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백열등 아래로 두한이 수갑을 찬 채
초췌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김태서와 사법계 형사가
한 쪽에 서 있고, 미와가 그 맞은 편에서 조서를 들추며 읽고 있다..
미와 이게 뭐냐? 부녀자 납치에 공무집행방해.. 경관 폭행..
거기가 거주지 이탈죄까지.. 뚝섬이 경성 밖이라는 걸 몰랐나?
내 허락없이는 단 한 발자욱도 이 경성땅을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했을텐데..
두한 ........
미와 납치를 하지 않았따? 그럼 현장에서 발견된 그여자는 뭐냐?
일신상회 박회장 같은 명망있는 분이 그럼 거짓 신고를 했단 말이냐?
두한 ...................
미와 말을 해봐라, 긴또깡..무슨 변명이라도 해보란 말이다.
두한 납치가 아니야..
미와 답답하구나, 긴또깡..아니라고만 하지말고 왜 납치가 아닌지 그 근거를
대야 할 거 아니냐? 박회장 딸과 눈이라도 맞았다는 게냐?
그래서 어디론가 도망치려고 했어?
두한 ........
미와 좋다..(일어나며) 나한테 이야기하기 싫은 모양이니 그만 두자.
그 사안은 어차피 사법계 소관이니까.. 하지만 긴또깡, 이거 하나만
알아두거라. 넌 지금 헤어 날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 거주지 이탈죄에
경관 폭행죄만 해도 족히 이,삼 년은 감방에서 보내야 할 중대한
범뵈야. 그리고 납치혐의 역시 내가 보기에는 어려워..
고소인이 일신상회의 박회장이란 말이야..(바짝 얼굴을 들이밀며)
납치 혐의마저 인정되며 넌 그야말로 인생의 황금기를 형무소에서
썩히게 되는거야.. 알겠나, 긴또깡...?
두한 그 더러운 얼굴 좀 치워 주지..
미와 (조소하며)그래도 아직 기백은 살아 있구나..
(등을 두드려주며) 그래야지..긴또깡 너는 감옥을 두려워해서는 안돼.
어차피 너는 형무소를 제집처럼 드나들어야 하는 운명이니까.
어쨌거나 우리 종로서에 다시온 걸 환영한다, 긴또깡.. 예전처럼 잘
지내보자꾸나. 하하하하..
두한 ........(이를앙다무는).......
씬 우미관 외경
씬 동 사무실
김영태가 초조한 표정으로 담배를 태우며 앉아있다.
부하들이 모두 묘여 있다.
문영철 너무 걱정하지 마십쇼,형님.별일이야 있겠습니까?
번개 맞습니다, 형님... 두한 형님이 머 세 살 먹은 어린아이두 아니고..
그 아가씨랑 만나서 있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시는 거겠죠
정진영 그래도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야..
우리가 기다리는 걸 모르고 있을 두한이가아닌데..
김영태 .......
김무옥 아직 그 아가씨를 못찾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제.. 그렇다면
으디 연락을 헐 정신이나 있겄냐?
와싱턴 아니야.. 그 아가씨를 찾은 건 분명해..
짚히는 곳이 있으니까 그렇게 달려나간 것이 아니겠나? 둘만이
아는 그런 장소말일세.. 번개 아우 말대로 지금즘 어딘가에서 단꿈을 꾸고
있을 걸세. 청춘남녀가 만나면 다 그런거 아닌가? 허허허..
김영태 두한이는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야..
어쩐지 불안하더니만 그예 이런일이 생기고 말았어..
개코 근디 그 아가씨는 뭐땀시 집을 뛰쳐나왔을까나? 다 큰 큰애기가..
와싱턴 사랑의 열병이겠지..
아마 그 아가씨 집안에서 두 사람의 교제를 반대했을 걸세..
안봐도 훤하지.. 나도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니니까...
씬 박인애의 집 거실
박인애가 애원하듯 서있꼬
인애모가 곁에서 그런 박인애를만류하고 잇따.
인애부는 쇼파에 몸을 묻은 채 눈을 감고 있따.
인애모 왜 나왔어, 이것아. 방에 들어가 있으라니까..
박인애 아버지..
인애부 (눈을 감은 채) 뭐냐? 방에서 꼼짝도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박인애 두한씨를 풀어주세요. 그 분은 아무 잘못도 없어요. 저 혼자 거기에
갔었는데 그 분이 나중에 알고 찾아온 거예요.
인애부 듣기 싫다
박인애 그 분은 제가 걱정돼서 찾아온 것 뿐이예요. 제가 집을 나간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구요.
인애부 (버럭) 너는 그 놈과 함께 있었어. 그런데두 상관이 없어?
박인애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걱정이 돼서 찾아온거라구요.
인애부 뭐야? 너 지금 애비한테 말대답을 하는게냐?
뭘 잘했다구...
인애모 인애야, 그만 들어가자. 어서..
박인애 (무릎을 꿇으며) 풀어주세요, 아버지. 저 때문에 아무 잘못도
없는 분이 고통을 겪게 할수는 없는 거 잖아요?
인애부 잘못이 있고 없고는 경찰이 판단할 문제야.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박인애 아버지..(눈물)...
인애부 그런놈은 혼쭐이 나봐야 해.. 그래야 정신을 차리지..
건달놈 주제에 감히 뉘 집 딸을 넘봐..
박인애 .........
인애부 (일어나 외면하며 뒷짐을 진다) 꼴도 보기 싫다. 어서 들어가.
박인애 ......그런분이셨나요? 그렇게 모진 분이셨나요?
인애모 인애야..
박인애 아무리 그러셔도 소용없어요. 죽는한이 있어도... 전 두한씨와
절대로 헤어지지 않아요.
인애부 뭐야? 이런.. (따귀를 때린다) 못된 것.. 그게 애비한테 할소리냐?
박인애 .....................
인애부 이 날 이때까지 먹여 주고 키워주었더니 한 다는 소리가 뭐,
죽어도 헤어질 수가 없어? 이런 천하의..
다시 때리려는데 인애모가 말린다.
인애모 그만하세요. 그만하면 알아들었을 거예요.
박인애 .............
인애부 똑똑히 들어. 그 놈은 안돼. 내 눈에 흙이 들어가는
일이 있어도 그 놈하고는 절대 안돼.
박인애 ............
인애부 고연 것...
박인애의 두 볼에 눈물이 타고 흐른다.
그 모습에서...
씬 종로서 복도
사법계 형사들이 두한을 끌고 오고 있따.
