기긴커녕 동생이랑 편먹고 또다시 음모를 꾸몄다. 그 보답으로, 예루살렘으로 여행을 보내드렸지. 아, 참고로 편도다."
누군가에겐 모든 것, 혹은 아무것도 아닌 것.
"내가 피땀흘려 일군 자리를 거저 먹으려던 동생놈은 감방 문을 밀어젖히고 오스트리아로 튀었다. 바르바로사가 노려보고 있으면 못 잡아올 줄 알았겠지. 멍청하긴… 보헤미아의 손을 빌려서 자기들끼리 싸우게 만들고, 그 놈을 되돌려받았는데 다리가 부러져 있더군. 살살 다루라니까…”
이탈리아제 성검으로 조카의 다리를 망가뜨린 지난 날이 겹쳐집니다.
“착한 순서대로 왕 노릇 해먹을 거였으면, 이 세상에 남아나는 나라가 있겠냐? 사서 고생하는 멍청아. 내 구린 이야기를 굳이 이렇게 늘어놓는 건… 말로 풀어내기 힘든 뭔가가, 너를 보면 느껴지기 때문이다. 넌 부정할지 모르지만, 모른 척하기엔 우린 너무 닮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