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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수 이진영은 11월 20일부터 정든 SK 와이번스 유니폼 대신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사진 이휘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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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LG는 FA들의 원 소속 구단과 우선 협상 기간이 끝난 11월 20일 새벽 외야수 이진영(28,전 SK 와이번스)을 영입했다.
이진영은 1년간 연봉 3억6천만 원에 팀을 옮겼다. 비공개 옵션을 달성하게 되면 2009년 재계약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LG는 이진영 외에도 11월 20일 현재 FA 3루수 정성훈(28,전 히어로즈)과 거의 계약 성사 단계에 있다. LG가 목표로 잡았던 2명의 FA 영입은 이제 현실이 됐다. LG의 선수 보강 작업은 어느 구단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3명의 야수LG는 올 시즌 46승80패(승률 0.365)로 역대 최악의 성적을 냈다. 시즌이 끝나고 LG 그룹 고위층은 한국 프로야구사에 남을 만한 대대적인 프런트 인사를 단행했다.
김영수 사장, 김연중 단장, 김지현 운영팀장, 유지홍 스카우트팀장이 모두 현장에서 물러났다. 빈자리는 안성덕 사장, 이영환 단장, 염경엽 운영팀장, 김진철 스카우트팀장이 메웠다.
새 LG 프런트는 김재박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논의를 거쳐 우수 선수 영입으로 팀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김감독은 “현대 유니콘스 시절과 비교해 LG의 전력은 많이 약하다”며 전력 보강을 노골적으로 원했다.
포스트시즌이 끝나자 “LG가 FA 영입에 100억 원을 쓴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이영환 단장은 실제로 “선수단 지원에 부족한 게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필요한 선수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영입하겠다”며 지원을 약속했다.
LG 스카우트팀은 코칭스태프와 여러 차례 논의한 끝에 야수 FA를 잡기로 했다. 김감독의 취향에 맞는 수비가 튼튼한 선수가 우선 순위로 떠올랐다.
김진철 팀장은 11월 9일 SK 와이번스 소속이었던 김재현(33), 이진영 등 11명의 FA 자격 선수가 FA를 신청하자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0일간의 원 소속 구단과 협상이 결렬되면 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LG의 FA 영입 1순위는 이진영이었다. 비교적 어린 20대 후반의 나이에 국내 프로야구 정상급의 기량을 갖춘 게 영입 이유였다.
김팀장은 “(이)진영이는 발이 빠른데다 방망이 솜씨도 빼어나다. 외야수와 1루수를 모두 보는 것도 장점이다. LG 외야수 가운데 어깨가 강한 선수가 드문데 진영이는 어깨가 강해 우익수로 손색이 없다. 나이가 어려 앞으로 몇 년 동안 전성기를 보낼 선수”라는 평가를 내렸다.
보상금이 비교적 덜 든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이진영의 올 시즌 연봉은 2억4000만 원이다.
SK에게 18명의 보호 선수에 포함되지 않은 보상 선수를 주지 않을 경우 450%에 해당하는 10억800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소속팀 잔류를 선언한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32)의 연봉이 4억5000만 원, 롯데 자이언츠 손민한(33)이 4억 원이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보상금이 감당하지 못할 엄청난 액수는 아니다.
3루수 고민도 빠뜨릴 수 없었다. LG는 올 시즌 주로 김상현(28)을 3루수로 기용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수비가 거친 김상현은 9개의 실책을 했고 타석에서는 75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3리 8홈런 1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27로 평범한 타격을 했다. LG로서는 FA 3루수 정성훈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정성훈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 시즌 10개 이상의 홈런과 60개 이상의 타점을 꾸준히 올려 왔다. 수비 능력도 방망이 못지않게 뛰어나다.
정성훈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현대 유니콘스에서 김재박 감독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김감독은 공수를 갖춘 정성훈의 영입을 요구했다.
LG 스카우트팀은 두산 베어스에서 FA가 된 홍성흔(31)도 포수로서의 능력을 아직도 갖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우선 협상 기간 마지막 날인 11월 19일 SK에 남은 내야수 김재현(33)에 대해서도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담판김진철 스카우트팀장은 11월 19일 밤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다. 드디어 시침이 밤 12시를 가리켰다. 김팀장은 부리나케 이진영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 장소를 잡았다.