마주오던 마루오까들과 마주치자 사법계 형사들이
가볍게 인사를 하고 지나친다.
순사1 간밤에 잡혀 들어왔는데, 이번엔 크게 사고를 친 모양입니다.
마루오까 이름이 머라고 했지?
순사1 긴또깡입니다. 긴또깡..
마루오까 긴또깡이라.. 운이 좋은 놈이로구만..
이 마루오까의 손을 피해가다니 운이 아주 좋아.. 하하하..
그렇게 가면...
씬 혼마찌 외경
하야시(E) 김두한이 체포 되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씬 동 거실
미우라가 보고를 하고 있다.
나미꼬가 놀란 눈으로 보고 잇다.
미우라 방금 전 종로서에서 그렇게 연락이 왔습니다.
지난 밤에 긴급 체포되었다고 합니다.
나미꼬 .......?
하야시 이유가 뭔가?
미우라 그게 좀.. 석연치가 않습니다.
나미꼬 석연치 않다니요?
미우라 폭행죄야 야쿠자들에게는 늘 따라다니는 것이지만,
거주지 이틀과 부녀자 납치 혐의까지 받고 있다고 합니다.
나미꼬 (휘둥그래지며) 부녀자...... 납치라구요?
하야시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김두한이 설마 부녀자를
납치했겠는가?
미우라 저도 이상해서 재차 확인을 했습니다. 하지만 대답은
똑같았습니다.
나미꼬 ...........
하야시 ............
가미소리 어이가 없구만.. 김두한 그 친구 보기와는 다르게
음흉한 구석이 있는 자였어..
나미꼬 뭔가 잘못됐을 거예요. 그럴리가 없어요.
가미소리 거주지 이탈은 또 뭔가?
미우라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겠지만 김두한은 거주지가 경성으로
제한되어 있는 예비검속 대상자라고 합니다.
가미소리 예비검속 대상자? 예비검속이라면..범죄 우려가 있는
불령선인들이나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미우라 그렇습니다.
하야시 음..... 그래서 우리를 그토록 싫어한 것이었구만..사연이 있는 자였어.
가미소리 어쨌거나 우리에게는 희소식이 아니겠습니까?
자세한 내막을 알아봐야겠지만 그정도 죄목이라면 한 몇년같은
철창 신세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하야시 경박스럽구나, 가미소리..진정한 야쿠자는 적의 불행을
기뻐하지 않는다.
가미소리 ..... 죄송합니다, 오야붕.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시바루 .........
하야시 미우라...
미우라 하이..
하야시 종로서에 사람을 보내 자세한 내막을 알아봐라.
미우라 하이, 오야붕..
나미꼬 제가 다녀올게요, 형부
하야시 처제가.......?
나미꼬 예.. 종로로 나가는 길이잖아요? 시바루상과 함께
다녀오겠습니다.
하야시 (끄덕이며) 그래.. 어차피 가지 말래도 가보겠지..
그렇게 하도록 해.
나미꼬 하이.. 가요, 시바루상..
나미꼬와 시바루가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하야시 김두한이 체포되었다? 김두한이.. 어쨌든 예삿 일이 아니다.
지금쯤 종로가 발칵 뒤집혔겠구나.....
씬 우미관 사무실
미스터박이 와 있따. 모두들 놀란 눈으로 미스터 박을 보고 있다.
김영태 두한이가 지금.. 종로서에 있다구요?
미스터박 예.. 일찍 알려드렸어야했는데 경황이 없어서 그만. 죄송합니다.
김무옥 뭣 땀시 말이요? 두한이가 뭔 사고를 쳤는디요?
미스터박 그게.......
개코 아따 싸게싸게 말해 보씨요. 속 터져 죽겄소.
미스터박 저희 아버지께서.. 신고를 하셨습니다. 제 누이 동생을..
납치했다구요.
김무옥 뭐요, 납치?
모두들 놀라고 어리둥절한 표정들이다.
정진영 자세히 말씀해보세요. 두한인 어제 댁의 전화를 받고 나갔어요.
박인애씨가 집을 나왔다고 해서 두한이가 찾으러 나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미스터박 예,맞습니다.
정진영 그런데 납치라니요? 뭐가 잘못되고 한참 잘못된게 아닙니까?
미스터박 죄송합니다. 지금으로선 죄송하다는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문영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거요? 엉뚱한 사람을 잡아놓고
죄송하다고 말하면 그만이야.
김영태 그만해라. 그래도 이 사람은 우리에게 두한이 소식을 전해
주려고 오지 않았냐? (미스터박에게) 어쨌든 이렇게 와줘서
고맙소. 아버님꼐서 뭔가 오해를 하셨던 모양인데, 두한이가 잘못한 게 없으니
곧 풀려나겠지요. 그럼 일어나 보십시오.
미스터박 예.. 그럼...
인사를 하고 나간다.
김무옥 참말로 어이가 읎구만잉.. 아 납치가 다 뭐여..?
개코 야 ,번개. 뭐, 둘이 만나서 시간가는 줄을 몰라?
(와싱턴을보며) 글고 단꿈이 어쨌다고라우?
번개,와싱턴 ......(딴청).......
김영태 농담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쨌든 경찰서에 끌려
갔다는 건 좋지 않은 일이야.. 진영이, 일어나게.
종로서에 가봐야겠네.
정진영 예, 그렇게 하시죠.
문영철 저도 가겠습니다.
김영태 아니야.. 경찰서에 우르르 몰려가 봤자 좋을게 없어.
혹시라도 오야붕이 없는 틈을 타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모두들 긴장하고 있어. (진영에게) 가세.
김영태와 정진영이 밖으로 나간다.
씬 종로 거리
김영태와 정진영이 빠른 걸음으로 그 거리를 지나쳐 오고 있다.
씬 종로서 보호소
철창문이 열리고, 정복 경찰 두 명과 함께 사법계 형사가 와 있다.
형사 긴또깡, 이리나와.
두한이 천천히 일어나 밖으로 나오며 수갑을 채운다..
형사 너 여자 후리는 재주가아주 대단한 모양이야. 응?
두한 .......?
씬 동 취조실
두한이 경찰들에게 떠밀려 안으로 들어선다.
기다리고 있던 나미꼬가 자리에서 일어 난다.
두한 ......?
형사 저리 가 앉아.. (두한이 앉으며) 그럼,말씀 나누십시오.
나미꼬 둘이서만 이야기했으면 하는데요. 그리고 저 수갑도 좀
풀어주셨으면 좋겠구요.
