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노동시간 늘릴까, 어떻게 하면 그나마 일궈온 성평등을 뒤로 돌릴까, 어떻게 하면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 데려와 3등 시민으로 만들어서 착취할까 생각하는 건 19세기에나 할 수 있는 생각입니다.” 장하준 런던대 교수가 지난 6일(현지시간) 신경아 한림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한국은 1960년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1860년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통계를 작성해 온 이래 회원국 중 가장 큰 성별 임금격차를 가진 국가다. 장 교수는 올해 출간한 <경제학 레시피>에서 여성의 일과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를 다뤘다. 장 교수는 정부의 성평등 정책의 후퇴가 단순히 여성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에서 왜 중요한지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 수입’ 논란에 대해서 “50명 중 꼴등(한국)하는데 49등(홍콩, 싱가포르)하는 아이 공부법 따라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왕 따라하려면 1등 하는 아이(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 공부법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어떻게 하면 노동시간 늘릴까, 어떻게 하면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 수입해 착취할까? 정말 19세기에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완전히 병든 사회다. 이를 바꿔내지 못하면 사회적인 문제도 크겠지만 경제적으로도 점점 더 침체될 수 있다.
고령화가 문제가 아니다.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성을 높이면 젊은이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던 것을 이제 0.5명, 0.2명이 할 수도 있다. 꼭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은 아니다. 물론 출생률이 낮다는 것은 성차별 구조, 복지 부재, 교육 문제 등 병리적인 현상들의 증후군인 것이니 고쳐야 한다. 경제를 창의성과 다양성으로 더 높은 수준으로 끌고 나가는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
그게 잘 안되니까 자꾸 1860년대로 돌아가려고 하는 거다. 옛날에는 공장에서 15시간씩 초과수당도 안 받고 일했는데 그러면 나아지지 않을까, 어디서 싼 노동력 들여다가 메꾸면 안 될까 이런 생각만 했다.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고 시각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성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데 굉장히 중요한 고리이다.
한국의 젠더 문제가 단순히 사회 정의와 평등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됐다. 지금 정부와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페미니즘을 억압하지만, 계속 싸워서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화도 그렇게 한 게 아닌가? 그 시대는 다른 면에서 더 억압이 심하던 시대였다. 그것도 넘겼는데 이 시기도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 교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약자들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온 거시경제학자로 1990년 한국인 최초로 케임브리지대학교에 임용되어 경제학과 교수로 근무했으며, 2022년부터 런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3년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군나르 뮈르달 상을, 2005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바실리 레온티예프 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