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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선생님
찌푸린표정으로 택시에서 내려 올려다본 건물은 어릴때부터 지겹도록 들락날락 거려 집보다도 더 친근한 병원이었다.
비록 이번에는 내가 아니라 언니의 입원으로 인해 오게되었지만.
어렸을때부터 잔병치레가 잦았던 나와 달리 언니는 지나칠정도로 튼튼한 사람이여서 갑작스러운 언니의 입원소식에 우리집사람들은 난리도 아니였다.엄마는 당장이라도 서울상경이라도 할것마냥 굴었지만 회사문제도 있고 지나치게 흥분하지말라는 아빠의 만류에 의해 엄마가 아닌,때마침 학교도 휴학하고 빈둥빈둥 쉬고있던 내가 서울로 올라가 언니의 간호를 맞게 되었다.
하지만 어디 그게 마냥 좋겠냐고.
비록 이몸이 지금은 할 일없어서 방구석에서 쳐박혀 잉여생활이나 하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꽃다운 청춘이거늘!!!!!!
“게다가,이 병원..진짜 싫다고.”
게다가 이곳은 오빠가..있는곳이 아니던가.
허.
*
“뭐야,그노트북은?언니 넌 병원에서도 일하냐?”
곱지못한 말이 튀어나갔다.그도 그럴법 한게 와글와글 사람들이 몰려있는 5인실에서 혼자서 고고한척 아이패드를 들고서 뭔가를 확인하고 있는 언니의 얼굴을 보니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기분이 느껴졌기때문이었다.
엄마 말마따나 정말이지 신기한게,어떻게 저런 사람과 내가 똑같은 뱃속에서 나왔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독하다,독해.
“왜 왔어.어차피 내일쯤이면 퇴원할건데.”
“나도 언니 너 보고싶어서 온거아니거든?집에서 쫒겨나다 싶이해서 여기 온거거든?
게다가 퇴원?퇴원같은소리하고있네.
방금 과장님이랑 면담하고 왔어.언니 너 그나이먹고 요즘 세상에서 과로는 그렇다치고 영양실조라는 소리를 듣고싶니?“
그렇다.정말이지 내가 화가 나는건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언니의 병명은 과로와 더불어 영양실조란다.
뭐,그게 경미한 교통사고를 동반했다는데에서 입원동기가 더 크게 작용한것같지만.
“요즘 새로 맡게 된 프로젝트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어.그래서 그래.내일까지만 푹쉬면 괜찮아.별거 아니니까.”
“그럼 좀 쉬던가.이게 지금 어딜봐서 푹쉬는건데?아이패드 이리내!!!”
결국 아이패드를 빼앗아버렸다.
게다가 우리끼리만 있는곳도 아닌 병원에서,5인실에서 소리까지 질러버렸다.아아,나의 이미지....
“여전하네,그 성격.”
씩씩거리며 분에 못이겨 언니를 노려보고있던 차였다.
“오랜만이다,서도희.서도화.어쩜 너넨 변한게 없냐.”
낯익은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고 반가움을 띈 언니의 얼굴이 눈앞에 보이고 몇 개월전만해도 익숙했던,내가 가장 좋아했던 향기가 확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아,이래서 이병원이 싫었던거다.
“아니지.요번엔 내가 입원했다는거에 차별성을 좀 두라고”
“아,그런가?”
하하,웃으며 언니와 시시덕거리는 그 얼굴이 눈앞에 보이자 더는 참을수가 없어진 내가 몸을 돌렸다.
오빠는 어떻게 아무렇지않을수가 있는거지..
*
천하대병원.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머리좋은 애들만 간다는 천하대였다.게다가 의대생이라니,대체 얼마나 머리가 좋은걸까,우리언니도 똑똑한데 언니도 떨어진 의대를 간 언니의 친구는 내게 있어 언니보다도 더 대단한 사람.
처음엔 그저 동경의 대상에 지나지않았다.
어릴적부터 자주 아파서 병원을 제집마냥 드나들었던 나여서,병원이 익숙했다.
게다가 고등학교때쯤부터는 오빠를 보기위해 별거 아닌데도 병원에 아프다며 왔던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대단해보였고,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싶었다.그러다가 어느새 언젠가부터 승태오빠는 내 관심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관심이 애정이 되기까지는 오래걸리지않았다.
