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살을 태우는 호박잎
지난 봄철에
아기 호박을 몇 그루 사다가 화분(花盆)에
정성스럽게 심었다
소리 없이 하루가 지나고 이틀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는 가운데
세월이 흐르는 만큼
소리없이 호박 덩굴도 자라나는 모습에
눈길이 가게 만든 다
하나의 식물(植物)이라고
애지중지 키워 보겠다는 마음으로
받침대를 세우고 노끈도 길게 매달았다
노끈을 타고 오르는 호박 덩굴을 보면서
호박보다는 호박잎이 떠 오른다
호박잎은 가슴을 열고 하늘만 바라보며
언제나 나를 기다려 주는 듯 하다
하루가 다르게 몸을 키우면서
사춘기(思春期)를 거치면서 숙녀(淑女)가 된
호박잎이다
이뿐이 아니라 상처(傷處) 나지 않게
살포시 두 손으로 안아주기만을 간절(懇切)하게
바라며 속살을 태우는 호박잎이다
식탁(食卓)에서 상추쌈처럼
호박잎에 풋고추 된장에 푹 찍어 넣고 싸서
입에 넣어본다
자기 몸이야 터져도 원망(怨望)하지 않고
누군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주는
그런 사랑을 하는 호박잎 너무나 좋다
무엇이든 주먹으로 감싸
불룩불룩 입안에서 춤을 추는 호박잎의
파란 얼굴빛이란 새색시처럼 아름다워 보인다
누군가의 입에 들어가
볼이 터지는 사랑 받고 싶은 호박잎처럼
무더운 여름날 별을 헤아리고 싶은 밤이다
밥 한 그릇 비우게 만드는 것은
볼이 터지게 만드는 사랑을
듬뿍 주면서 푸른 속살을 태우고 태우는
호박잎 때문이다 ...... 飛龍 / 南 周 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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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살을 태우는 호박잎
▒ 飛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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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4 23:5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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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고운 발걸음 남겨주면 좋으련만
박사모 카페 재미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