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진짜 반전이다“ 시청역 급발진 역주행, 사고 3주 만에 드러난 완성차 업체 상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결과 발표
운전자의 과실로 분석
지난 1일 시청역 역주행 사고로 인해 완성차 업체들에게 페달 블랙박스를 의무화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 페달 오동작 문제도 재조명되고 있다.
시청역에서 사고를 낸 A씨로 인해 시청 직원 2명을 포함한 9명이 사망했으며, A씨와 동승자 B씨,
그리고 피해 차량 2대의 운전자 등 총 7명이 부상을 입어 전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
사고의 원인을 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사고 당시 운전자 과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운전자인 A씨는 사고 원인으로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고 있었다”고 진술했으며, 차량이 갑자기 이상해져 브레이크가 딱딱했다고 설명했다.
인근 CCTV 영상에는 가해 차량의 브레이크 등이 켜진 듯한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변 불빛이 반사되었거나 외부 충격에 의한 일시적 전자 결함인 ‘플리커 현상’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의 페달 오동작 문제
한편, 시청역 사고로 인해 고령 운전자의 페달 오동작 문제도 재조명되고 있다.
과거 주택가 담벼락을 들이받은 택시 사고에서 운전자 B씨는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페달 블랙박스 영상은 다른 진실을 보여주었다.
B씨는 “우회전 중 급발진으로 브레이크를 수차례 밟았으나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반복해서 밟았던 것이다.
이로 인해 차량은 멈추지 않고 가속했고, B씨는 페닉 상태에 빠졌다.
이 영상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2월 27일
자동차 국제기준제정기구 산하 페달오조작 전문가기술그룹 회의에서 발표한 자료로,
유엔 유럽경제위원회 홈페이지에도 게시되었다.
경찰은 당시 페달 블랙박스를 포함한 총 6개의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B씨는 골목에서 우회전한 뒤 3초 동안 30미터를 달리면서 가속 페달을 6차례 밟았다 뗐다.
이후 7번째 가속 페달을 밟은 후 충돌할 때까지 발을 떼지 않았다.
택시는 담벼락에 충돌하기 전까지 119미터를 약 7.9초 동안 달렸으며,
이 기간 동안 B씨는 단 한 번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다.
충돌 직전 차량 속도는 시속 61킬로미터로 추정되었다.
이에 따라 급발진 사고에 대해 명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용도로 페달 블랙박스 의무화 도입을 주장하는 의견이
많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이번 시청역 급발진 사건을 계기로 차량 내 페달 블랙박스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개인적으로는 제 차에 제가 페달 블랙박스를 달려고 한다”며
“이것을 권고와 유도의 방법으로 할지, 법률적 강제의 방법으로 할지는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하며
설치 의무화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제조사들은 EDR 사고기록장치로도 사고 원인을 분석할 수 있으며,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설계 변경 등으로 인해
자동차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페달 블랙박스 의무화는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사안”이라며
“자동차 메커니즘을 보면 ‘휴먼 에러’로 인한 사고인데, 불안한 소비자들은 직접 사서 달면 된다”고 전했다.
한국보다 앞선 일본은 급발진 예방 장치 의무화 준비
일각에서는 사고 발생 후 책임 규명보다는 일본처럼 사고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일본은 고령 운전자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높으며, 인구의 29.1%가 65세 이상이다.
일본은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장치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일본 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75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사망 사고의 27.6%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혼동 등
‘부적절한 조작’ 때문이었다.
반면, 75세 미만 운전자의 경우 이 비율이 9.9%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달 28일, 자동차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헷갈려 밟을 경우 사고를 막아주는
장치 장착을 자동 변속기 차량에 한해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이 안전장치는 정지 시 차량 전방과 후방에 있는 장애물을 파악하고,
장애물을 1~1.5미터 앞에 둔 상태에서는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거나
시속 8킬로미터 미만의 속도로 부딪히도록 가속을 억제한다.
아울러 차내에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 주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표시된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방침과 별도로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운전자 실수에 의한 급발진을 예방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방에 장애물이 없는 경우에도 실수를 판단해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시스템도 개발되었다.
우리나라 또한 일본을 뒤따라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됨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도 이와 관련해 안전 장치 마련을 해야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전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