당연하다는듯 나는 처음 껶는 감정에 열을 올렸으며 그런 나와는 다르게 승태오빠는 참으로 냉정했다.
‘오빠!’
‘너 또왔어?’
당연한건가.오빠에게 나는,그저 친한 친구의 여동생에 지나지 않았을테니.
하지만 그때,그때 나는.
‘나 아파.’
‘또 어디가?이번엔 또 뭐야?무슨 꾀병인데.이번엔?’
나는 오빠뿐이었다.또한,
‘오빠가 보고싶어서!헤헤.’
나는 그때만 해도 그렇게 싱그러운,청춘이었다.
*
“이렇게 보게될줄은 몰랐어.”
승태오빠가 내얖에 놓아주는 딸기스무디를 보고만 있었다.자기는 커피를 마시면서,당연하다는 듯 내게는 커피따위 주지않는다.
아직도 내가 어린애로만 보이는건가,
그래 애초에 오빠랑 나사이가 껄끄럽다고 해도 우리가 안보고 살 사이는 못되는거다.
지금만 해도 그렇지않은가.
의도치않았는데도 갑작스런 언니의 입원으로 인해 다시 만났다.그것도 불과 내가 오빠에게 차인지 몇 개월만에.
두 번다시 마주치지않길바라곤,학교까지 휴학해버리고 부산으로 잠수탔었는데.
몇 개월간의 잉여생활이 한심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뭐라고 말좀해봐,도화야.”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지마.
“무슨말을 하라는건데.할말..없어.”
그와중에도 흰가운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오빠의 모습이,몇개월만에야 보는 그 모습이 여전히 멋있어 설레이는 이 바보같은 마음은 또 뭔지.
아,나는 정말 구제불능인가봐.
그렇게 차이고도,그렇게 무시당하고도 이사람이 좋다니...
“나,너랑 어색해지고 싶지 않아.”
“오빠는 내가 어색해?몰랐어.전혀 그렇게 안보이거든.방금만 해도 자연스럽게 나한테 커피안줬잖아.엄청 자연스러워서 몰랐네.”
“도화야.”
“그렇게 부르지마!!!!!!”
견딜수가 없어져버렸다.
다정스레,도화야-하고 불러주는 그목소리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버릴듯 했으니까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그날은.서도화,하면서 차갑게 돌아섰잖아.
“오빠는 어떤 생각으로 지금 내얼굴 보고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속 좋은 사람 못되.나 뒤끝장난아니잖아,몰랐어?
마지막에 우리 어땠었니,기억안나?오빠 머리좋잖아.잘 떠올려봐.”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오빠를 기다렸는데.얼마나 떨렸는데,어떻게 한 고백인데.
그런거쯤은 아무렇지않다는듯 장난치지말라면서 가버렸잖아.
“그리고 나 이제 커피 잘마셔.더이상은 어린애 아니란 소리야.
중고등학교때 철없이 연예인 좋아하는 십대소녀마냥 가졌던 마음아니야.
그렇게 쉽게 봤다면 그거 오빠 실수고,어쨌든 나는 그 이후로 오빠를 두 번 다시 보고싶지않았어.
언니만 아니였다면 이렇게 마주보고있는일,없었을거야.이건 우연이었으니까 언니앞에서는 그렇다치고 우리 둘이 따로 보는일,없었으면 좋겠어.보지말자는 소리야“
“너...”
“어차피 우리 둘 사이에 언니를 빼면 뭐있겠어.안그래?오빠한테 나는 그냥 철없는 동생친구,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잖아?”
신랄하다.
상대방의 표정이 굳어감을 확인함과 동시에 내마음또한 싸해지는것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
워낙 화려한 병력을 가지고 있던 터라 담임은 내가 조금만 얼굴이 창백하거나 비틀거리기만 해도 양호실로 가라고 하거나,
병원에 가겠다고 하면 두말않고 조퇴증을 끊어주곤 했다.
오늘도 어지럽다는 별거 아닌 이유로 사교시를 땡땡이치고서는 승태오빠가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병원에 들렀다.
어차피 바쁜오빠라 얼굴만 잠깐 볼수있는거겠지만 그래도 얼굴이라도 보는게 어디냐 싶었다.
병원에 도착해 전화를 했는데 신호는 가는데 받지않아 실망하고 있던 차였다.