형사 예? 그건 안됩니다. 저희 규정상..
나미꼬 제가 책임지겟어요. 혼마찌의 명예를 걸고 말이예요.
그렇게 해주세요.
형사 ...............
형사가 두한에게 다가와 수갑을 풀어준다. 그리고 나미꼬에세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간다.
두한 여긴 뭐하러 왔소?
나미꼬 섭섭하군요. 그래도 난 김두한씨가 걱정이 돼서 왔는데..
두한 ............
나미꼬 방금나간 형사에게 대충 이야기를 들었어요. 단단히
누명을 쓰셨더군요. 김두한씨가 아무리 진실을 말하려 해도
저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을 거예요. 그 여자의
아버지가 단단히 마음을 먹은 모양이예요.
두한 하고 싶은 애기가 뭐요?
나미꼬 박인애라는 그 여자.. 알만한 집안의 자식이더군요. 그여잔...
김두한씨의 상대가 아니에요.
두한 그런 이야기라면 듣고 싶지 않소.
나미꼬 이렇게 모든 걸 포기하실 건가요? 한 여자 때문에 인생을
망치실거냐구요? 김두한씨가 지금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지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두한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잖소?
나미꼬 아뇨. 난 상관이 있어요 (사이) 그 여자를 잊으세요.
그래야 모든 일이 쉽게 풀릴 수 있어요.
두한 이보시오,나미꼬사장.. 이 김두한이 당신이 하란다면
할 것 같소? 다음부턴 이런 일 하지 마시오. 그만 일어나겠소.
나미꼬 정말 이렇게 어이없이 무너질 건가요? 모든 걸 버릴만큼
그 여자가 그렇게 대단한 여자인가요?
두한은 대꾸도 없이 나가버린다. 나미꼬는 마치 거대한
벽에라도 부딪친 사람처럼 한숨을 내쉰다.
씬 동 종로서 마당
나미꼬가 어두운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차를 세워놓고
대기해 있던 시바루고 나미꼬를 착잡하게 보다가 차에 오르려는데
김영태와 정진영이 들어와 다가온다.
나미꼬 김두한 오야붕을 면회하러 오셨나 보군요?
김영태 예 ......
나미꼬 저도 방금 김두한씨를 만나고 나오는 길이에요.
두 사람 ........?
나미꼬 아무래도 일이 쉽게 해결되기는 힘들 것 같더군요.
정말 안타깝게 됐어요
김영태 .....? 아니그게 무슨...?
나미꼬 아직 상황을 잘 모르시나 보군요. 들어가 보세요.
그럼 아시게 될 거예요.
나미꼬가 차에 탄다. 그리고 그 차가 출발을 하면..
김영태와 정진영이 멍하니 보다가 급히 안으로 들어간다.
씬 사법계 사무실
두한의 담당 형사가 역정을 버럭내고 있다. 김영태와
정진영이 그 앞에 와 있다.
형사 안된다면 안되는 줄 알아! 긴또깡은 상부의 지시로
일절 면회가 금지되어있어.
정진영 하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면회가 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형사 뭐? 아 그건.. 경우가 달라.. 면회라기 보다는 일종의...
아무튼 안돼.. 돌아가 (서류를 들춰본다)
김영태 ... 저 그럼 몇가지만 물어봐도되겠습니까? 두한이가 부녀자
납치혐의로 이곳에 온게 맞습니까?
형사 그것뿐이 아니야. 경관폭행에다 거주지 이탈죄까지,
사고를 쳐도 너무 쳤어.
김영태 예?
놀라는 김영태와 정진영의 모습에서..
씬 박인애의 집 거실
건장한 사내 두 명이 인애부와 마주해 있다.
인애부 자네들이 수고를 좀 해줘야 겠네..우리인애가
절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철처히 지키도록 해.
사내들 예,회장님..
인애부 그리고 내 허락없이는 아무도 안으로 들여서는 안돼.알겠나?
사내들 예...
인애부 그럼 나가들 봐.
사내들이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간다. 인애모가 다가온다.
인애부 인애는 어찌하고 있소?
인애모 방에 있어요. 한테 걱정입니다. 뭐라고 좀 먹어야 할텐데..
통 아무 것도 입에 대려 하지 않으니..
인애부 놔두시오. 굶어죽기싫으면 알아서 먹겠지..
인애모 .............
씬 동 박인애의 방
박인애와 미스터박이 마주해 있다.
박인애 우미관에 다녀오셧다구요?
미스터박 그래.. 어찌나 미안하고 죄송스럽던지..
고개를 제대로 들 수가 없었따.
박인애 다 저 때문이예요.. 조금더 참고 기다렸어야 하는건데...
미스터박 니 잘못이 아니다. 난정말 아버지를 이해할 수가 없다.
무고한 사람을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는 것인지..
박인애 두한씨는 어떻게 될까요?
미스터박 글쎄다... 여러 가지 죄목이 붙었으니.. 쉽게 나오지는
못할것 같다. 아버지꼐서 고소를 취하하시면 또 모르겠다만..
그러실 분이 아니고...
박인애 .........
씬 종로 거리
김영태와 정진영이 어두운 표정으로 오고 있다.
김영태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더니만 결국 이렇게 터졋어.
상상외로 일이 심각해...
정진영 악재가 여러가지로 겹쳤습니다. 거주지 이탈죄까지 걸려들었으니
말입니다. 그 사안은 고등계 관할 일이거든요.
김영태 고등계? 자네는 뭔가 좀 알고 있는 모양이구만.. 난 그
거주지 이탈이라는게 내내 궁금했엇는데 말이야
정진영 두한이는 경성으로 거주가 제한돼 있었거든요.
김영태 아니 왜.....?
정진영 그럴 사연이 좀 있습니다. 미와라는 고등계 형사가 그렇게
한 거라는 것 밖에는...
김영태 ..... 혹시 ...... 두한이가 김좌진 장군의아들이기 때문인가?
정진영 .....? 알고 계셨습니까?
김영태 우연히 알게 되었지.. 두한이가 사람들에게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것 같아.. 나만 알고 있었지.
정진영 그러셨군요... 예,맞습니다. 그 이유 때문에 두한이는
어렸을 적부터 여러차례 고등계에 끌려가 곤욕을 치뤘습니다. 예전에
만주로 가려고 했을 때 털보를 통해 밀선을 타려고 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구요.
김영태 그랬엇꾸만.. 듣고보니 더욱 마음이 무거워 지는구만..
