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체의 비밀
르네상스 시절의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는 인체의 구조와 신비에 집요하게 몰두하여 사체 해부에 매달렸다고 합니다. 거기서 얻은 인체의 모양을 그림이나 조각으로 완벽하게 표현하려했는데 그의 걸작 조각품 '다윗 상'과 '빈사의 노예'를 보면 조각이 아니라 산 사람 같다고 합니다. 당시 사체를 허가 없이 다루면 사형이라는 중형에 처해졌는데도 굴하지 않고 인체 예술의 파악에 매달렸던 열정이 대단합니다. 얼마나 정밀하게 연구했으면 그 자료가 의학에도 활용이 되었는지 감탄할 일입니다.
그는 대리석 조각을 위해 채석장에서 6개월씩 머무르면서 거대한 돌을 고르며 작품을 구상했는데 그는 돌을 조각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돌 속에 이미 어떤 형상이 주어져 있어서 잠자고 있는 형상을 해방시킨다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조각가의 임무는 돌 속에 숨어 있는 형상을 뒤덮고 있는 돌을 걷어 내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이론대로라면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우리들의 바디 라인은 어느 정도 살 속에 형상이 주어져 있어서 겉에서 웬만큼 노력해봐야 크게 바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인체의 라인을 이루는 데는 속에서부터 뼈가 주축이 되어 있고 그 위를 각종 형태의 근육들이 감싸고 있는 형상입니다. 그러므로 뼈의 생김새가 중요하고 그 위는 근육인데 거기에 살까지 붙으면 실루엣 라인이 무디어지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X레이를 찍어 놓은 듯 뼈마디가 투명하게 드러난 등을 보면 ‘절대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움직일 때 마다 그에 따라 존재하는 근육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이고 역시 바디라인은 타고 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체의 비밀은 이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특히 여체의 비밀은 요즘 "S 라인“으로 비견되고 있는데 그것은 여성의 육체가 앞 선인 가슴은 돋아나고 뒷 선인 히프는 반대 방향으로 둥글게 돋아남으로써 영어 알파벳의 ”S"를 형상화 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정면에서 봤을 때 허리부분이 잘룩하면서 가슴과 히프로 연결되는 선이 “S"자로 보인다는 주장, 또는 둘 다 맞는 의견으로 보기도 합니다.
이것은 루이즈 고던(Louise Gordon)이라는 사람의 ‘인체 해부와 묘사법’ 이라는 책에도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인체를 묘사하는 데는 그냥 겉모양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뼈와 근육의 방향과 두께 등을 보이지는 않지만 드로잉 기법에서는 해부학의 지식을 근거로 훤히 알고 그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켈란젤로가 인체의 그림과 조각을 위해서 사체를 해부한 맥락과 같습니다. 이처럼, 여체는 남자의 육체와 차이가 있는데 특히 골반에서 차이가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남녀의 차이는 여러 군데에서 크기나 넓이에서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골반에서 난다는 것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골반은 인간이 생식해나가기 위한 생식기가 있는 부분이고 그에 맞춰 모든 것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됩니다.
즉, 여성의 골반은 앞으로, 남성의 골반은 뒤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여성의 히프 움직임이 강조되는 것입니다.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으면 히프가 올라가면서 히프선이 더 살아나기는 하지만 그 때문에 올라간 히프를 보는 사람의 시선의 높이 면에서 달라지는 것이지 히프 자체가 훨씬 더 치켜 올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가지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여성의 골반이 앞으로 숙여져서 히프의 가장 둥근 부분이 더 튀게 라인을 만들고 요추 부분이 들어감으로써 더 대비가 되어 보이는 것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여성의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척추 아랫부분 즉, 허리가 “S"라인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남성은 골반이 뒤로 뉘어져 있어서 여간해서는 허리 뒷부분이 여성처럼 잘룩하게 들어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이 찌게 되면 여성은 아랫배가 나오고 남성은 윗배까지 나오는 것입니다. 여성은 살이 찌면 아랫배 따로, 허리 위 따로 살이 울퉁불틍하게 되는 이유도 그래서 그렇습니다. 날씬한 그대로라면 여성은 앞으로 숙여진 골반 때문에 앞으로 상체가 쏟아지게 되지만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기 위해서 반대로 가슴을 들어 올리게 되므로 멋진 ”S"라인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남성은 배를 내밀고 뒷짐을 지는 자세를 자주 하는 데 여성은 아주 뚱뚱해서 배가 나왔거나 임신으로 배가 나오기 전에는 그런 자세를 취하지 않습니다. 여성이 나이 들어 골다공증이 생기고 허리가 앞으로 숙여졌을 때 히프가 유난히 뒤로 돋보이는 데 그것도 골반이 이미 앞으로 숙여진 것 때문입니다. 상체를 펴지 못하기 때문에 골반이 앞으로 휜 상태에서 상체가 연장되어 꼬부랑 할머니가 되는 것입니다.
여성의 골반이 만약 앞으로 숙여져 있지 않다고 가정해 볼 때 여체의 신비감은 떨어질 것입니다. 배에서 내려온 선이 신비롭게 급경사를 이루며 생식기를 사타구니 사이로 감추는데 남성의 생식기는 명약관화하게 앞쪽이지만 여성은 오히려 뒤쪽입니다. 그래서 여성이 아랫배가 나오거나 해서 이 라인에 살이 찌게 되면 여체의 신비감이 반감되는 것입니다.
남성과 여성은 무조건 대칭이라는 생각, 양과 음이니 똑바로 반대라는 생각 때문에 미세한 차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이 무조건 반대라면 여성은 젖가슴이 튀어 나와 있으므로 남성은 가슴 부위가 그만큼 들어가야 하나요? 그렇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골반의 각도 차이도 남성의 생식기를 기준으로 볼 때 여성의 생식기가 정 대칭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모던댄스에서 이 이론을 적용해보면 남성은 골반이 뒤로 뉘어져 있으므로 골반을 세우고 그에 따라 배가 나오는 것을 집어넣는 노력을 해야 하고 여성은 골반이 앞으로 숙여져 있으므로 고관절을 더 펴주지 않으면 히프가 남성과 떨어져 바디 컨택트에서 실패하게 되는 것입니다.
프로 선수들의 바디라인을 보면 골반에서 연장된 복부 쪽이 서로 컨택트 되기 좋게 잘 늘어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성은 앞으로 숙여진 골반 상단 라인에서 연장된 라인을 만들고 남성은 뒤로 눕혀진 골반을 앞으로 세워서 이에 맞춰주는 것입니다. -Copyrights ⓒ캉캉(강신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