“야,김승태.왜 전화 안받냐?시끄럽다.안받을거면 끄던지,좀!”
익숙한 이름에 고개를 돌려보니 승태오빠였다.옆에는 친구인거 같았는데..정말 그사람 말대로 오빠는 울리는 전화를 물끄러미 보고만 있을뿐이었다.
“꼬맹이 전화야.”
“꼬맹이?아,서도희동생?”
“어”
“걔 요즘 너한테 자주 연락한다?근데 수상한데?왜 전화 안받아?”
“..그냥”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분명 오빠얼굴보러 온거였는데 왜였을까.
다리가 스스로 움직여 기둥뒤로 나는 몸을 숨긴 모양새로 있었다.
“뭔데.그 그냥은?”
“걔 서도희 동생이잖아.그래서 좀 그래.”
“왜 걔보면 서도희 생각나냐?첫사랑의 추억 따위가 마구마구 샘솟기라도 해?”
그건,몰랐던 이야기라 좀 충격이었다.
아니,좀 많이.많이 충격이 되었다.
그래서 였을까,나는 그전보다도 더 언니가 좀 미워졌다.
*
“어디갔다왔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병실에 들어서는 내게 언니가 물었다.
알거없어,라고 딱딱하게 말해준채로 가지고 온 짐을 이것저것 분주하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보는 승태오빠의 얼굴에 언니의 존재까지 나는 조금 버거운 상태였다.
“너 그렇게 나가고 나서 승태 당황하더라.”
멈칫.
당황이라..글쎄그사람이 그런걸 하는 사람이었던가.하지만 습관적으로 오빠에 관련된 얘기만 나오면 몸이 알아서 반응해버린다.
멈춰버린 손에 젠장할 기분을 느끼고 있는데 그런 내행동을 눈치챈건지 모르겠지만 언니는 묵묵히 말을 이었다.
“나 걔가 당황하는거 딱 세 번봤어.
내가 천하대의대 떨어졌을때,카데바해부얘기해줄때,작년에 이모 맹장수술 받으셨을때.“
그게 다 뭐란 말인가.
“오늘로서야 네 번으로 늘었다.니가 가버렸을때,”
“..잠이나 자.과로라며.”
헛소리일 뿐이다.
그래,언니는 눈치가 빨랐다.모를 리가 없지,그 미묘한 분위기를.
*
천하대에 떨어졌다.뭐,당연한건가.언니도 떨어진 천하대에 내가 붙을 리가 없었지만 괜한 오기였다.정시 가나다군중에서 가군을 욕심부려 당연하다는듯 떨어져버린 날 보곤 주변에서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좀 속이 상했다.
결과야 뻔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기적이란게 일어난다면 붙을지도 모른다고.
제일 커트라인 낮은과 넣었으니 기적이 일어날수도 있을지 모른다고.
그리 희망을 가졌었거늘.
기적따윈 없었다.
그래도 아직 나,다군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니 희망을 가지라며 내게 격려를 해주는 학원선생님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집으로 가는 골목길,벽에 기대어 있는 한 인형에 누구지,하며 지나쳐갈때쯤 손목을 붙잡는 손길에 화들짝 놀라 쳐다보니 승태오빠였다.
“오빠!”
의대생이란 사람이 아닌것같다며 어째서 집에도 안들어오는건지,그놈의 인턴이 다뭐냐며 투덜거리시던 이모의 말대로 얼마만에 보는건지 모를 얼굴에 반가운 마음에 웃으며 오빠를 쳐다보았다.그런데 뭔가 평소와는 다른 느낌.
이거..술냄새인가?
“도희야.”
인상이 찌푸려졌다.
“나 도화야.”
“도희야”
“서도화라고.”
“..희야..”
이오빠 술주정이 장난아니구나.싶었다.어떻게 언니랑 나를 헷갈려할 수가 있는거지?
하지만 그이전에 끝끝내 언니의 이름만을 부르며 내게로 쓰러지듯 기대오는 승태오빠의 체온에 나는 조금 슬퍼졌다.
나는 언제쯤 오빠앞에 서도희의 동생,서도화가 아닌.
그냥 서도화로 설수있게될까
*
“..서도희?”
나를 보면서 언니이름을 내뱉는 사람을 보고 인상이 찌푸렸다.뭐야,이인간은.
흰가운을 입고있는걸로봐서는...의사인가.