저대로 놔두면 이른 시일내에 풀려나기는 힘들겠어.
그렇게 되면 두한이는 물론이고 우리 종로패역시 끝장일세..
정진영 ...... 어떻게든 두한이를 빼내야 할텐데요...?
김영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렇게 해야겠지..일단 유지분들에게
도움을 청해봐야겠네...
정진영 ........ 저도 가볼데가 있습니다.
씬 잡지가 외경
씬 동 잡지사 안
최동열이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신문을 보고 잇따.
직원1 (다가와) 사장님... 뭘 그렇게 재미있게 보십니까?
최동열 응..벽초 홍명희 선생께서 다시 임꺽정을 연재하신다는 구만..
직원1 아 예.. 저도 그 기사를 읽었습니다.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요구에
못 이겨 연재를 재개 하셨다구요.
최동열 제작년엔가 연재가 중단되었으니 2년만에 천재작가의
작품이 다시 세앙의 빛을 보게 되는 구만. 듣던중 정말 반가운
소식일세..
직원1 그 밑에 만해 스님의 격려사도 실리셨을 겁니다.
최동열 그래.. 여기에 있군. ... '벽초가 임꺽정을 쓰게 됨으로써
꺽정이는 실로 천년의 세월에 지기를 만난 격으로 지하에서 웃음을
머금을 것이다.'
직원2 정말 재미있는 표현이시네요.. 임꺽정을 제대로 그려낼
사람이 홍명희 선생님 밖에 없다는 말씀이 아닌가요?
최동열 정확히 보신게지.. 벽초선생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흥미진진하고 맛깔이 넘치는 꺽정이는 탄생하지 못했을 게야.
헌데 자네들은 벽초선생께서 왜 임꺽정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세상에 내놓았는지 생각해보았나?
직원2 ............?
직원1 글쎄요..
최동열 내가 보기에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임꺽정을 선택하신 것
같네.. 흥미로운 무용담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붙들어 놓고
무언가 하실 말씀이 있었던 게야.
직원들 ........?
최동열 지주나 탐관오리들이 백성들을 억압하고 수탈하던
시대를 빗대어 지금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으셮을 게야.
만해 스님께서도 그러셨네.. 우리시대에서 임꺽정이 같은
의적이 필요하다고 말이야..
뭔가 생각에 잠기는 최동열의 표정 위로..
만해 (E) 두한이라고 했던가? 백야의 아들 말이다.
그아이를 보는순간 문득 임꺽정이가 떠오르는게 아니냐? 허허..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
최동열 그래.. 두한이라면....
직원1 ......? 두한......이라니요?그게 누굽니까?
최동열 그런 사람이 있네..
직원1 ......혹시 종로를 주름잡고 있는그 김두한 말씀이십니까?
최동열 자네도 알고 있었꾸만..
직원1 그럼요.. 종로통에 살면서 어떻게 김두한을 모르겠습니까?
듣고 보니 정말 그런데요. 김두한이 그 친구, 평판이 좋더라구요.
따지고 보면 임꺽정도 (주먹을 쥐어 보며) 이거 아니었겠습니까?
최동열 ......(미소)......
씬 카페 비너스 외경(밤)
요란한 웃음 소리가 터져나온다.
김이수(E) 허허허..그래..맞는 말일세. 두한이라면
이 시대의 임꺽정이라 불릴 만 하지..
씬 동 카페 안
최동열, 임동호, 김이수가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김이수 암,그렇고 말고.. 이 시대의 탐관오리라고 할 왜놈들로부터
가난하고 어려운 조선 상인들을 지켜주고 있지 않은가?
두한이 때문에 일본 야쿠자놈들이 이 종로 바닥에는 얼씬도
하지 못한다는 게야.
임동호 나 역시 그친구의 그런 반골 기질이 마음에 들어. 백야의
아들이라는 이름에 짓눌리지 않고 당당히 살아가는 것도 그렇고...
김이수 이 사람아... 그게 아무나 할수 있는 일인가? 바로 김좌진
장군의 아들이기 때문에 그런 거라구.
임동호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건가? 허허허...
최동열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니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구만..
아직도 나는, 그 아이에게 다른길은 정녕 없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김이수 좌우지간 두한이 이야기만 나오면 속이 다 시원하네.
우리가 이기는게 뭐가 있는가? 스포츠하고 이 싸움이 아닌가?
허허허.. 자.....잔들 들어. 오랜만에 유쾌한 자리가 되었구만.
그들 잔을 부딪치는데 카페문이 열리며 정진영이 들어온다.
정진영 (다가와) 저 말씀중에 죄송합니다만..
최동열 오,진영이구나? 네가 여기 웬일이냐?
정진영 안녕하세요? 잡지사로 찾아갔더니, 이곳에 계실거라고
일러주더군요. 잠시 드릴말씀이 있어서요.
최동열 그래? 그럼 저쪽으로 가자꾸나..
문이 열리고 담당 형사가 들어와 두한 앞에 앉는다.
그리고 다른 건장한 형사둘이 두한의 뒤로 가 선다.
형사 (조서를 펼치며) 저녁은 잘 먹었나?
두한 ........
형사 왜 대답이 없나?
두한 그런것도 대답해야 합니까?
형사 (웃고) 니가 걱정이 돼서 물어보는 것이다.
오늘 밤이 지금까지 니가 살아온 날들 중에서 가장 길고
힘든 밤이 될 테니까..
두한 ........
형사 자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두한 뭘말입니까? 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형사 그건 사실 관계를 확인 한것 뿐이고, 이제 좀더
깊히 들어가보자는 말이다.
두한 ........
형사 긴또깡 우리 탁 털어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보자.
너 그여자를 뚝섬으로 납치해서 어떻게 하려고 했어?
두한 그게 무슨 소리요?
형사 물론 강제로 범하려고 했겠지? 일단 욕정을 채우고..
그리고 나서는 그것을 미끼로 돈을 뜯어내려고 말이야.
내말이 틀렸나?
두한 지금 농담하시는 거요?
형사 농담.? (비열하게 웃다가 갑자기 두한의 뺨을 때린다) 내가 지금 너하고
농담하고 있겠어?
두한 ........
형사 어쭈, 노려봐..? 그래, 노려보면 어쩔 거냐?
여기가 무슨 우미관 뒷골목인 줄 아나?
두한 .......
형사 이 녀석이 그래두..
연거푸 두한의 뺨을 때린다.
형사 안되겠구만.. 조용히 말로 해서는 안되겠어. 이봐,최형사
형사2 예..
