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쇼팽 '마주르카 5번'
폴란드의 부활절 다음 월요일에는 거리 전체가 거대한 물싸움터로 변하는 스미구스 딩구스(Śmigus-Dyngus),
일명 '젖은 월요일(Lany Poniedziałek)' 풍습이 있습니다.
봄의 만물 소생과 정화를 상징하는 물을 뿌리던 슬라브족의 고대 종교의식에서 유래했습니다.
본디 스미구스란, 버드나무 가지로 다리를 살짝 때리며 찬물을 뿌리는 정화 의식이었습니다.
또한 딩구스란, 물벼락을 피하기 위해 음식을 선물로 주며 협상을 벌이던 관습입니다.
966년 폴란드 대공 미에슈코 1세가 기독교를 수용하면서, 이는 부활절 세례의 정화 의미와 자연스럽게 결합되었습니다.
온 가족과 이웃, 길가는 행인에게까지 물을 뿌리며 봄의 시작을 축하하고 행운을 비는 폴란드의 대표적인 부활절 전통입니다.
의로운 왕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왕을 맞이하게 된 폴란드 왕국의 신민들은 모든 것이 예전같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이교도를 향한 여러 번의 성전에 참여해 사도좌의 총애를 얻고, 아들을 먼저 보내고도 묵묵히 다음 할 일을 찾는 것으로 슬픔을 대신한 자.
선왕이 지명한 적법한 후계자요, 윤기도는 갈색 머리칼과 발트해의 물결처럼 푸른 눈을 물려받은 20대의 젊은 국왕은,
박색인데다 같은 여인과의 사랑에 더 관심이 많은 왕비를 내팽개치고, 처녀, 유부녀, 과부를 가리지 않고 바람을 피워대는 난봉꾼이었습니다.
세간의 눈은 그에게 밀려 왕위에 오르지 못한, 선왕의 차남 포모제(포메랄리아) 공작 레셰크에게 쏠려 있습니다.
누가 보든 능력 면에서나 인격 면에서나 모든 것이 나음에도, 그는 한사코 피와 장미의 왕관을 쓰길 거부했습니다.
불온한 뒷말들이 바벨 성을 맴도는 중에도 왕의 숙부이자 충실한 친구인 그가 보낸 편지에는...
이러려고 양보했나 싶은 허탈함과, 정신 좀 차리라는 직언과, 그럼에도 흔들림 없는 신뢰가 엿보입니다.
"네 녀석이 막 돼먹은 놈인 건 맞지만, 우린 네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야 한다."
"달걀은 좀 그만 먹어라. 그렇게 살찌다간, 천국가려다 문 틈에 끼겠다."
참아야 하느니라... 저따위로 답장할 거면 차라리 말을 말지. 망하지 마라, 망할 놈아.
어서 왕비에게서 적법한 아들을 보지 못하면, 뒷말들은 곧 점점 커져서 반란을 획책하는 목소리로 바뀔 것입니다.
여성의 역할이 전통적인 관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폴란드 왕국에서는, 여성 통치자나 여성 후계자에게 페널티가 붙습니다. (봉신 의견 -10)
왕이 왕비에게서 기적에 가깝게 얻은 두 아이는 모두 딸이며, 나이도 어립니다.
희한한 것은, 그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바람을 피워도 애첩들 중 그 누구도 왕의 아이를 낳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달걀을 부딪히며 순진하게 깔깔거리던 아이들은 벌써 자라, 그들 또한 각자 아이를 둔 부모가 되었습니다.
왕의 고모이자 장공주가 된 엘레오노라와 알 아프달 사이에는 어린 외동딸이 있습니다. 그녀 또한 어머니의 이름을 물려받았습니다.
왕의 숙부인 포모제 공작 레셰크에게는 벌써 네 명의 자녀가 있습니다. 딸들인 안나, 도브라바, 살로메아, 막내이자 유일한 아들인 소 레셰크.
말이 좋아 공작이지, 실권은 그의 아내인 포모제의 도브라바에게 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왕위에 오르기를 바랐지만, 투표권이 없습니다...
어쨌거나, 내일 당장 왕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자리를 채울 것은 대폴란드 공작 오돈 2세입니다.
카지미에시 산도미에르스키가 38세에 갑작스레 사망한 1206년, 대폴란드 공작 오돈 1세도 그 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폐왕 미에슈코 3세의 장남이자 헝가리의 공주 에르제베트를 어머니로 둔 그는, 산도미에르스키와 함께 나란히 복자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자연히 복자의 아들인 오돈 2세 또한 세임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죠. 외교 22에 달하는 준수한 능력치는 덤. 폴란드 정계의 스타플레이어.