이병원 의사들은 참...
“우리언니알아요?”
“우리언니?”
“그쪽이 방금 부른 이름,우리언니 이름이거든요.”
어디하나 언니와 닮은 구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가끔 언니와 나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수능이 끝나고 합격발표가 나올때쯤 술주정으로 날보며 언니이름을 애타게 부르던 승태오빠도 그러했고,지금 이사람도 그렇다.
도대체 어딜봐서 날보고 언니를 떠올리냐는 말이다.
“어!그럼 니가 그 서도희 동생?”
그러고보니 이사람,승태오빠 친구였던가.좀 정신사납던 목소리가 맞는거 같은데...
“이렇게 다 만나네.난 성지운.나 기억나지 않나?너 고등학교때 몇 번본거같은데.잠깐 마주치는 정도로.”
그래.내가 자주 아프다는 핑계로 오빠를 보기위해 병원에 와서 지금 사람좋게 웃으며 내앞에 서있는 이사람을 봤었던것도 같다.
‘왜 걔보면 서도희 생각나냐?첫사랑의 추억 따위가 마구마구 샘솟기라도 해?’
그래.그때 그런말도 했었지..
“그런데 너 여기 무슨일이야?어떻게 왔어?승태랑은 만난거야?화풀렸어?”
무슨말을 숨도 안쉬고 다다다다 내뱉는건지.내가 다 숨이 차는것 같다.
잔뜩 의문이 서려있는 얼굴을 마주하고 있자니,이사람은 언니의 입원사실을 모르는건가싶었다.
하지만 언니랑도 아는사이인줄 알았는데..
“우리언니 여기 입원했잖아요.몰랐어요?”
“어?”
몰랐나보다.
“걔가 입원을?걔가 왜?”
아닌가?입원했다는거에 놀랐다기보다는 입원동기에 궁금증을 가지는거 같은 이유는 뭐지?
“과로래요.거기다 영양실조.차타고 달리다가 과로에 영양실조 때문에 어지러워서 경미한 교통사고도 일으켰고.
그래서 입원해서 몇일 지켜봐야 된다던데요”
“아니,그건 아는데...”
아는데?
“걔가 입원할정도로 심각한건 아닐텐데...”
뭐라는거야
*
대학교에 입학을 하고서도 승태오빠밖에 보이지 않았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그러다보면 오빠보다도 더 멋있는 사람을 만날수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설사 그런 사람을 봤다해도 왜 이렇게 마음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건지.
하루하루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오빠가 더 좋아져만 갔다.
“서도화.튕기지말고 미팅하자.명수 맞춰야된단말이야!”
“명수맞추려고 하는거면 굳이 내가 아니라도 되잖아?”
“안돼!!너데리고 나오기로 하고 한 미팅이란 말이야!”
“그러게,내가 애초에 한다고 한적도 없는 미팅을 잡긴 왜잡냐.내가 그런거 할애임?정말 그렇게 봤어?”
“못할건 뭔데!안할건 뭔데!!어차피 너 남자친구도 없잖아!!”
오빠를 보러 가려던 차였다.
강의를 마치고 분주하게 책이며 가방이며 챙기면서 미팅가자고 조르는 친구를 귀찮다는듯 떼어내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끈질길만큼 달라붙는 친구에게 짜증이 나있던 차에 남자친구도 없는데 미팅 못할건 또 뭐냐는 그말에 조금 울컥해버렸다.
“만들거야.”
“뭐?”
“만든다고,남자친구!!”
그렇게 말하곤 가방을 챙겨 강의실을 나와버렸다.
[오빠,지금 어디야?나 지금 병원으로 갈게.잠깐 시간 좀 내줘.병원본관옥상에서 기다릴게,한시에 와줘.]
거의 매일보다 싶이 했다.수능이 끝나고나서부턴 시간적으로 여유있었던 내쪽이 이렇게 수시로 찾아가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고 밥사달라고 한다거나 하면서.
하지만 고등학교때부터였던가.단순했던 감정이 점점 더 커져가면서부터.
[서도화.오빠 지금 바쁘다.전혀 여유롭지 못하니까,다음에 보자]
굳이 내가 입밖으로 말하지 않아도 머리가 좋은사람이라,눈치도 빠른건지 오빠는 알아서 스스로 피하곤 했다.