형사2가 몽둥이로 사정없이 두한의 뒷덜미를 내려친다.
두한이 고꾸라지면 거듭되는 몽둥이질과 발길질.. 그러나
두한은 비명 소리를 내지 않고 온몸으로 견뎌낸다. 팔짱을
낀 채 무표정하게 그 광경을 내려다 보고 있는 담당
형사의 모습에서..
씬 동 고등꼐
최동열이 와 있다. 미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짐짓 반색을 하며 최동열을 맞는다.
미와 아 이게 누구신가,최기자가 아니오? 아아..지금은 기자가
아니시지..하여간 오랜만이요. 이젠 볼일이 없을줄 알았는데
어쩐일이시오?
최동열 어떻게 된거요? 두한이 말이오.
미와 아 긴또깡 때문에 오셨구만.. 일단 앉으시오.
최동열 이건 너무 지나치지 않소? 억지도 이런 억지가 어디 있소?
미와 억지? 지금 억지라 그랬소?
최동열 그럼 억지가 아니고 뭐요? 아무리 두한이가 밉기로서니
어떻게 그런 치졸한 누명을 씌운단 말이오?
미와 누가 누명을 씌웟단 말인가? 대일본제국의 형사들을 뭘로보고
그런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는 거요?
최동열 피해자라고 하는 박인애는 내 사촌누이의 절친하 ㄴ동무라
나도 잘 알고 있소. 두한이와 인애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교제
중인 사이었소. 그런게 납치라니.. 이건 말도 되지 않소.
미와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우리 경찰이 판단할 사안이오.
뭔가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했을 수도
있는 일이 아니오? 어쨌거나 그 사안은 우리 고등계 소관이 아니오.
따지려거든 사법계로 가보시오.
최동열 ......좋소..
그럼 두한이를 좀 만나게 해주시오
미와 그것도 사법계에 가서 이야기해야지..
최동열 정말 이럴거요, 미와경부?
미와 이보시오, 최동열씨... 지금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당신이 아직도 종로서 출입기자인줄 아시오? 이젠 그런
막무가내가 통하지 않는 다는 걸 아셔야지..
최동열 .............
미와 더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소? 없으면 그만 가보시오.
미와가 일어나고.. 최동열은 난감한데....
씬 우미관 외경(밤)
김무옥(E) 고것이 뭔 말씀이다요? 두한이 상황이 심각하다니요?
씬 동 사무실
김영태와 정진영,김무옥,문영철,와싱턴,개코,번개들이 모여 있다.
김영태 말한대로다. 납치 혐의말고도 여러가지가 있어...
아주 좋지가 않아..
문영철 얼마나 살아야 할것 같습니까? 그래도 일년안에는 나올수 있겠지요?
김영태 (가로저으며) 그보다 더 심각해..
모두들 ............
개코 그러면 얼마나 살아야 하는데요?
김영태 좀더 지켜봐야겠지.. 아무튼 지금으로선 모든 노력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조만간 종로의 유지분들에게 도움을
청할 예정이다.
와싱턴 정말 큰 일이구만..혼마찌패들고 이일을 알고 있을텐데..
번개 그러게 말입니다. 두한 형님이 없는 동안에 그 놈들이
쳐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김영태 .....그럴 수도 있겠지..
난감한 그들의 모습에서..
씬 혼마찌깡 거실
하야시와 나미꼬가 마주해 있다. 독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야시 김두한이 고생을 좀 하겠구만.. 안됐어.
나미꼬 이건 누명이예요. 그 여자의 집안에서 김두한씨를
못마땅하게 생각해 그런말도 안되는 누명을 씌운거라구요.
하야시 그건 우리가 알바가 아니다. 잘못이 없다면 무죄가
인정되지 않겠는가?
나미꼬 그렇지가 않아요, 형부. 그여자의 아버지는 일신상회의
박회장이예요. 그렇게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거예요.
하야시 그래서..?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나미꼬 .......김두한씨를 도와주세요. 구맞거을 풀어주기도
하셨잖아요?
하야시 지금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김두한을 풀어달라? 허허허...
나미꼬 .............
하야시 처제가 그 김두한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 하지만 그건 안돼. 세상 많은 사내들 중에 왜 하필히면
김두한인가?
나미꼬 김두한씨를 제 사람으로 만들 자신이 있어요,형부.
하야시 안돼.. 사업적으로 생각을 해도 필요가 없는 일이야.
김두한은 구마적과는 달라. 은혜를 고마워 할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나미꼬 ........
하야시 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야.. 이익을 내지 못하는 곳에는
투자를 할 수가없어..
나미꼬 형부...?
하야시 처제 답지 않구만.. 남자 때문에 이성이 흐려지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아..
나미꼬 ..............
하야시 그만 나가봐.
나미꼬 ....................
죄수1 (흔들며) 이보게.. 정신차리게..이보게 두한이..
죄수2 정신을 잃었구만.. 쯧쯧. 얼마나 매질을 해댔길래...
죄수1 세상에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다니.. 죽일 놈들..
그때 두한이 꿈틀하며 몸을 움직인다.
쥐수2 이보게,정신이 좀 드나?
두한 이...인...애...인애...
신음하는 듯 인애를 부르는 그 처참한 모습에서...디졸브..
씬 박인애의 집 외경(낮)
마당 정원에서 사내 둘이 서성거리며 지켜서 있다.
씬 동 방
박인개가 창밖을 멍하니 보고 잇다. 병자처럼 핏기 없는 얼굴이다.
잠시 후, 인애모가 들어온다.
인애모 인애야... 아버지께서 찾으신다 내려가 보거라..
박인애 .....
씬 동 거실
인애부와 박인애가 마주해 있다.
인애모도 곁에 앉아 있다.
인애부 김군의 집안과 약혼 날짜를 잡았따. 그러니
너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거라. 알겠느냐?
박인애 ........
인애부 이제 다 끝났어. 결국은 모든게 다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야.
박인애 (싸늘하게) 제 말을 잊으신 모양이군요.
인애부 ......?
박인애 몇년이 됐는 그 사람을 기다릴 거예요. 그결혼
하지 않아요.
인애부 뭐야?
박인애 모든게 아버지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에요. 절 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혀서도 좋아요. 이 집에서 나가라면 나가겠어요.
인애부 누구맘대로? 누구맘대로 집을나가? 그만큼 했으면 됐지,
이 애비 얼굴에 똥칠을 할 셈이냐?
박인애 .........