"꼭 직계만 왕 해먹으란 법 있나? 우리 가문원만 40명이 넘는다. 그 중에 제일 잘난 놈이 물려받는 게 짐의 정의다!"
"예, 일단 알겠구요... 십자군 간다고 해놓고 신앙심만 슈킹하신 얘긴 안 하십니까?"
"하인리히. 넌 왜 이교도랑 안 싸우고 여기서 얼쩡거리냐? 단장님 맞을래요?"
"로마와의 관계도가 바닥을 기는데, 대관식은 어떻게 할려고 그러십니까?"
"찍지 마. 찍지 말라고! 성질이 뻗쳐서 XX, 찍지 마!"
"문을 열어라."
"선왕비 마마..."
"천한 것... 여기가 어디라고, 썩 물러가지 못할까!"
왕의 아내에서, 이젠 왕의 의붓할머니가 된 엘레오노르는 여전히 사자같은 기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콘스탄치아 그단스카. 전 왕국 대원수 람베르트의 딸이자, 왕의 정부들 중에서도 가장 총애받는 자.
왕의 침소 문을 가로막고 선 그녀가 붉어진 얼굴과 흐트러진 옷매무새로 있는 꼴을 보니, 속이 터집니다.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고, 안에서 능글맞은 의붓손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옷 입을 시간은 좀 주시죠. 저 아이도 부끄러워하잖습니까?"
"문을 부수기 전에 나오십시오."
"아이고, 잉글랜드식 훈육 한번 살벌하네... 손님을 내치겠다고는 안 했습니다."
그단스카가 물러가자, 안에서 문이 열립니다.
"이제야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렸다구요? 밤낮으로 주색에 파묻혀 사시는 폐하께서, 이 늙은이를?"
"제게 불같이 화내실 만큼 건강해 보이시니, 마음이 놓이는군요."
"내가 이 꼴을 보려고 지금까지 견뎌낸 줄 아십니까!"
이 세계에서 보통 젊은 나이에 매독이 발병하면, 장수는 고사하고 필연적으로 광증(Lunatic)이 찾아오게 됩니다.
선왕 앞에 부끄러울 행동을 한 적이 없는 그녀가 어째서 사창가의 괴질을 얻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더욱 알 수 없는 일은, 그녀가 30여년 동안 폴란드의 국모로 있으면서도 정신줄을 놓은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폴란드 왕가를 지켜온 의사들, 저 핀란드인 리쿠나 루스인 마트페이, 마자르인 에메리크마저도 입을 모아 말했죠.
'불운 후에 찾아온 기적이라고밖엔... 사람의 길은 하느님만이 아십니다.'
"저도 더는 견디기 힘듭니다. 이미 돌아가신 조부님께도 영혼까지 털리도록 실컷 혼났는데 말이죠."
문제아, 방탕아, 또라이, 모질이. 난 저 말이 좋아. 사실이니까.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도 좋으니, 내일부터는 방탕한 습관을 버리겠다고 한 마디만 해주십시오."
그게 단칼에 가능했으면, 망해가는 나라 몇 개를 구할 수 있을까. 일단 아랫동네부터...
"그건 무리지요. 제게 내일부터 쿠만족이 되라고 하시는 것과 같은 얘깁니다. 아, 명예 마자르인 정도면 또 모를까..."
제발, 더 화내고, 더 크게 야단쳐 주십시오. 내가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그 길이 맞는 길인지.
"즐거우십니까?"
시원하게 날아와 꽂히는 찬물세례. 오늘은 월요일이었습니다.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다고 후회 마시고, 지금 당장 할 일을 찾으시란 말입니다."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아무도 당신이 위대한 자가 되리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물론 나도 잘 압니다. 내가 위대하지 않다는 것을.
"비탈길로 들어선 수레는, 멈추고 싶어도 멈추지 못합니다."
그 거대한 힘을 어느 방향으로 틀어야 할지도 말해 주십시오.
"작은 것부터, 단 한 발짝이라도 좋습니다. 시작하십시오."
너는 유혹을 따라 썩어가는 옛 사람을 버리고...
"남과 스스로를 비교하지 마십시오. 그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오직 정의와 진실로 지음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
"저만 이 꼴이 되는 건 불공평한데요. 밖으로 나가시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누구라도 흠뻑 젖어야 할 날입니다."
내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부터 시작해야겠군요. 그단스카에게는 좀 많이 미안하지만.
"보기만 해도 화가 치미는 제 얼굴 말고, 어린 공주들의 재롱이 더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아니, 어쩌면 그녀에게 영원히 미안해해야 할지도.
"제 몸을 돌보고, 집안을 정돈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을 편안하게 한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
동쪽의 용을 섬기는 자들이 부르짖는 격언이, 내게도 바른 길을 가르쳐 줄지.
까짓거 한번 해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