점점 나를 멀리하는 승태오빠의 모습에 나는 오히려 더 애타게 그 뒷모습을 쫒아갔던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올때까지 기다릴꺼야!!!]
나는 아직 내마음한번 제대로 말한적이 없었다.게다가 나는 아직 어리니까.
이토록 이기적이고 무책임할수도 있는거다.
그래서 기다렸다.
오랫동안.
언제올지모를 오빠를.
바쁘다고 했다.전혀 여유롭지 못하다고.그래서 그런지 참,안오는구나 싶었다.
몇시간이 지난건지.한시까지 와달라고했는데 어느새 해가 지고있었다.
아,왜 웃음이 나냐.
미쳤나봐.
[설마 아직 기다리고 있는건 아니지?미안.못가서.근데 도화야,오늘 나 진짜 바빴어.그러니까 이해해주라.다음에 밥살게]
기다리는 오빠는 안오고,문자가 한통왔다.
거짓말쟁이.다음에도 안만나줄거면서.
요즘 오빠가 나를 피하는걸 잘 알고있었다.술김에 나를 언니로 착각한 그이후부터 승태오빠는 묘하게 나를 어색해하는듯 해보였으니까.그런 나와의 만남이 껄끄러운데다가 내가 오빠를 좋아하는 감정을 흘리고 다니니까,
싫었겠지.
하지만 그래도.
“설마 아직 기다리나 했더니..진짜 설마가 사람잡네.”
끝까지 모질지는 못하다,오빠는.결국엔 이렇게 걱정되 한번은 와주는걸보면.알수있다.
“오빠아..”
“야.내가 문자보냈잖아.못간다고,기다리지말라고.근데 너..”
“좋아해.”
잔소리가 시작되려는 말을 끊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다 싶이 내뱉은 말이었다.
이런식으로 고백할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던건지 놀란표정의 승태오빠의 모습 뒤로 지는 노을이 참 예뻤다.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하는 고백.
하물며 첫사랑이다.그것도 몇 년을 걸쳐서 한 짝사랑이자 이제야 전하게 된 마음이였다.
“나 정말 오빠가 너무 좋아.”
승태오빠가 입을 열기 직전까지,딱 그전까지 나는 너무 가슴이 뛰어서 숨을 쉴수 조차 없었다.
오빠가 입을 열고 나서도 뭐,다른 이유로 숨을 쉴수 없긴 했지만.
“..너,그거 잠깐이야”
시간이 멈춘것같았다.
“그거 그냥 어린애가 사탕을 좋아하는,그런거일뿐이야”
아니야.
“서도화.오늘 했던말,못들은걸로 할게.먼저간다.”
아니야!!!!그런게 아니란말이야!!!
*
“헉.”
꿈을꿨다.고작 몇 개월전의 일이 이렇게 내숨을 조여올줄은 몰랐는데.
나는 사랑이란것이 마냥 달콤하고 행복하고 좋은거인줄만 알았다.왜 연애소설이나 영화,드라마 같은데서는 남녀주인공들이 모두 달달포텐터지는,그런 연애를 하지 않던가.
하지만 내사랑은 짝사랑이라 그런가.
나는 전혀 행복하지도,달콤하지도,좋지도 않았다.오빠를 좋아하는 동안에도,마음을 고백한 이후에도.나는 언제나 외로웠고 마음이 아프곤 했다.
“..서도화?”
잠귀가 밝은 언니가 악몽에 보호자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숨을 몰아쉬는 나 때문에 깼나보다.
“괜찮아.꿈좀꿨을뿐이야.”
식은땀을 손으로 슥 닦아내며 대수롭지않다는듯 말했다.하지만 걱정스러운 언니의 얼굴이 어둠속에서도 느껴져왔고 나 스스로도 뭔가 두려웠다.
왜 하필 그때 꿈을 꾼걸까.
‘..너,그거 잠깐이야‘
아니,오빠.
그게 잠깐이였다면 아직도 이렇게 아플리 없어.이토록 오랫동안 아플 리가 없잖아.
‘그거 그냥 어린애가 사탕을 좋아하는,그런거일뿐이야’
아냐,그런게 아니였어.
그건 진짜..‘사랑’이었단말이야.
