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죄를 어디에 물어야 하나/ 김주수
중2학년인 조카에게 물으니
시가 어렵고 재미없다고 한다
아빠가 국어선생님이고
심지어 시 교육론으로 박사를 받은 사람인데
비록 무명이긴 하나 삼촌인 나도 시인인데
그런 혈통인 조카가 시가 어려워서 싫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시를 마시멜로처럼 쉽게 설명해줄까
어떻게 하면 시를 첫키스처럼 좋아하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게 내 능력으로 가능한 일인가 싶어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 찾지 못한 말만 입가에 맴돌았다
실은 시인인 나도 시가 너무 어렵다고
톱밥처럼 읽는 것도 어렵고, 강판(薑板)처럼 쓰는 것도 어렵다고
차마 그런 말은 할 수 없어서
그래도 시란 이런이런 가치와 재미가 있는 것이라고
은어(銀魚)처럼 반짝이는 시심을 가슴속에 부어줄 수 있는
어떤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시들을 찾아서 다 읽어보니
내가 읽어도 미로처럼 재미없고 어려운 시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런 시들 뽑아서 교과서를 만든 사람들을 비난하다가
시를 어렵게 쓴 시인들을 원망하다가, 나의 둔재를 한탄하다가
죄 없는 시의 죄를 어디에 물어야 하지 몰라
조카에게 간단히 일렀다,
‘민서야, 다음에 삼촌이 쉽게 잘 설명해줄게!’
가슴에 꽂히는 금빛화살처럼
읽을수록 좋아지는 시의 매력과 가치가 어떤 것인지
다음에, 다음에는 잘 설명해 줄 수 있으리라 애써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