인애모 고정하시고 차근차근 말씀하세요. 역정 내신다고 될일이
아니잖아요?
인애부 니가 계속 이런다면 나도 생각이 있다. 그렇게 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다만 네가 마음을 잡지 못한다며 나도 어쩌는 수가 없어.
박인애 ..................?
인애부 너는 아직 이 애비를 몰라.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모르고..
나는 그놈을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할수도 있고,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어. 그걸 원하는 게냐?
박인애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인애부 이 애비는 그럴만한 힘이 있어...
박인애 (두려움) 아.. 아버지......?
인애부 긴말하지 않겠다. 니가 진심으로 그 녀석을 원한다면
이 애비 말을 따라. 그게 모두에게 좋은 일이야.
인애부가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로 가버린다. 박인애의
그 충격적인 표정에서..
씬 권번 마당
여느때처럼 어린 기생들이 소리공부를 하고 있다.
외출복 차림의 애란이 허둥대며 들어와 설형의 방으로 간다.
애란 설형아.. 설형아, 안에 있니?
설향(E) 응.. 들어와..
애란이 급히 안으로 들어간다.
씬 동 방안
설향이 애란과 마주해 있다.
설향이 놀란 눈으로 되묻는다.
설향 무슨 소리야? 서방님이...어떻게 되셨다구?
애란 경찰서에 잡혀갔다구. 벌써 며칠 째 됐대..
그래서 지금 우미관이 초상집이야..
설향 왜..? 왜 그렇게 된건데..?
애란 (싸늘해지며) 그 년 때문이래.. 두한 오라버니가
만나고 다닌다던 그 여자 말이야..
설향 ............?
애란 이럴 줄 알았어. 언젠가 이렇게 될줄 알았다구..
설향 차근차근 애기해봐. 그여자분이 어쨌길래..?
애란 뭐,여자분? 너 지금 분이라는 소리가 나오니? 그 년이라고
해도 시원찮을 판에...
설향 그만하고, 어서애기나 해봐.
애란 들어봤자 속만상해.. 그냥 그렇게 된줄만 알고 있어.
설향 애란?
애란 그 여자하고 뚝섬에 놀러갔다가 그렇게 됐대.. 이제됐니?
그 여자 아버지가 신고를 해서 형사들이 왔는데 두한 오라버니가
그 형사들을 때렸대.. 그리고.. 또 뭐가 있긴 한데 잘 모르겠구..
설향 형사들을 때렸다구?
애란 그래.. 그랬나봐... 그래서 좀 심각한 가봐... 나라구 뭐 두한
오라버니가 걱정이 안되겠니...?
설향 그럼 어떻게 되는거니? 우리 서방님말이야.. 감옥살이를
하는거야?
애란 (한숨)....... 그런가 봐...
설향 ...........?
씬 어느 창고
모든 우미관의 어깨들이 모여있다. 침울한 표정들이다.
상석인 두한의 자리는 비어 있고, 김영태가 그 옆에 서서 부하들
에게 훈시를 하고 있다.
김영태 다들 알고 있겠지만 오야붕께서 얼마전 구속이 되셨다.
하지만 무슨 잘못을 해서가 아니라 단지 건들이라는 이유로, 독립투사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그렇게 되신 거다.
모두들 독립투사라는 말에 술렁거린다.
번개 도,독립투사의 아들이라니...?
김무옥 (옆에 앉은 정진영에게만 들리도록) 진영아, 나가 뭐 잘못
들은 거 아니냐? 방금, 두한이가 독립투사의 아들이라고 허신 게 맞냐?
정진영 들어봐..
김영태 그렇다. 두한 오야붕은 청산리 전투의 영웅 백야 김좌신
장군의 아들이다.
와싱턴 기,김좌진...?
다시 술렁거린다. 정진영과 개코만 동요없이 앉아 있다. 개코가
흐뭇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번개가 한다디 한다.
번개 아니 놀랍지두 않수? 아 두한 형님 아버님이 독립군
장군이라 잖아요?
개코 (뻐기듯) 짜식아, 다 알고 있었제...
김영태 조용... 조용들 해라.. 지금까지 그 사실을 숨겨왔던
것은 오야붕의 뜻도 있었지만 그로 인해 오야붕이 겪게 될지
모를 여러가지 불이익 때문이었다. 일본놈들이 독립군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모두들 .............
김영태 오야붕이 구속된 일을 놓고 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있다.
하지만 오야붕도 한 인간이고 사나이다. 사나이로서 여자를 사랑할
자유가 있는 것이다. 오야붕이 구속이 된 이유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다. 이에 오해들이 없기를 바란다.
모두들 예,형님..
김영태 지금 우리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오야붕은
언제 풀려나실지 모르고, 혼마찌패들은 호시탐탐 우리 종로를
노리고 있다. 앞으로 저들의 도전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모두들 ...........
김영태 정신들 바짝 차려야 한다. 오야붕이 안 계신 만큼
더욱더 잘해야 한다. 들 알겠나?
모두들 예, 형님..
김영태 특히 무옥이와 영철이.. 너희들이 잘해야 한다.
너희들은 오야붕의 오른팔이고 왼팔이야..
문영철 예,형님..
김무옥 (동시에) 알겠습니다.
김영태 ...............
씬 삼청동 밖(밤)
어떤 사내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오고 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린다.
사내 계십니까?
씬 동 방안
호롱불 밑에서 오씨와 조모가 삯바느질을 하고 있다가 그
소리를 듣는다.
조모 우리집 문 소리가 아니냐?
오씨 그런 것 같은데요...
조모 이 밤중 누가 왔을꼬...? 나가보거라...
오씨 예....
조모 이게 꿈인가, 생신가? 자네를 조선땅에서, 내 집에서
만나게 되다니..
김근역 저도 꿈만 같습니다..
조모 어떻게 된것인가? 언제 조선에 왔는가?
김근역 달포쯤 됐습니다. 군자금을 마련해가지고
다시 중경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조모 그랬두만..참으로 장한 일을 하고 있구먼..
김근역 ........
조모 헌데 무엇하러 여길 다 왔는가? 왜놈들이 주야로 감시를
하는 곳일세.. 오는 길에 이상한 사람들을 보지 못했는가?
김근역 염려마십쇼.. 아무도 없는 걸 확인했습니다.
조모 그렇다면 다행이겠고...
오씨 저녁은 드셨습니까?
김근역 예, 오는길에 국방집에서 한술 들었습니다. 헌데..
두한이는...?
조모 두한이..? 자네가 두한이를 어찌 아는가?
