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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복들 많이 받고 계신가요? 저는 요즘 한가해져서 거의 매일 여자농구 볼 수 있게되어 나름 복이 넘칩니다^^
최근 정말 재미있는 경기가 많아 그 복이 배가 되기도 하고요.
이번 글은 <선수이야기> 두 번째, 삼성생명의 영원한 프랜차이즈 이미선 선수 이야기입니다.
친구 녀석의 '뜬금포' 한 방에
2004년도, 그러니까 10년 전이었습니다. 이제 갓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을 맞아 폐인같이 살던 21살 때였지요. 당시 고등학교 때 절친인 녀석과 네티즌들이 많이 쓰던 MSN 메신저를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절친과 이야기하면 과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마련인데 저희도 그랬습니다.
저는 2002년, 고3 내내 본업인 공부보다는 농구에 몰두했던 이른바 '농구에 미친' 고3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녀석과 과거 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레 예전에 그 친구와 함께 즐겨했던 농구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 녀석이 '뜬금포'를 한 방 날리기를,
친구 : 야, 너 이미선이라고 아냐?
저 : 이미선? 들어는 봤는데? 왜?
친구 : 이미선 진짜 예쁘지 않냐?ㅋ
저 : 얼굴을 잘 몰라서 모르겠는데 진짜냐?
친구 : 어. 티비로 봤는데 진짜 예쁘더라. 농구도 잘하고. 니 농구 좋아하는데 한 번 가서 봐라~
저 : 임마, 내가 여자농구를 왜 보니? 농구는 남자농구지 인석아.
친구 : 그러지 말고 가서 한 번 봐바. 소감 전해주고 응?ㅋㅋ
저 : 너 내가 봐서 안 예쁘면 너 죽이러 간다..ㅋ
친구와 대화를 마치고, 인터넷으로 '이미선'을 쳐 보았습니다. 순간, 한 때 이휘재 씨가 유행시켰던 말이 제 마음 속에서 요동이 치더군요. "(바바밤 바바밤 바바밤 바바라바밤~♬) 그래 결심했어~!!"
그로부터 며칠 후 아침에 저는 만사를 제쳐두고(만사라고 해봤자 게임방 야간알바) 청량리행 경춘천 무궁화호에 올랐습니다.
당시, 여자농구에 대한 지식이래봤자, '전주원, 정은순, 유영주' 정도밖에 몰랐던(그것도 어머님이 농구대잔치 팬이라 어깨너머로 알았다는..) 여자농구에 대해 관심 한 오라기도 없었던 제가 친구의 '뜬금포' 한 방에 몇 시간동안 이미선 선수에 대해 샅샅이 뒤지고, 초등학교 자연 시간 실험에서 흔히 보는 자석 N극에 끌리는 S극처럼 춘천에서 멀고 먼 수원행을 당당히 택했던 것입니다.
청량리역에서 갈아탄 국철 1호선이 수원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당시는 경기가 오후 2시였습니다. 1시간의 여유가 있었지만, 저는 초조했습니다. '아, 여기서 수원실내체육관까지는 어떻게 가지?' 행인들에게 길을 묻고 버스 노선을 물어 겨우 갈 수 있었습니다. 체육관 앞에 도착한 시간은 1시 35분.
썰렁~ 황량~ 그 자체였습니다.
'이럴수가, 그래도 명색이 프로농구 경기인데..'. 황당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경기시간 자체가 평일 2시였고, 당시에는 연맹 측에서 장충 중립경기까지 수시로 열 정도로 여자프로농구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서 그랬습니다. 매표소로 갔습니다. 줄은 존재하지 않았지요. 빚의 속도로 2000원을 내고 표를 끊고 경기장으로 들어섰습니다.
경기장 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썰렁하다 못해 추웠습니다. 코트를 보니, 말로만 듣던 이미선 선수가 몸을 풀고 있더군요. '와, 직접 보게 되다니.' 방금까지 들었던 경기장의 황량함에 의한 황당함은 이미 우주 저 편으로 날라가 버린 지 오래. 눈이 휘둥그래지더군요.
그 날 경기 내용은 오래되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난생 처음으로 경기 종료 후 선수와 직접 이야기한 기억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생생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남자농구같은 경우에는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퇴장할 때 경호원이나 직원이 길을 터주면서 팬들과의 과도한 접촉을 막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여자농구는 절대 그런 게 없습니다. 처음으로 여자농구를 보러 간 당시 제 입장에서는 정말 '베리베리 댕큐'였죠.
"(후덜덜대며) 안녕하세요. 이미선 선수, 춘천에서 보러 왔어요."
"아, 멀리서 오셨네요. 감사합니다."
"저...저... 싸인 한 장 부탁드립니다.(후덜덜, 콩닥콩닥)"
"아..예."(슥삭)
춘천으로 돌아오는 길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하하하.
