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토아이코의 "뭐가 우습나" 02
何がおかしい(2020 佐藤愛子)
02 분노의 얼굴
어느 날 오래 전부터 의뢰받았던 강연회에 나갔다. 강연회 장소인 ××회관은 나에게는 처음 가보는 장소이다. 주최측으로부터 택시를 보내 왔기에, 운전수에게 맡기고 갔다. 이윽고 차는 멈추고, "xx 회관, 여기입니다" 라고, 운전수는 우산을 펼쳐 나를 건물의 입구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 입구는 차에서 내려 수 미터의 석판이 깔린 보행로를 지나 열개가 넘는 돌계단을 올라 가야만 되는 곳에 있었다. "여깁니까!" 나는 무심코 다짐하여 물었다. 그 건물의 유리문 입구가 어쩐지 엉망이었고 건물 전체가 낡았다. 강연회가 열릴만한 넓은 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운전수는 여기가 틀림없다고 말하고는 바로 돌계단을 내려가 버린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비 탓인지, 왠지 축축하고, 음산한 기분이 들었다. 들어간 곳은 좁고 안내표시판도 없다. 왼쪽에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몇 층으로 가야할지 몰라 오른편의 계단을 오르기로 했다.
올라가니 2층이 나왔다. 계단이 끝나는 부분에 복도가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복도 대신에 문이 있다. 문을 열면 복도가 있는가 하고 열려고 했지만 열쇠가 채워져 있는지 열리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3층으로 갔다. 그기도 유사한 문이 있다.
이번에는 열렸다. 들여다 보고 당황해서 닫았다. 그곳은 방으로 오십대의 백의를 입은 여자가, 반짝반짝 빛나는 수술용 메스 종류를, 흰 천 위에 늘어놓고 있는 곳이었다. 외과인가 산부인과의 진료실이었을 지도 모른다.
더 위로 올라갔다. 4층, 5층 어느 문도 닫혀 있어 인기척이 없다. 위로 갈수록 끈에 걸린 세탁물이 늘어져 있다. 그 아래를 지나 올라 간다. 6층까지 가보고서 이 건물에는 강연을 하는 홀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이미 도중부터 알고 있었지만, 호기심과 고집, 반반으로 올라간 것이다.)
세탁물을 헤집고, 기듯이 내려왔다. 밖으로 나와 다시 그 빌딩을 보니, "xx 회관"이라고 제대로 써 있다. 악몽을 꾸는 것 같다. 갑자기 다른 차원의 세계에 발을 디딘 것 같은 기분이다. 조금 전 문 바로 앞에서 여자가 반짝반짝하는 수술칼을 흰색 천 위에 늘어놓은 그 광경도 생각해 보면 보통의 장면이 아니다.
한숨 돌리고 돌계단 위에 서서 근처를 둘러 보았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거리에는 보행자의 그림자도 없고, 차만 오갈 뿐이다.
그때 석판 깔린 길의 왼편에 우천체조장 같기도 하고 홀과 같기도 한 건물이 보였다. 다가가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연단에 남자가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앞에 줄지어 있는 백명 정도의 청중은 남성뿐이다.
오늘의 강연은 기업의 여사원 상대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날자를 잘못 알았나? 하지만 택시기사도 나도 함께 틀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면 그 회사의 해당 부서의 담당자의 지시가 잘 못 내려진 것이 된다.
이때부터, 나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라고 하는 경우, 즐거워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불안해서 두근거리는 사람도 있다. 또한 사랑 때문에 두근거릴 때도 있으며 지갑을 잃어버리고 두근거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언제나 분노에 의해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나는 그 강연 회장에 들어갔다. 연단의 강사가 나를 보고 한 순간 깜짝 놀란 것은 내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긴장되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뒷쪽 자리에 있던 사람이 뒤돌아 보면서 무슨 일입니까 라고 묻는다. 불쑥 나는 말했다.
