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서 제작자는 포기단계에 들어갔다. 인간관계가 전혀 없었던 터라 내 노래를 홍보하기가 벅찼던 모양이었다.
결국 나는 팬들과 만날 기회도 없이 사라지는 가수가 되었다.
‘얼굴이 너무 못생겨서 안나온다’‘김현정이란 가수는 유령가수다’는 등의 얘기들을 뒤로하고 가요계를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주위사람들은 나를 위로했다. ‘너의 노래는 기존의 히트스타일이 아니다’‘키가 커(1 73㎝)서 팬들이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그러나 가수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노래부르는 것 외에 특별히 할일이 없었다. 죽어도 해야한다는 각오였다. 키가 커서 안된 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아르바이트생활을 다시 시작했고 호시탐탐 기회를 기다렸다. 가요계 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다른 가수들의 백코러스활동을 했다. 그리고 좀더 나은 가창력을 위해 판소리도 배웠다.
그러기를 3개월. 나는 다시 한번 기회를 얻은 것이다. 어느날 중견 프로덕 션인 레벌루션 넘버 나인의 김경남사장님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다운타운에서 조금씩 바람이 부니 나와 한번 일해보자’는 제의였다. 이 세상에서 그 처럼 고마운 전화는 없을 것이다.
<그녀와의 이별>을 포기한지 3개월만에 다시 노래를 부르다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김경남사장님의 제의를 받고 나는 곧바로 활동준비에 들어갔다. 데뷔 첫곡 <그녀와의 이별>을 더욱 경쾌하게 리믹스작업을 했고 자켓도 신선한 느낌 이 들도록 바꾸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본격적인 가수활동을 위한 준비작업을 마쳤다. 나이트클럽, 커피숍 그리고 길거리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바람이 분 <그녀와의 이별>은 활동을 시작한지 보름만인 6월 중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가요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하루 2만장씩의 주문이 밀려들었다. 무명일 때 단 한번도 하지 못했던 방송출연이 하루 5~7개씩 기다리고 있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가 되었다.
나는 안다. 이런 모든 인기가 나만의 힘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그래서 매일같이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속으로 감사를 드리고 있다.
이제 내 얼굴과 이름을 음악팬들에게 어느 정도 알렸으니 앞으로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롱런가수가 될 것이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사라지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내 노력여하에 따라 나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가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팬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라면 장르에 구애없이 노래를 부른다는 각오다. 그것이 오늘의 나를 있게한 사랑하는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다시 한번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항상 노력하는 가수가 될 것을 약속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