김근역 두한이가 어렸을 적에 장군님을 찾아뵈러 왔을 때
보았습니다. 그리고 유태권 동지가 소식을 좀 알아보라고
하시더군요.. 먼발치에서라도 한번쯤 보고 와 달라고 하셨습니다.
조모 ...그랬구만.....
김근역 ...........?
오씨 두한이는 지금 우리와 같이 살고 있지 않습니다.
저대로 할일이 있어서요..
김근역 아 예...
조모 .............
씬 종로서 외경(낮)
씬 동 고등계 사무실
만신창이가 된 두한이 사법계 형사들이 의해
이글려 들어온다.
미와 어서 오너라, 긴또깡.. 오늘 부로 검찰로 송치가 된다지?
작별 인사라도 할 겸 해서 가기전에 잠시 들르라고 했다.
두한 ..............
미와 헌데.. 몰골이 왜 그 모양이냐? 이른 쯧쯧.. (사법게
형사들에게) 대체 얼마나 심하게 다룬게야? 검사 영감이 참으로
좋아하겠구만..?
형사 .........(머쓱).......
미와 긴또깡.. 검찰로 넘어가 재판을 받게 되면
아주 오래도록 푹쉬게 될거다. 참으로 안된 일이긴 하지만
네 인생에 좋은 계기가 될수도 있다.
두한 ........
미와 가서 곰곰히 잘 생각해보거라. 마음먹기에 따라서 넌
남부럽지 않게 살수가 있어.. 돈많은 집 딸에게 그런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되고 말이야..
두한 ........(증오로 본다)......
미와 아니야,아니야.. 너는 그 눈빛부터 바꿔야돼
두한 감옥에 간다고... 내가....달라질 것 같나?
미와 처음엔 더 독이 오르겠지..하지만 차츰 생각이 달라질
게야. 극렬한 사상범들도 거기에 가서는 대부분 전형을
하게 되니까.. 아니면 골병이 들어 싸늘한 시체가 되서 나오든지..
두한 미와 당신이 죽기 전에는.... 나는 죽지 않아. 내가...
당신에게 약속하지 않았나?
미와 나를 죽이겠다는 약속말이냐? 흐흐흐흐..
(싸늘해지며) 하지만 긴또깡, 그런날은 오지않아.. 절대로....
두한 ..............(노려보는데)..........
씬 혼마찌
하야시가 부드러운 천으로 난을 닦아주고 있고 그 뒤로
미우라가 서있따.
미우라 김두한이 검찰로 송치되었다고합니다.
하야시 벌써 그렇게 됐나?
미우라 김두한의 건달 생명은 사실상 끝이 난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더이상.. 종로 진출을 늦출 이유가 없다고 생각
합니다만...
하야시 .......미우라....... 이난이 언제쯤 꽃을 피울것 같나?
미우라 ...........예?
하야시 나는 매일 여기에 물과 양분을 주며 가꾸어 왔어.
헌데 오늘도 고대하던 꽃봉우리는 터지지 않는군.
미우라 .........?
하야시 아직 때가 이르지 않은게야. 억지로 꽃을 피우려하면
오히려 난이 죽어버리는 법이지.
미우라 ...............
하야시 우리는 이미 충분은 분을 종로에 뿌려놓았다.
그러니 꽃을 스스로 피어날 것이 아닌가?
미우라 양분..아리면... (생각하다가) 혹 종로서의 마루오까
경부 알씀이십니까?
하야시 (미소) ......그럴수도, 아닐 수도 있지...
미우라 하지만 마루오까 경부혼자서 과연 그일을 해낼 수
있겠습니까?
하야시 김두한이 없는 종로에는 오히려 과분한 인물이지.
미우라 ..............?
하야시는 다시 난을 손질하기 시작한다.
씬 종로회관
문영철과 김무옥, 개코, 와싱턴, 번개가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일부는 벌써 취기가 오르는 듯 얼굴이 벌겋게 달아옹ㄹ랐다.
성식이 영근이도 한쪽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김무옥 두한이가 읎으니까 종로가 텅 비어버린것 같다..
술을 마셔도 마신것 같지도 않고...
문영철 (한숨처럼) 그러게 말이다..
번개 정말 우리끼리 이렇게 버틸 수 있을까요? 다들 말은 안하지만
불안해 하고 있따구요.혼마찌 애들이 쳐들어 오면 어쩌나 해서요.
와싱턴 혼마찌도 혼마찌지만 난 아사히마지패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네.. 지난 번 그 일로 얼마나 이를 갈고 있겠는가?
개코 (취해) 까짓거 사나이가 한번 죽지, 주번 죽는다요?
다 오라고 허씨요, 이 개코가 두한이 몫까지 두배로 이를 악물고
쌍루테니께...
번개 또 문다고 하네..? 걔네들한텐 그런거 안통해요. 나 참..
개코 뭣이여?
그렇게 투닥거리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술집안이 조용해 진다.
보면 양복 차림의 마루오까 경부가 역시 사복을 입은 부하 순사와
함께 안으로 들어온다. 마루오까는 한번 내부를 쑥 훑어본다.
순사 여기가 우미관 주먹패들이 늘상 몰려드는 곳입니다. 저기
저 놈 들입니다.
마루오까 .............
지배인이 달려가 고개를 조아린다.
지배인 어서오십쇼. 이쪽으로...
그러나 마루오까는 종로패들이 진을 치고 있는 주변으로 자리
를 잡고 앉는다. 지배인이 당황해 하며 따라간다.
김무옥 뭐여? 저 자식 지금 우리를 꼬나보는 것이냐?
번개 말조심 하세요, 저 사람 순사예요.
김무옥 뭣이여, 순사?
문영찰 ...........?
개코 (취해) 순사가 멋땀시 여글 오고 지랄이여? 에이
술 맛 다 떨어져 부렀다.
순간, 그렇지 않아도 그쪽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던 마우로까는
그 말을 들 은 듯 눈빛이 날카롭다.
번개 그만 다른 데로 가시죠.. 형님들?
와싱턴 그래.. 일어들 나자고
그들 못마땅한 표정으로 일어나 가려는데 마루오까가 불러세운다.
마루오까 거기 너희들... 모두 이리 와봐.
번개 ...? 저..... 저희들 말입니까?
마루오까가 손짓으로 부란다. 종로패들이 마지못해
밍기적 거리며 다가온다.
마루오까 (개코를 턱으로 가리키며) 너, 방금 뭐라고 지껄였지?
