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지곡(愚公之谷) - 어리석은 사람의 계곡, 무법이 횡행하는 사회의 비유
[어리석을 우(心/9) 공평할 공(八/2) 갈 지(丿/3) 골 곡(谷/0)]
어리석은 사람 愚公(우공)이라 하면 잘 알려진 성어 愚公移山(우공이산)을 먼저 떠올린다. 마을 앞뒤의 산을 나들이에 불편하다고 옮길 생각을 했으니 어리석긴 하다. 하지만 자신의 생전에 이루지 못하면 자자손손 대대로 하면 평평해질 것이라며 고집 부린다. 어리석은 짓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면 무슨 일이라도 성취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판 이 우공과는 달리 어리숙한 노인(愚公)이 사는 골짜기(之谷)는 뜻하는 것도 판이하다. 자신이 기른 암소가 낳은 송아지를 팔아 망아지를 샀는데 억지를 부린 불량배들에 뺏겼다는 노인 이야기에서 왔다.
중국 前漢(전한)의 왕족 출신 학자인 劉向(유향)은 戰國時代(전국시대)란 이름을 낳았다는 戰國策(전국책)의 저자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列女傳(열녀전), 新序(신서) 외에 잘 알려진 ‘說苑(설원)’도 남겼다. 고대부터 내려온 온갖 지혜와 고사, 격언을 모은 설화집이다. 모두 20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定理(정리)편에 성어의 유래가 있다.
春秋五覇(춘추오패)에 처음 올랐던 齊(제)나라의 桓公(환공)이 사냥을 나갔을 때였다. 사슴을 쫓느라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가 그만 길을 잃었다. 그곳에서 한 노인을 만나 ‘여기가 어느 골짜기냐고 물으니 노인이 우공의 계곡이라 답했다(是爲何谷 對曰爲愚公之谷(시위하곡 대왈위우공지곡).’
왜 그런 이름이 생겼느냐고 물으니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에서 왔다며 설명한다, 노인이 자신의 암소가 낳은 송아지를 팔아 망아지를 샀는데 한 젊은이가 와서 ‘소는 망아지를 낳지 못한다(牛不能生馬/ 우불능생마)’며 뺏어갔다고 했다. 이웃이 그 이야기를 듣고 어리석은 노인의 골짜기로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다.
환공이 궁으로 돌아와 전후를 전했더니 재상 管仲(관중)이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훌륭한 왕 아래서 재상인 자신이 잘 보좌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孔子(공자)가 환공은 진실로 패자답고 관중은 훌륭한 보좌였다고 훗날 평했다.
관중은 송아지를 뺏긴 노인이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사기를 치고 법에 호소할 수도 없는 사회를 초래한 자신이 어리석다고 통탄했다. 환공은 자신을 암살하려던 관중을 능력만 믿고 기용했고 두 사람의 화합으로 제나라를 강국으로 만들었다.
아량 넓은 지도자와 모든 일을 꿰뚫어보는 보좌진의 조합은 나라의 복이다. 부하가 숱한 흠을 지녔는데도 감싸며 기용하고, 단죄가 되어도 마음의 빚이 있다고 두둔한다. 부하 직원이 저지른 부정이나 부패도 예부터 내려오는 적폐라며 나의 죄가 아니라고 우긴다면 나라가 바른 길로 갈 수가 없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