*
새벽에 한번 잠을 그렇게 깬이후로는 다시 잠들지 못한채 계속 뒤척이다가 아침을 맞이했다.그리고 그때부터 갑자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환자는 언니인데,그런 언니의 병간호를 위해 왔으면서도 보호자가 더 아프다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점점 더 열이 오르고 있었다.엄청난 열기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 무렵 언니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내머리에 물수건을 올려주는것을 느꼈다.
물수건...그러고보니 어릴때도 꽤 자주 이래줬었는데.
엄마도 엄마지만,언니도 내가 아프면 참 자주 간호를 해주곤 했다.
그리고 언니와 놀러온 승태오빠도 엄마가 없어서 언니가 내가 아파 밖에 나가 놀수없게되면 언니옆에서 내상태를 봐주곤 했었는데.
피식.
“도화야!!”
..머리아파.
“얘 왜이래?”
“몰라.새벽부터 컨디션이 안좋아보였어.그때부터 열나는거같아”
“근데 왜 이제야 나한테 연락해!!!”
“소리지르지마.우리만 있는 병실 아니야.그보다 도화,어떻게 해야해?”
“이상태로 외래진료기다리는건 무리야.응급실로 데려가서 진료받아야겠다.”
몸이 들려진다는 느낌이 들었다.나...지금 안겨있는건가?
누구한테....?
아,
‘..너,그거 잠깐이야‘
또 생각났다.
그래서 나,아픈건가봐.오빠..근데 그래도 지금 나를 안고가는 이 온기가 싫지않은건 어떻게 해야해?
그런 모진소리를 들었는데도,그렇게 냉정하게 거절당했는데도 나는 아직도 오빠가 좋은거같은데,어떻게해?
*
열 때문에 희미한 의식속에서 나는 계속 오빠를 찾았다.수액을 맞으며 오르락 내리락 하는 열 때문에 체력적으로 지쳐가는 도중에 계속 눈으로 승태오빠를 찾으면서 그의 존재에 묘하게 안심하면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오빠..”
“어,도화야.괜찮아?”
내가 아픈게 한두번도 아닌데도 매번 이렇게 아프곤 하면 걱정해주는 다정스러운 모습이 좋다.
도화야,하고 이름 하나 불러주는데도 설레이는 느낌을 주는게 좋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냥 다 보고만 있어도 좋다.
그래,나는 오빠가 좋다.
비록 한번 차였다고해도 어쩔수없나보다.
“열은 좀 내린거 같은데,그래도 뭐 어지럽거나 토하고싶거나 그런거 없어?”
“응.”
“아,다행이다.진짜 놀랬잖아.나는 진짜 니가 어떻게 되는줄 알고...”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리면서 숨을 쉰다.그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열에 취해서도 오빠의 모습을 확인하고 잠들고 깨고를 반복했다.그러고보니 시간이 어떻게 됬을까.
“한두번도 아닌데.나는 니가 아프다고 하면,진짜 니가 아프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웃기지?”
“별일없었잖아.맨날 그냥 아픈건데,뭐.”
“넌,내가 왜 의사가 되고싶었는지.왜 의사가 된건지 모르지?”
그러고보니.
오빠가 의사가 되고싶어했던가.
“..오빠꿈은 선생님,아니였어?”
“그랬었지”
“그런데 지금은 의사네.뭐,의사선생님도 선생님이긴 하지만...”
“너때문이야”
뭐가?
다맞아가는 수액을 슬쩍 쳐다보곤,시계를 슬쩍확인하고는 몸을 일으키려 상체를 들어올릴쯤이었다.
“내가 의사가 된 이유”
그런 나를 도리어 다시 눕히며 승태오빠가 내입술에 살짝 입을 맞춘것은.
“뭐야?”
“뭐겠어?”
살짝 웃는다.
몸이 나른한데다가 엄청 가까이에서 있는 오빠의 얼굴에 현기증이 일었다.
게다가 기분좋은 설레임까지.
“그동안 아프게 해서 미안해,도화야”
“....”
“그리고 내가 평생 안아프게 해줄게.”
그말을 끝으로 바로 눈앞에 있는 그얼굴에 손을 뻗어 이번엔 오빠의 입술을 내가 훔쳤다.
어색하기 짝이없는,첫키스임이 티가 딱 나는 나를 부드럽게 리드하는 승태오빠의 능숙함에 조금 속상하다가도 어느샌가 그 키스에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나는.