그 이후, 저는 수원에서 삼성생명 비추미 경기가 있을 때는 언제나 수원으로의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이것도 모자라 중립경기를 보러 장충체육관까지 다니게 되었습니다. 당시, 박인규 감독님을 수장으로 하는 무적 국가대표 4인방(이미선 - 박정은 - 변연하 - 김계령 선수)의 삼성생명은 정규리그에서 1위를 굳건히 지켰기에 팬심이 더욱 늘었습니다.
지금도 그 친구랑 가끔 연락을 합니다. 며칠 전에,
친구 : "야, 아직도 너 여농 보러 다닌다며?"
저 : "니 때문 아냐 새꺄."
친구 : "내가 뭘..."
저 : "이 자식 나이 먹더니 건망증을 드셨나. 10년 전 기억안나냐. 니가 이미선 선수 보러 가보래매. 그 이후 계속 봤다."
친구 : "이런 미*놈...이제 안 질리냐?"
저 : "질리기는, 남농보다 더 재밌다. 시간 좀 내라. 구리나 부천에서 한 번 보고 오랜만에 맥주나 한 잔하자."
친구 : "쯔쯔쯔쯔.."
연락을 할 때는 하도 친한 녀석이라 욕 반, 헛소리 반으로 서로 친분을 자랑(?)하지만 이 녀석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저를 이렇게 재미있고 감동넘치는 '세계'로 이끌어줘서.."친구야 고맙다. 덕분에 친구 따라 강남갔다."
< 그림1 > 언제나 팬들에게 친절했던 '예쁜이 가드' 이미선 선수는 저를 정말 재미있고 감동넘치는 여자농구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이 선수를 처음 본 기념으로 수줍고 어색하게 사진을 찍은 지도 어느덧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되었네요. 시간 참 빠릅니다...
'예쁜이 가드'의 전성시대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2004년 겨울리그 당시 이미선 선수의 삼성생명은 정규리그 1위를 고수하던 강팀이었습니다. 지금도 많이 회자되는 '국가대표 4인방'의 위력은 막강한 용병 두 명이 뛰던 금호생명 펠컨스(당시 연고지가 인천이었죠)를 능가했습니다. 이렇게 강한 팀을 포인트가드로서 이끈 선수는 이미선 선수이고요.
25살, 데뷔 7년 차의 이미선 선수는 이 때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동료들이 워낙 뛰어나기도 했지만 풀타임 출전에도 불구하고 남아나는 체력으로 공수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모습은 '예쁜이 가드'의 이미지와 더불어 많은 팬 분들의 관심과 애정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당시 기록을 보면,
< 그림2 > 제가 처음 여자농구를 보게 되었던 2004년 겨울리그 당시, 이미선 선수의 기록은 어마어마했습니다. 평균 39분 8초라는 출전시간으로 지금의 한채진 선수 뺨치는 '철녀' 면모를 자랑했고, 평균 12.95득점, 5.85리바운드, 3.8어시스트, 3.2스틸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평균 3.2개의 스틸이 눈에 띕니다. 최근 한 기사에서 여러 감독님들이 현재의 이미선 선수를 '최고의 수비수'로 손꼽았는데 이는 이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미선 선수의 전매특허로 자리잡게 된 스틸 능력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나올 수 있습니다. '어? 이미선 선수는 최고급 포인트가드인데 의외로 어시스트가 적었네?'
이에 대한 대답은 박정은 - 김계령 - 변연하 선수가 이미선 선수와 동시에 한 팀에 있었다..입니다. 특히 박정은 선수같은 경우 은퇴 직전까지도 그랬지만, 전천후 플레이어였기 때문에 어시스트 갯수도 상당했습니다. 어시스트가 이미선 선수 하나에게 치중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게임 운영에 있어 동료 덕분에 부담이 덜해 편안하게 경기를 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이 당시 경기를 회상해 본다면, 이미선 선수는 직접 일대일 공격을 할 필요가 거의 없었습니다. 강약 조절과 운영에만 치중해도 나머지 선수들이 '알아서 척척' 팀의 승리에 필요한 플레이를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선 선수가 당시 평균득점에서 7~8점 정도만 해주었어도 삼성생명 비추미는 정규리그 1~2위의 성적을 충분히 거둘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의 기록을 보면 이미선 선수는 든든한 동료들의 지원을 받는 포인트가드 포지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12.95득점이라는 '후덜덜'한 득점력을 자랑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많은 스틸에 이은 속공 찬스에 의한 득점이 많았습니다. 한 경기에 최고로 많이 본 스틸이 대략 5~6개 정도였으니끼요.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박인규 감독님의 시즌 내내 한결같았던 '주전혹사 모드' 였습니다.
물론, 당시 잭슨과 셔튼 브라운이라는 걸출한용병 두 명을 보유한 금호생명, 2003 여름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이었던 우리은행, '바스켓 퀸' 정선민 선수를 영입한 국민은행의 추격에 한 시도 긴장할 수 없었기에 그러실 수 밖에 없었지만 이미선 선수를 비롯한 국가대표 4인방 선수들의 체력 문제는 10년 전 이들이 젊은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즌 내내 제기된 문제였습니다. '저러다가 다들 플레이오프 때 퍼지는 거 아냐?'