인천 모처에서 만난 두 사람은 FA 이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김팀장은 이진영이 자신의 말에 큰 관심을 보이자 계약 성사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김팀장은 “LG가 서울 연고팀이고 운동 환경이 좋아서 그런지 (이)진영이가 우리 팀에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LG는 수비 위치 변경과 교체가 잦은 SK와는 달랐다. 이진영은 LG에서 뛸 경우 주전 우익수로 꾸준히 출전할 수 있다.
왼손 투수가 나온다고 빠지는 일도 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출전 횟수는 연봉 고과 산정에 그대로 반영되기에 매우 중요하다.
이진영의 통산 타율은 3할1리다. 올 시즌은 95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5리 8홈런 OPS 0.827로 선전했다.
9월 7일 잠실 LG전에서 공을 잡으려다 오른쪽 허벅지를 다쳐 정규시즌 남은 23경기에 빠지면서 규정 타석(391)을 채우지는 못했다.
이진영과 담판에 성공한 LG 스카우트팀의 다음 영입 대상은 정성훈이었다. 정성훈은 지난해 2억2000만 원에서 3억2000만 원으로 연봉이 크게 올랐다.
팀 내 동료들이 사상 최악의 몸값 삭감을 당한 것과 비교됐다. 정성훈은 2할9푼의 타율에 16홈런 76타점을 올려 약간의 인상 요인이 있긴 했지만 1억 원이 올라갈 만큼 성적이 좋은 건 아니었다.
이 같은 연봉 인상에는 FA를 앞둔 선수를 염두에 둔 구단 측의 계산이 깔려 있었다.
정성훈이 올 시즌 109경기 출전에 타율 2할7푼 3홈런 34타점으로 부진하자 히어로즈는 FA가 된 정성훈과 제대로 된 협상 한번 하지 않고 테이블을 접었다. 보상 선수 없이 최대 450%인 14억4000만 원의 보상금을 노렸다고도 볼 수 있다.
LG도 조바심을 낼 이유가 없었다. 김팀장은 정성훈의 보상금이 워낙 비싼 데다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아 다른 구단이 베팅을 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간파했다.
과거 현대 시절 인연도 있어 문제될 건 없다고 내다봤다. 김팀장은 현대에서 스카우트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젊은 투수들LG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과감한 FA 영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LG는 외부 FA 영입에서 참담할 정도의 실패를 맛봤던 기억이 있다. 해태 타이거즈 출신 FA 홍현우와 KIA 타이거즈 출신 FA 진필중이 대표적인 사례다.
LG는 2000년 4년 18억 원을 들여 홍현우를 데려왔다. 그 무렵 클러치히터로 이름을 날렸던 홍현우는 한 시즌 80~90개에 이르는 타점을 기대해 볼 만한 강타자였다.
그러나 LG에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 동안 홍현우가 기록한 타점은 63타점에 불과했다.
2003년 진필중도 4년 30억 원의 계약을 맺었지만 2004년 15세이브 이후 지난해까지 세이브를 추가하지 못했다. 상위권을 노리는 LG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이진영과 정성훈의 변함없는 활약이 있어야 한다.
LG는 이진영에 이어 정성훈이 합류하면 내야수 로베르토 페타지니(37)와 재계약을 포기할 수도 있다.
타선이 강화된 이상 외국인 투수를 한 명 더 뽑을 수 있다는 게 LG 구단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외국인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31)과의 재계약은 거의 확정적이다.
LG가 1990년대 중반의 명성을 되찾으려면 FA 이외에 젊은 투수들의 활약이 필요하다. LG 마운드는 젊은 투수들이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다.
올 시즌을 빛낸 정찬헌(18)과 이범준(19)은 LG가 얻은 최고의 수확이다. 정찬헌은 106⅓이닝, 이범준은 91⅔이닝을 던졌다. 186⅓이닝의 봉중근과 174이닝의 옥스프링에 이은 팀 내 3, 4위다.
내년에 두 선수 가운데 10승 투수가 나온다면 LG의 성적은 상위권을 향하고 있을 것이다.
6월 4일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이형종(19)과 고교 시절 시속 145km 이상의 직구를 뿌렸던 신인 3총사 한희(18), 최동환(18), 강지광(18)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