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구멍 입구에서부터 안쪽으로 고막까지의 길을 외이도라고 한다. 이 외이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외이도염’이라고 하는데, 귀지를 제거하려고 하거나 귀가 가려워 귓속을 파다가 외이도염이 생겨 고생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외이도염은 잘못된 습관으로 인해 발생하기 쉽고, 만성화되면 청력이 저하되고 안면신경마비까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귀를 함부로 파면 외이도염이 생길 수 있다ㅣ출처: 게티 이미지뱅크
귀 함부로 파면 외이도염 발생할 수 있어
외이도는 외부 세균과 직접 접촉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자체적인 방어기전을 가지고 있다. 귀지는 이 방어기전 중 하나이다. 귀지는 외이도의 피지선과 귀지샘에서 분비되는 지질과 단백질, 그리고 외이도 피부에서 각질세포가 떨어져 나온 것들이 합쳐진 것으로,지방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이 때문에 귓속으로 물기가 스며드는 것을 막아주며, 산성을 띠고 있어 세균이 증식하는 것을 억제하고 외부 세균으로부터 외이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귓속에 귀지가 보이면 청결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억지로 파내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습관적으로 귀를 파다 보면 외이도에 상처가 생길 수 있고, 상처를 통해 세균 및 곰팡이에 감염이 되어 염증이 생기면 외이도염이 발생하게 된다.
귀가 가렵거나 진물이 난다면 외이도염 의심해야…악성으로 발전하면 치명적
외이도염이 생기면 초기에는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고, 더 심해지면 귓속이 부어 얼얼하고 먹먹해진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서는 “염증이 심해지면 악취가 나는 농성 진물이 나며, 청력장애도 나타날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199년 대한의진균학회지에 발표된 ‘이진균증의 임상 및 진균학적 관찰’ 논문에서는 38명의 외이도염 환자의 증상을 조사한 결과, 진물(36.8%)이 가장 많았고, 소양감(21.1%), 이폐쇄감(21.1%), 이통(10.5%)에 이어 청력장애(7.9%)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외이도염은 국소 항생제 치료와 외이강 세정을 하면 치료 되지만, 악성 외이도염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는 외이도 염증이 퍼져 주변 연부 조직과 두개저까지 침범하면 심한 두통을 비롯해 악관절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서는 “염증이 두개저로 퍼져 뇌신경을 마비시켜 안면신경 마비가 나타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염증이 퍼지면 뇌수막염이나 뇌농양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외이도염 발생 가능성 높이는 생활 습관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귀를 후비다가 외이도염이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귀지를 억지로 파내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귀지는 파지 않아도 저절로 밀려 나온다. 간혹 양이 많거나 귀지 때문에 불편하다면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제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더불어, 외이도염은 높은 습도와 온도에서 잘 생기기 때문에 물놀이를 많이 하는 여름철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샤워나 수영하고 난 뒤 귀에 물이 들어갔다고 귀이개나 면봉으로 파는 행동은 위험하다. 귀에 물이 들어갔다면 고개를 기울여 한쪽으로 물을 흘려보낸 뒤, 드라이기나 선풍기 등을 이용해 충분히 귀를 말리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오랫동안 이어폰을 끼는 습관도 귓속을 습하게 만들어 외이도염 발생 위험을 높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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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새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