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Gulyás Ferenc 'Hej, Jancsika, Jancsika'
"얀치! 대장 어디갔어?"
"까만 십자가 찬 꼰대가 데려갔어."
"늦게 오면 밥 없다고 전해. 다들 식탁까지 먹어치울 준비가 돼 있으니까."
"웃기지 마. 이 도끼가 안 보이냐? 오늘 밤에는 내가 대장이다. 공평하게 나눠먹지 않으면 머리통을 쪼갤 줄 알아."
"대장 몰래 너부터 잡아먹으려고 했는데 아깝구나, 이 반토막 놈아!"
동료들의 열렬한 야유를 받으며, 오늘 밤 연회의 지휘자가 나타났습니다.
그의 한 손에는 일일 대장임을 나타내는 금빛 도끼가, 한 손에는 말 머리를 본뜬 악기가 쥐어져 있습니다.
굶기를 밥먹듯하던 그들이 모처럼 푸짐한 상을 받은 이유는, 크나큰 경사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로즈니가 죽었습니다. 이 소식이 뒤늦게 전해지자, 치열했던 전쟁은 일시적인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그를 죽였는지, 혹은 어떤 불운이 그를 덮쳤는지는 자세히 전해지지 않습니다.
도브진을 쑥대밭으로 만들 때까지만 해도 살아있었다는 것과, 부하들이 그를 발견했을 때 시신의 상태가 몹시도 참혹했다는 것 외엔...
이 때를 노려서 빨리 전쟁을 끝내자는 의견들이 많았지만, 포즈난에서 민란이 터지는 바람에 완전한 승리는 좀 더 뒤로 미루어지게 됐습니다.
프러시아가 그들의 대족장에게 마지막 예우를 갖추도록 해주고, 그 사이 우리는 가장 낮은 곳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자들의 배를 채워줘야겠습니다.
적당히 배고파야 말을 듣지, 죽을 듯이 배고프면 거꾸로 들린 칼과 창이 날아올 테니까요.
"여기 놈들은 이딴 걸 술이라고 마시나? 말 오줌도 이것보단 낫겠다!"
"뭔진 모르겠지만 욕하는 건 알거든? 주는 대로 닥치고 쳐먹어!"
폴란인과 마자르인이 같이 나눠마시던 술판이 칼부림의 현장으로 변할 뻔한 그 때.
"아아, 마이크 테스트. 다들 주목! 오늘은 먹고 마시고 즐기는 날이다. 놀 때 못 노는 놈도 게으른 놈이다!"
폴란인들에겐 낯선 음색의, 줄 뜯는 소리가 공기를 가릅니다. 마자르인들에겐 익숙한 가락인지, 몇몇은 벌써 흥얼대기 시작했습니다.
"이아이아 이아이... 이아이아 이아이..."
Hej, Jancsika, Jancsika, mért nem nőttél nagyobbra,
어이, 얀치, 얀치야. 어째서 키가 더 자라지 않는 거니?
Dunáról fúj a szél.
두너 강에서 바람이 부네.
Nőttél volna nagyobbra, lettél volna katona,
조금만 더 키가 컸더라면, 너는 군인이 되었을 텐데.
Dunáról fúj a szél.
두너 강에서 바람이 부네.
Hej, Dunáról fúj a szél, szegény embert mindig ér,
어이, 두너 강에서 바람이 부네. 불쌍한 사람들한테만 항상 불어닥치지.
Dunáról fúj a szél.
두너 강에서 바람이 부네.
Ha Dunáról nem fújna, ilyen hideg sem volna,
두너 강에서 바람이 안 불었다면, 이렇게 춥지는 않을 텐데!
Dunáról fúj a szél.
두너 강에서 바람이 부네.
하나가, 셋이, 다섯이, 점점 목소리가 커져가고,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저놈들만 신나는 건 질투심 많은 폴란인들이 못 견딜 일이죠.
적을 향해 함께 칼을 겨누고, 모처럼의 달콤한 휴식엔 서로 잔을 부딪히며, 제멋대로 뒤섞여 함께 노래하는 것.
이 노래가 끝날 때쯤엔, 사이좋게 말 오줌을 뒤집어쓴다 해도 아랑곳하지 않을 겁니다.
마음으로 이어진 친구, 피로 이어진 사촌, 무엇으로 부르든, 그게 우리들입니다!
"이번 휴가는 좀 더 길게 보내주고 싶었는데... 뜻대로 안 되더군."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저희 형제단은 모두 폐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질문이네만... 고귀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대가, 어찌 이런 거친 일에 몸을 담고 있나?"
"그것이 저희의 전통입니다." (Blood of Attila)
아르파드, 더 멀리는 아틸라의 후예인 그들은 아들들에게 칼을 쥐어주고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도록 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우리 집안도 족보를 더 뒤져보면 샤를마뉴의 혈통과도 이어져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글쎄요.