개코 (당황) 예? 뭐,뭐가 말입니까? 야 내가 아까 무슨 소리
혔냐?
마루오까가 보다가 일어난다. 그리고 갑자기 개코를 잡아
테이블 위로 꽂아버린다.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문영철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와싱턴과 번개가 달려가 보지만
개코는 심한 충격을 받은 듯 일어나지 못한다.
문영철 이게 무신짓이십니까? 아무리 순사라지만 이래도
되는겁니까?
마루오까 이유를 불만하고 나는 너희들 같은 불량배들을 싫어한다.
앞으로도 조심하는게 좋을 거다. 내가 있는 한 너희들은 종로에서
발붙이고 살기 힘들테니까. 알았나?
문영철 ............
마루오까 내 얼굴을 잘 기억해 둬라. 나는 너희들 같은 쓰레기들을
처리 하기 위해 종로에 온 마루오까 경부다.
문형철 우리는 쓰레기가 아닙니다.
마루오까 내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너희들은 쓰레기야..
문영철 아닙니다.
마루오까 쓰레기야.
문영철 아니라고 했습니다.
마루오까 지금 내게 반항을 하는 것인가?
문영철 ......(비꼬듯) 감히 순사 나으리께 어떻게 반항을 하겠습니까?
마루오까 내가 경찰이 아니라면 벌써 주먹이라도 날렸을 거라는
표정이군. 그런가?
문영철 잘 보셨습니다, 순사 나으리...
김무옥 영철아, 그만혀라..
마루오까 하하하. 제법 배짱이 두둑하구나. 좋다. 어디 그 주먹
맛 좀 한번 볼까?
문영철 ........?
마루오까 지금부터 난 경찰이 아니다. 니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
대로 해보란 말이다.
문영철 지금 사람 가지고 장난치는 겁니까?
마루오까 난 한입으로 두 말 하지 않는 사람이다.
문영철 ... (보다가 피식 웃고) 보아하니 소시적에 야무자 물을
먹어 보신 모양인데.. 좋시다. 나갑시다.
마루오까 (역시 웃고) 진작 그랬어야지 ..
문영철 ...........
씬 그 밖
문영철이 종로패에 둘러싸여 있고, 마루오까가 곁의 순사에게 겉
옷을 맡기고 그 앞에 버티고 서있다. 구경꾼들이
숨을 죽인 채,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김무옥 니 어쩔려구 그려? 그려도 순산디... 글고 영태형님이
아시면.....
문영철 (셔츠 소매를 걷으며)어차피 엎질러진 물이야. 두한이도
잡혀간 마당에 분풀이도 할겸 잘 됐어.
그렇게 앞으로 나선다.
문영철 그냥 붙기보다는 조건을 거는 게 어떻겠습니까?
마루오까 조건.........?
문영철 지는 쪽은 두말 없이 종로를 뜨는 겁니다.
마루오까 좋을대로 해라.
문영철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습니다 신중히 결정하십쇼.
마루오까 나는 무사돌르 신봉하는 사람이다. 허언 따위는
하지 않아.
문영철 좋습니다 (손가락을 분지르며) 그럼 시작해 볼까요?
마루오까 와라..
문영철이 권투 자세를 취하며 공격을 틈을 노린다.
그러나 마루오까는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은 채, 그래도 서잇을
뿐인다. 그야말로 산이 버티고 있는 것 같다. 문영철은
빈틈이 잘 보이지 않는 듯, 좀처럼 공격을 하지 못하다가
갑자기 공격을 푼다. 마루오까도 의아 한듯 긴장을 늦추는데, 싸움
꾼답게 문영철이 그 틈을 타 마루오까의 복부를 향해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마루오까가 그 주먹을 맞고 서너 발자국
뒤로 물러난다.
마루오까 (숨을 크게 몰아쉬고는) 제법이구나. (미소) 내가
상대를 잘못 고르지는 않는 것 같구나..
문영철은 상대가 쓰러지지 않자 자신의 주먹과 마루오까를
번갈아 보며 당황한 표정이다. 재차 주먹을 휘두르며 공격을
하는데 마루오까가 유연하게 피하며 문영철의 팔을 잡아 업어치기를
시도한다. 문영철이 저만큼 굴러나가 떨어진다. 김무옥도 번개도,
개코도 놀라는 표정이다. 문영철이 충격을 받은 듯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마루오까가 여유있게 웃으며 오라고 손짓을 한다.
문영철이 다시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드는데 이번엔
마루오까가 땅으로 몸을 눕히며 양발로 문영철의 가슴팍을
차 넘겨버린다. 더 큰 충격으로 떨어지는 문영철.. 고통스럽게
일어난다.
성식 형님?
김무옥 (초조해) 영철아, 가까이 붙지 말어. 떨어져서
싸우라고...
문영철이 이번엔 멀리 떨어져서 빙빙돌며 조심스럽게
발차기 공격을 시도해 본다. 그러다 또다시 발이 붙잡혀
무지막지하게 나가떨어지고 만다. 여전히 여유있는 마루오까의
표정, 유도가 전공인 김무옥의 표정에 공포가어린다.
김무옥 저,저건 사람이 아니여...
이제 문영철이 이판사판으로 덤벼드는데 마루오까도 싸움을
끝내려는 듯 무섭게 달려들며 문영철의 허리를 잡고 밀어부틴다.
그 괴력에 문영철이 속절없이 밀려 벽에 쿵 하고 심하게 부딪치고
만다. 그리고 연이어 마루오까가 한 손으로 목을 위로
밀어붙이며 조른다. 문영철이 안간힘을 다해 그 손을 떼어
내려 하지만......
번개 저...저러다 죽겠어요.
김무옥 ........
문영철의 힘이 서서히 풀려간다. 마루오까가 거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씩 웃으며 손을 놓는다. 그러자
맥없이 무너져 내리는 문영철. 종로패들은 그야말로 경악이다.
김무옥은 얼어 붙은채 말이없다.
마루오까 데려가라.
마루오까가 돌아서 가자 번개,와싱턴,개코,성식,영근들이
우르르몰려가 문영철을 부축한다. 김무옥은 그렇게 서서
문영철 쪽과 마루오까 쪽을 번갈아본다. 마루오까가 외투를
걸치고 돌아선다.
마루오까 뭐가.. 불만인가?
김무옥 ......... (주먹을 불끈 쥐어 보지만)......
마루오까 도전은 언제든지 받아 주겠다 .너희들 방식대로,너희
들이 원하는 대로 말이다.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