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경기도 수원 권선구 서둔동 서울대 옛 농업생명과학대 주변 주택가. 인근 공군전투비행단의 비행기 소음 등으로 바닥세였던 이 곳 집값이 갑자기 치솟았다. 이전까지 1억∼1억3000만원 선에서 제자리 걸음이던 다세대주택(45㎡) 매매가는 1억6000만∼1억7000만원으로 뛰었다.
하루 유동인구가 2만여명에 달하는 수원 법조타운이 서울대 옛 농업생명과학대 부지로 옮겨올 것이란 소문이 나돌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린 것이다. 인근 곡반정동 우리집공인(031-239-0014) 이용우 사장은 "결국 일부 시설만 이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지만 법조타운 후광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변 집값이 한달새 20% 가량 뜀박질했다"고 말했다.
전국 주요 법원 4곳 이전 추진
전국 법조타운 이전 대상지 주변 부동산시장이 수혜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술렁이고 있다. 대규모 법조타운이 새로 조성되면 유동인구가 급증해 주변 집값·땅값과 상가 임대료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법원이 시설 노후화 등을 이유로 이전을 추진 중인 전국 주요 법원은 서울북부지방법원, 서울동부지방법원, 수원지방법원, 울산지방법원 등이다.
서울북부지원은 도봉구 도봉동 626 일대 법조타운(19만8000㎡)으로 이전하기로 하고 지난해 착공식을 가졌다. 이 곳에는 지하 1층∼지상 12층 규모의 법원(연면적 3만8476㎡)과 지하 1층∼지상 13층 규모의 검찰청(연면적 3만 5879㎡)이 2010년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주변 9만5350㎡는 상업·업무시설로 별도 개발해 변호사·법무사 등 200여 개 사무실을 유치할 계획이다. 도동구는 법조타운과 주변 상업·업무시설이 모두 완공되면 모두 4만2000여명의 유동인구 유입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타운, 부동산 효자 노릇 톡톡
이미 법조타운 효과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변 집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들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도봉동 일대 집값은 21.5% 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부동산시장 침체로 서울지역 집값이 대체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이전지로 거론되고 있는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 인근 부동산시장도 후광효과에 대한 기대담으로 한껏 부풀어 오르는 분위기다. 문정동 364 일대 2만9770㎡에 조성 예정인 문정동 법조타운에는 동부지방법원과 등기소, 동부지방검찰청, 성동구치소, 서울경찰청 기동대 등이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건축안에 따르면 법원과 검찰청은 지하 2층에 지상 12층 규모로, 구치소 등은 지하 2층에 지상 10층 규모로, 기동대는 지하 1층에 지상 5층 규모로 지어질 계획이다. 시는 법조타운이 2010년 완공되면 모두 8만여명에 달하는 인구가 유입돼 주변 지역경제의 활력소가 될 것으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근 위례(송파)신도시, 동남권유통단지 조성 등 대규모 개발 호재까지 겹치면서 문정동 법조타운 주변 집값은 올해 초까지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로 집값이 조정을 받고 있다. 올해 초 7억1000만원을 호가하던 문정동 한신아파트의 경우 현재 6억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꼼꼼한 수익 분석 뒤 투자 여부 결정해야
최근 광교신도시 내 행정타운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수원 법조타운 주변도 이전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시 남구 옥동 현청사 뒷쪽 부지 3만9343㎡로 이전을 추진 중인 울산지방법원 신청사 예정지 주변도 새로운 상권 형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울산지법 신청사는 올해 하반기 건축공사를 시작해 2009년 말 준공, 2010년 입주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법조타운이 들어서면 교통 여건이 개선되고 주변 상권도 활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직 이전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곳도 적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주변시설이 업무시설 위주로 조성되기 때문에 주말이나 휴일에는 상가가 한가한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법조타운의 원조격인 서초동 일대도 업무·상업시설 공급과잉으로 공실률이 5∼10%에 달한다"며 "업무시설의 경우 임대 수요를 철저하게 예측하고 분석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8.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