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집 문 앞에서 여자가 아래 위가 붙은 연탄을 떼고 있다.
속속들이 다 태워 허연 것과 불이 벌겋게 한창인 것의 몸을 칼로 푹푹 쑤셔댄다.
울컥 피가 쏟아지는 살인을 상상하며 오금에 힘을 준다.
허기를 달랜 남자가 나오며 작업화로 체중을 실어 누르자 뚝 떨어진다.
떨어져 누운 것을 보고 뜨거운 것이 혀를 빼 약을 올리며 들어간다.
대사 한마디 없이 허드레걸음으로 길을 건너 퇴장하는 남자.
막 눈뜨는 아침은 막걸릿잔에 고봉으로 얹히는 햇살보다 더 눈부신데 버림 받은 것들은 제 몸 하나 식히기 바쁘다
-『대구신문/좋은시를찾아서』 2023.03.09. -
버림받은 것들은 제 몸 하나 식히기 바쁘다.” 디테일하게 그려진 함바집 풍경이다. 어떤 대사도 없는 무성영화의 한 장면처럼 연탄을 제법 떼어본 기억의 한 장면이 오버랩 되면서 속속들이 다 태운 연탄과 불이 벌겋게 한창인 연탄의 차이를 시인은 이야기 하고 있다. 뜨겁게 달라붙은 그것은 연탄일까. 놈팡이 남편은 아닐까? 살인충동까지 데려온 시인에게는 여자의 오금에 힘이 들어간 것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 하는 것일까?
그런 여자를 단숨에 제압하는 것은 역시 일하는 남자의 작업화다. 떼어 놓기 위해 온갖 용을 쓰는 일도 시간이 지나면 무모한 일인 것이고 여자에겐 버림받은 누군가에게 출렁이는 막걸리잔 하나를 이게 詩라며, 슬그머니 내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