"투구에 가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단장의 저 방패가 몹시 낯익은데..."
신입 단원을 인계받으러 온 산티아고 기사단장은 입이 무겁습니다. 바줄이 대신 대답합니다.
"저의 작은형 언드라시입니다."
웬만해선 긴 말 하지 않는 바줄이지만, 말문이 막힌 채 멍하니 있으니 한 마디 덧붙입니다.
"세상의 영광에 관심없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더군요."
내 곁에도 하나 있었고요. 내가 카이저의 손에 죽기만 바라던 이들 틈에서도 홀로 맑게 빛나던 사람.
그의 피값을 받으러 왔다는 명목으로 이 싸움을 시작했고, 수많은 희생이 뒤따랐습니다.
"이젠 거의 다 끝났네. 이 거룩한 전쟁이 그대의 이름을 세상에 드날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군..."
말없이 손에 든 금빛 도끼 자루를 만지작거리는 그의 뒷모습은, 익히 아는 누군가를 많이 닮았습니다.
막강한 대족장 부도는 죽었고, 그의 아들은 아직 어리며, 에스토니아인뿐 아니라 루스인들까지 쳐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등을 보이면 물어뜯기는 잔혹한 판도. 하지만 야인들은 이제 더 잃을 것도 없습니다. 개종하겠다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한데 끈질기네요.
한때 부도의 침략으로 땅을 잃었던 리투아니아 대족장까지도 프러시아를 돕고 있습니다. 의리인지, 신앙인지...
"기부천사에, 저 괘씸한 헨리하고의 동맹도 끊어버리고, 늪지대 이교도들에게 참교육까지... 기특하구나. 가다가 돈 있으면 빵 사먹어라."
정말 의외였습니다. 동네방네 동맹파기자라고 욕먹는 데 익숙해지다 보니, 청하지도 않았는데 오는 도움은 정말 귀합니다.
거기에 사도좌의 인장이 찍혀 있다면 더더욱... 로마 쪽으로 하루에 다섯 번 엎드려 절해도 모자랍니다. 아, 너무 흥분해서 이교도같은 말이 나왔네요.
집에서 가져온 초코파이 다 떨어졌지? 너희도 지옥의 보급한계를 쬐끔만 맛보거라 루스놈들아.
메멜에 이어 부도의 도읍을 완전히 점령한 폴란드군은 승리를 기념해 이곳을 성모님께 봉헌하기로(Marienburg) 했습니다.
이미 찐친이 되어버린 폴란인과 마자르인들, 마리엔부르크라는 작명에 뜻모를 웃음을 짓는 독일인들의 등 너머로...
그들이 돌아오고 있는 걸, 미리 알았어야 했습니다.
드넓은 벌판 위로 먹구름이 몰려옵니다. 죽기엔 너무 아까울 만큼 아름다운 그날과 다르게, 슬슬 이쯤에서 죽으라는 듯한 날씨.
"이 꼴을 하고 문 열어달라고 하면, 하느님이 받아주실지나 모르겠군."
누군가는 오늘 여기서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을 것입니다.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합니다.
"그대는 곧장 마리엔부르크로 피하게. 흰수리 깃발을 단 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바줄은 여전히 말이 없습니다. 도대체 뭐하나 싶었을 때, 품에서 편지 한 장을 스윽 꺼내는군요.
이걸 네가 보고 있다면, 지금 분명 우거지상을 하고 죽는단 소리나 늘어놓겠지? 사서 고생하는 멍청아.
기껏 내 아들까지 보내놨더니, 대차게 말아먹었구나. 지금 바로 손을 들어서 네 뺨을 사정없이 내리쳐라.
자랑거리를 만들어오라고 보낸 건 맞다. 하지만, 널 구하는 게 걔 임무니까 토달지 마라. 알겠나? 살아라. 내 손에 죽기 전에 죽지 마라.
"어이, 얀치."
"명령만 내리십쇼, 대장."
"저기 몰려오는 새끼들 진짜 맘에 안 드는데."
"그러게. 내 눈높이에 맞추려면 저놈들 목을 쳐내야지."
"이봐, 말 오줌 좋아하는 친구들! 너희 왕을 모셔가라. 여긴 우리가 맡는다!"
말릴 틈도 없이 달려나가는 마자르인들의 무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폴란인들에 둘러싸여 나는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최악의 비겁한 짓인 건 압니다. 하지만 그들이 선택한 이상, 헛된 희생이 되지 않도록 도망치는 것만이 승리하는 길입니다.
노루가 사냥꾼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같이, 새가 그물치는 자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같이 스스로 구원하라.
첫댓글 기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