조금 숨이 차다고 느낄무렵,떼어진 입술에 꼭 감았던 눈을 슬며시 뜨면 미소짓고있는 승태오빠의 얼굴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오빠가 덧붙이는 말에 더 더욱 내얼굴이 붉어졌음은 두말할것도 없었고.
“좋아해.도화야.정말,사랑한다.”
*
언니는 퇴원을 했고 나야말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굳이 입원을 할 필요까진 없었지만 승태오빠가 고집을 부리기도 했고,
나역시 입원을 하게 된다면야 오빠얼굴을 더 볼수있을테니 나쁘진 않아 퇴원절차를 밟는 언니 옆에서 난 입원수속을 했다.
그리고 정식으로 승태오빠에게 지운오빠를 소개받았으며 승태오빠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지운오빠에게 엄청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런데 너 그동안 어디가있었어?’
‘그동안이라니요?'
언제였더라?왜 너 몇 개월전부터 최근까지 승태랑 연락안했잖아.그동안에 말이야,그동안에’
‘아..부산에 가있었어요.아빠회사 때문에,엄마랑 아빠는 부산에 따로 집얻어계시거든요’
‘음,그렇군.’
‘근데,왜요?’
‘흠,이건 비밀인데 말야.사실 서도희 입원 안하고 영양제만 맞고 돌아가도 될거,저녀석이 바득바득 입원시킨거다?’
‘네?’
‘왤거 같아?난 알거같은데’
‘...’
‘보고싶었던거지,니가.’
‘...’
‘게다가 너,먼저 선수 치지 말라고.고백은 남자가 먼저하는게 폼나지 않냐?
그러니까 상처받았대도 그냥 좀 넘어가주라.저녀석,저래보여도 너 때문에 지난 몇 개월간 좀 많이 마음 졸였으니까.’
나는 내사랑은 짝사랑이라 그런가,전혀 행복하지도,달콤하지도,좋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근데 아니였다.왜 연애소설이나 영화,드라마속의 남녀주인공들의 사랑도 처음부터 달달 터지는것은 아니지 않는가.
지금껏 내사랑은 1막에 지나지 않았던것이다.본격적인 러브스토리는 지금부터가 시작이고.
왠지 엄청나게 행복할것만 같다.
<후기>
번외있습니다아....사실 제목이,번외를 생각해서 만든 제목인데...
제가 번외를 잘쓸수있을까요?(울먹울먹X100)
달달한 소설을 쓰고싶었어요..ㅎ 비록 이소설의 달달함은 끝부분에만 살짝 맛보기로 나오지만
번외편을 기대해주세용!!
첫댓글 기대할께요~ 번외편!!!!^^*
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 ^^기대에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번외편이 올라왔어요!읽어주실거죠?^^
재밌네요^^
재밌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외편도 올라왔는데,봐주실거죠?^^
번외 기대할게요..화이팅
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번외편,기대에 미칠지모르겠지만 올라왔는데 읽어주실거죠?^^
너무 재미있어요~
번외 기대하고있어도 되죠?
재밌게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번외편이 올라왔어요!기대하셨다면 기대에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읽어주실거죠?^^
번외 기대됩니다 ㅎㅎㅎ재밌어요 ㅋㅋ
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번외가 올라왔어요!기대에 미칠진모르겟지만 읽어주실거죠?^^
오오 재미있당ㅎㅎㅎ 번외기대
재밌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외도 올라왔는데 기대에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읽어주실거죠?^^
우와...번외 기대할게요!
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번외가 기대하신만큼 재밌으면 좋겠는데 말이죠..번외편 올라왔는데 읽어주실거죠?^^
이쁜 사랑이에요ㅠㅠ번외 완전 기대할께요 작가님! 빨리 돌아오세요 ㅎㅎ
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번외를 완전기대하신다니 ㅎㅎ 기대에 미칠지모르겠지만 번외가 올라왔답니다^^읽어주실거죠?^^
너무재밌어요ㅎㅎ
재밌게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번외올라왔는데 읽어주실거죠?^^
우왕 재밌어요~
재밌게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번외도 올라왔는데 읽어주실거죠?^^
우와재밌어요ㅠㅠ
재밌게봐주셔서감사합니다 ^^방금 막 따끈따끈한 번외도 올렸는데,읽어주실거죠?^^
ㅎㅎ잘읽엇더여
문체가 딱 제 스타일이여서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