가정이겠지만, 이 시절부터 코칭스텝에서 이미선 선수를 비롯한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를 조금만 줄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식스맨 선수들의 플레이 시간을 보장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삼성생명의 선수층이 두꺼워져서 지금에도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특히 이미선 선수의 부상 정도가 덜하지는 않았을까요? 하지만, 이미선 선수를 비롯한 국가대표 4인방이 각자 워낙 전성기라 선뜻 '빼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해합니다.
장충체육관 샌드위치
저 시절 이미선 선수와의 개인적인 에피소드 하나.
이미선 선수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4년 2월의 어느 날, 이 선수와 동갑이자 열혈 팬이었던 제균이 형님과(지금은 어디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장충체육관에 갔습니다. 삼성생명 경기가 뒤 경기라 저희는 다른 경기를 텅텅 빈 관중석에 우두커니 앉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지요.
'어? 앞에서 츄리닝 차림으로 샌드위치를 드시는 두 여성분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가까이 가서 보니 박정은 선수와 이미선 선수가 나란히 앉아 샌드위치를 먹고 있더군요. 용기를 내었습니다.
"이미선 선수 안녕하세요. 저번에 수원에 왔던 팬입니다."
"예, 안녕하세요. 여기도 오셨네요."
"예, 또 보러 왔어요."
"어... 배 안 고프세요? 마침 샌드위치 한 개가 남았는데 저 분(제균이 형님)이랑 같이 드시겠어요?"
"(매우 감동했지만 애써 담담하게) 어이구, 감사하게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평생 자랑할, 이미선 선수에게 샌드위치 얻어먹은 이야기입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미선 선수가 기억할 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 일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 자신 있습니다. 오래 되었지만 샌드위치를 주며 짓던 이미선 선수의 친절한 표정이 생생하네요...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려 이미선 선수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원래 글을 한 편에 완성하려 했는데 글솜씨 부족으로 분량이 길어지네요(이말년식 '분량 조절 실패..;;)
글을 쓰면서 그 때 그 시절이 너무나 그리워집니다.
저나 이미선 선수나 어리고 젊었었으니까요...
빠른 시일내에 ②편 계속됩니다~
부족하지만 좋은 글 쓰기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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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ㅋㅋ 선수가 기억하는 팬이라니 대단하세요
지금은 기억 못할 거예요.. 그 땐 워낙 관중이 적어서.. 당시 응원단장님 주업무가 쓰레기 줍기..
와... 진짜 옛날사진이네요. 직관의 내공이 ㅎㄷㄷ하신ㅋㅋ 대단하십니다ㅋㅋ
아닙니다~ 제가 좋아서 가는 건데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 때 노랑색이었나요? 이미선 선수 젊었을 때 미모로도 인기 정말 많았죠~
@사랑의마법사 저도 이때 대학생 1학년이었어요. 세월 빨라요ㅜㅜ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미선선수는 십자인대 부상복귀 후의 모습만 남아있어서인지 상당히 신선하네요
다음글도 기대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도 평생 소장하고 싶은 사진이라 생각해요^^
단지 포인트가드로서 뿐만 아니라 wkbl의 진정한 올라운드플레이어이자 천재이기도한데..얼굴도 정말 예쁘죠.이쁜이가드. 미소천사. 별명 참 어울려요. 결혼하고서는 그 별명들이 잘불리지는 않지만..ㅎㅎ 공격과 수비..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프로들이 넘치는데.. 이 선수는 멀티플레이어면서도 공수양면에 걸쳐 탑이라는게.. 대단합니다.
지금도 반짝반짝 빛나는 선수지만, 그 시절의 눈부신 이미선선수와 청춘을 함께 보냈다는게 웬지 부러워지네요. 2편 기대합니다^^
아 얼마만에 들어보는 미소천사인가요...ㅜㅜ
올려주신 글을 보니 그시절 이미선선수뿐 아니라 삼성선수들 생각이 많이 나네요ㅎ잘봤습니다ㅎ
감사합니다~ 저도 글쓰면서 그 때 생각나 가슴이 쨘 했어요~
저사진 전에 미선선수 팬카페에서 본거같은데 저도 이미선선수의 오랜팬이라 ㅎㅎ 그때시절이 문득 생각나네요
미선러브죠?? 저도 한 때 거기서 활동했어요^^
올려주셨네요...기다리고 있었는대..^^
사진을 보니 예전경기가 많이 생각나네요..몇일날 티비에서 중계해주나 하고 기다리곤 했었는데...
다음 글도 기다릴게요..^^
감사합니다~
재밌게 잘읽었습니다ㅎㅎ 2편도 기대합니다
^^
22항상 기대감을 갖게 해주는 이용하님의 글....기대됩니다.~~
와 대단하네요 ~이미선선수가 이글을 본다면 감동받을듯
10년 팬심이면 ~ 다음 글도 기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