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시장은 소매상인이 줄지어 좌판을 벌이는 수산시장이다. 여느 전통시장처럼 채소·과일·약재 등 다양한 생필품을 취급하지만, 가장 많은 품목이 생선·건어물 등 수산물이다. 이 점이 여느 시장과 다른 교동시장의 특색이다.
교동시장 풍경
시장은 수산물 직거래에서 비롯되었다. 어선을 보유한 남편이 생선을 잡아오면 아내가 여수 앞바다에서 좌판을 벌이고 판매한 것이다. 처음에는 시장이랄 것도 없이 새벽이면 상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고, 자연스레 시장이 섰다. 해산물이 싱싱하니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는 것은 당연한 일. 게다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니 가격도 저렴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어 1965년에 정식 시장으로 개설되었고, 2005년 인정시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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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물 풍부한 교동시장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일렬로 늘어선 좌판에는 온갖 수산물이 가득하다. 부산항에 이어 우리나라 제2의 수산항답게 매일 어선에서 공급되는 선도 높은 물량이 많다. 그러다 보니 동네 시장처럼 “갈치 한 마리 얼마예요?” 하는 식의 흥정은 볼 수 없다. 생선 마리당 가격을 물어보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은 교동시장 방식이 아니다. 뭉텅이로 쌓아놓고 몇만 원 하는 식이다.
좌판이 늘어진 교동시장 풍경
좌판이 늘어진 교동시장 풍경
건어물은 비교적 종류가 단순하다. 멸치와 새우가 주를 이루고, 독특한 것으로 양태와 서대가 있다. 양태와 서대는 다른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지만, 여수에서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에 띈다. 여수에서는 제사상이나 잔칫상에 반드시 올리는 생선이다. 양태는 살이 희고 단단해 맛이 좋지만, 잔가시가 있어 다소 먹기 불편하다.
여수사람들이 즐겨먹는 양태
서대는 가자미 종류로, 몸이 납작하고 비대칭인 것이 재미있게 생겼다. 여수 사람들은 서대를 국으로 끓여 먹고, 꾸덕꾸덕 말려서 두고두고 구워 먹기도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요리법은 무침이다.
서대를 파는 아주머니
무채, 미나리 등 싱싱한 채소와 큼지막하게 썬 서대를 막걸리식초로 버무리면 새콤달콤한 서대회가 완성된다. 서대회는 막걸리식초로 버무리기 때문에 여수로 시집온 며느리는 막걸리식초 만드는 법부터 배웠다고 한다. 지금도 서대회를 내는 식당에는 자랑이라도 하듯 막걸리식초를 진열한 곳이 많다.
서대회 <사진제공 : 여수시청>
교동시장은 새벽 시장이라 아침 일찍 가야 시장의 분주함과 사람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후 1~2시면 장사를 접고 들어가는 상인들이 많아 시장은 썰렁한 기운이 감돈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교동시장 맞은편에 위치한 여수수산시장은 오후에 활기차다. 좌판이 주를 이루는 교동시장과 달리 깨끗하게 정돈된 수산시장이다. 주 품목은 활어와 건어물. 생선회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수족관에는 펄떡이는 국내산 활어가 가득하다.
활어횟집이 많은 여수수산시장
시장 탐방은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먹는 즐거움으로 이어진다. 남도의 음식 맛을 자랑하는 여수이기에 시장이라도 풍미가 뛰어난 음식이 곳곳에 숨어 있다.
시장 안 식당 어디를 가도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장어탕이다. 바닷장어로 끓인 장어탕은 징그럽다는 선입관만 떨쳐내면 한 끼 식사로 충분히 보신했다는 생각이 드는 별미다. 고사리, 숙주 등 채소를 듬뿍 넣은 국물은 얼큰하면서도 담백하다. 맛있는 육개장 한 그릇 먹는 느낌이다.
장어탕
생선을 좋아하는 이라면 금풍생이구이 맛에 빠져보는 것도 좋다. 시장 주변 식당에 ‘생선구이’라고 적은 메뉴가 금풍생이다. 표준어는 ‘군평선이’인데, 이곳에서는 금풍생이라 부른다. 모양이 아름다워 꽃돔이라고도 한다.
칼집을 내고 굵은 소금을 뿌려 통째로 굽는데, 가시가 억세고 많은 데다 살점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먹기에는 다소 불편하다. 하지만 고소한 맛은 샛서방에게만 구워준다는 말처럼 일품이다. 여수 사람들은 내장은 물론 머리부터 꼬리까지 꼭꼭 씹어 먹어야 진짜 금풍생이 맛을 아는 미식가라고 한다.
금풍생이 구이 <사진제공 : 여수시청>
생선 외에 특별한 무언가를 원한다면 콩죽이 있다. 콩국을 데워 국수를 말아 먹는 음식이다. 시원한 콩국수보다 고소함이 훨씬 더하고 식감도 부드럽다. 예전에는 수산시장 뒤편에 죽 골목이라고 해서 여러 집이 콩죽․우무채․팥죽 등을 팔았으나, 지금은 한 집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고소함이 진한 콩죽
시장을 신나게 구경하고 별미를 맛봤다면 국내 최대의 단층 목조건축물 여수 진남관으로 걸어간다. 진남관
전쟁 후인 선조 31년(1598) 전라좌수사 겸 삼도통제사 이시언이 정유재란 때 불탄 진해루 터에 객사를 세우고, 남쪽의 왜구를 진압해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진남루’라 이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