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번째 태국 에메랄드사원
2007년 9월 3일
이십여년 전, 한일 아파트때부터 알고 지내며 의형제를 맺은 계가 있다. 여섯집인데 정말 삼십대때,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많이도 같이 놀러 다녔다. 그런데 벌써 이십년이 다 되어서 어떤 사람은 육십대가 되어 벌써 직장을 퇴직한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봄부터 해외로 여행하자고 남자들끼리 수근거리더니 드디어 날을 잡고, 여행지를 잡았다. 나는 베트남, 캄보디아쪽을 선호했지만, 얼마전 캄보디아 비행기 사고로 말도 꺼내보지 못하고 태국으로 정해졌다. 마침 일행중에 여행사 다니는 아들이 있어서 모든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의형제중 중간 정도인 남편이 총무를 보고 드디어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태국은 생각햇던 것보다 완전히 큰 관광대국이었다. 지난번에 유럽을 다니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관광으로서는 태국도 어디 내어 놔도 빠지지 않을 것 같앗다. 특히 나는 불교도이기 때문에 불교국가인 태국을 꼭 가고 싶었다. 아침이면 노오란 황색사리를 입은 스님들이 탁발을 나가시고, 사람들은 조용히 보시를 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었으나 남의 나라에서 함부로 다닐 수가 없어서 그런 모습은 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또한 태국은 소수민족인 카렌족등, 어쩌면 고구려가 망하고 고선지 장군을 따라 서역정벌을 나선 고구려 유민의 후예라고 생각되는 종족들이 있다고 해서 예전부터 더 흥미로웠다. 색동옷과 아이를 등에다 업는등 여러 풍습이 우리와 같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종족들은 북부의 고산쪽으로 가야 볼수 있고, 우리는 방콕시내와 산호섬 관광을 할 수있는 파타야만 다녀오니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언젠가 보건교육을 할때 "동남아 창녀의 50%가 에이즈에 걸려 있으니, 동남아 여행할때 주의하십시요" 했던 조금은 어두운 면만 생각했는데, 막상 가서보니 내가 그런 말을 한 것이 미안할 정도로 발달된 관광대국이었다.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은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선해 보인다는 것이다. 내 편견인지 모르나 불교가 기본이 되어 있으니 사람들의 눈매가 다 선해보이는 것 같앗다.
태국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일찍 방콕 시내에 있는 에메랄드사원을 찾아 나섰다. 방콕은 1782년 라마1세에 의해 차크리왕조가 시작되면서 수도를 옮겼고, 강가에 위치한 촌락앞에 보통 방이라는 어휘를 붙이며, 꺽은 나무이름으로 이 지역에 꺽 나무가 많아서 방꺽이라는 이름으로 붙여졌다고 한다. 또한 수도 방위를 위해 왕궁주변에 운하를 만들고, 왕립사원인 에메랄드사원을 창건했다고 한다. 에메랄드라는 이름은 부처님이 에메랄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하나, 막상 에메랄드 부처님은 66 센티의 작은 부처님으로 에메랄드 빛이다.
역사적으로 동남아를 지배하고자하는 황제는 두곳에 대한 끊임없는 열망을 갖게되는데 하나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이고, 또 하나는 에메랄드불상이라고 한다. 태국은 주변의 라오스, 캄보디아, 또한 서쪽의 미얀마와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현재에 이르렀는데, 에메랄드 불상도 미얀마와의 뺏고 뺏기는 역사가 있었고, 현왕조가 세워지면서 새벽사원에 모셔져 있던 부처님을 모셔온 것이라고 한다.
에메랄드사원은 바로 구왕궁과 접해 있어서 왕궁도 같이 볼 수 있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왕궁내의 원찰인 셈으로 스님이 안 계시고 왕실의 주요 행사와 왕실의 건강과 안녕을 기도하는 절인 셈이다. 우리가 절에 들어 갈때 천왕문에 계신 사천왕상의 원형신인 흰색몸과 푸른색 몸을 지닌 차크라왓과 아사칸-마라라는 이름을 지닌 두 수호신상을 보고는 우리 식으로 합장을 했다. 태국의 절은 우리 절과는 다르게 매우 화려하고 황금색이 번쩍거려서 특이했다.
에메랄드 부처님이 게신 대웅전은 보수중이었으나 들어 갈 수가 있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뒤에서 쳐다보고 있었고 제단 앞에는 태국신자들이 조용히 앉아서 기도드리고 있었다. 마침 같이 간 회원중에 불교신자인 초등학생들이 있어서 불전함에 보시금을 넣고 삼배를 드렸다.
" 언젠가 이 곳에 다시오면, 부처님이 너희들이 어렸을 때 와서 기도한 것을 것을 기억하실거야"
" 그래요? 그럼 커서 다시 와야지...."
아이들은 예쁘게 삼배하고 돌아 나온다.
언젠가 위빠사나 선원인 천안 호두마을에서 태국스님을 뵌 적이 있다. 태국스님들은 정확하게
"어떤 경전에 부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고 확실한 근거를 대고 말씀하시며 , 퍽 소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확한 경전에 의하여 설법하고, 소박하게 사시는 것은 우리 불교가 본받아야 할점이다.
태국의 왕실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라마 5세때 우리로 치면 고종황제때인데 , 고종황제는 일본에 나라를 뺐겼으나 라마5세는 나라를 지켰다고 한다. 그러니 왕실이 유지되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리라. 태국은 국제사회에서는 잦은 쿠테타등으로 정치가 불안전하고 좋지 않은 나라로 알려져 있으나 막상 가서 보니, 우리나라에 무슨 일만 있으면 해외에서는 바로 망하는 것처럼 크게 보도 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과 같은 가보다.
백팔사찰 순례중 외국절인 태국의 절을 참배할 수가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