"나는 강연을 부탁받아 찾아온 사람입니다만... 여기가 맞습니까?"라고 하니 상대는 눈만 꿈뻑거리고 있다. 그 기업의 이름을 말하면 좋았겠지만 화가 나 있었기 때문에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말했다. "그 곳이 어디입니까!" "××회관의 홀이라는데.." "아,그렇다면…" 이라면서 잠시 그 장소에 대해 알려 주었다.
그 홀은 석판길의 오른쪽 편 지하에 있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밖으로 나왔다. 사과는 내가하고 있는데 상대가 황공한 듯한 겁먹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내 얼굴 표정이 너무 험악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겨우 회장에 도착하니 "어서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고 남자 한 사람이 나와서 맞아 주었다. "지금, T선생님이 강연중이므로, 이쪽에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라고 말하면서 안내를 하였다.
희미한 통로를 통해 안내된 곳은 무대 뒤의 살 풍경한 큰방으로, 더러운 테이블과 파이프로 조립한 의자 두, 세개 뿐. 넓고 황량하다. 무대 쪽에서 T선생의 열정적인 높은 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T선생님의 무슨 강연입니까?" "예절과 그 외, 여자 사원의 마음가짐이라고 하는 것을 말씀해 주시고 있습니다. 5, 6분 후에 끝나니까, 그때까지 잠시 기다려 주시기를..." 라고 말하고 그 사람은 어디론가 가버렸다.
나는 매우 목이 말랐다. 택시의 픽업이 너무 일렀기 때문에 점심 식사 후 차도 마시지 못하고 나온 것이다. 게다가 빌딩의 6층까지 세탁물 밑을 헤집고 기다싶이 하면서 오르내렸다. 그리고 빗속을 어설렁거렸기 때문에 기모노 어깨죽지가 제법 젖어 있다.
"잠시 기다려 주시기를...."라고 조금 전에 말하고 간 사람은, 차를 가져올 건지? 아니면 여직원에게 지시를 했는데 그 여직원이 깜박 잊어 버렸는지? 그도 아니면 찻물을 끓이는 데 시간이 걸리는지? 차 재료가 없어서 사러 갔는지? 소식이 없다.
지금 같아서는 차가 아니어도 좋으니 냉수라도 마셨으면 좋겠다는 심경이 됐지만 아무도 오지 않기 때문에 물 좀 주세요 라는 말도 할 수도 없는 처지이다. 강연을 부탁해 놓고 차도 내오지 않다니 이런 무례한 처사가 있을 수 있나! 명색이 여자 직원에게 예절을 가르치는 강의 중이라면서... 여자 직원에게 가르치는 것보다 자신들이 교육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이젠 '가슴 드근거림'의 단계를 넘어섰다. 분노의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그때 무대 쪽에서 T선생의 아주 활달한 큰소리가 들려왔다. "좋아요, 여러분. 화를 참지 못하면 분노의 얼굴이 됩니다. 화가 나더라도 억지로라도 웃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묘한 기분으로 그말을 듣고 있었다. 조금 지나서 그 강의가 끝나고 나의 차례가 되었다.
갈증을 참으며 한동안의 강의를 끝내고 원래의 방으로 돌아왔다. 문득 보니 테이블 위에 차가 놓여 있다. 오, 차. 이번에는 재빠르게 차가 준비되어 있어 기쁜 마음으로 손을 뻗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조금 전의 남자가 당황해 하는 얼굴로 "앗! 그것은...저어 식은 차인데요.. 괜찮겠습니까... 차갑습니다만" 라고 했지만 나는 꿀꺽꿀꺽 마시고 있었다.
그 차는 뒤늦게 내가 연단에 선 후에 나온 차였구나 하고 생각하는 동안에 남자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다. 이윽고 다른 사람이 와서 택시가 왔다고 한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문득 생각했다. 그 차는,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T선생이 마시다 남은 것이 아니었는지···. 그러니까 그 마음 여린 남자 직원은 도망쳐 사라졌던 것이다...
화를 참지 못하면 분노 얼굴이 된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른 사람을 '분노의 얼굴로 만드는 얼굴'이라는 것도있지 않을까. 그 연구를 내가 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