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혼자 앉아 일을 하는데 윤민수 우체국장이 올라와 점심을 먹으러 가잔다.
박철수와 함께 그의 전기차를 타고 벌교에 가 아구찜에 점심을 먹는다.
윤은 술을 않고 박은 소주를 찾는다.
난 어제 마신 야관문주가 속을 불편하게 하는지 소주가 안 당긴다.
운전 핑계대며 입에만 대는데 박은 모자라다며 한병 더 시킨다.
윤의 아픈 이야기와 노사모며 법정우체국연합회장이 된 이야기 등을 흥미롭게 듣는다.
경제 공부를 열심히 하여 주식으로 돈도 모으니 정치 생각이 다시 나기도 했다 한다.
선배인 내가 밥값을 내면 편하겠는데 그냥 고맙다고 한다.
이야기 들어준 값이라고 하자???
사무실에 앉아 여전히 내가 결정하지 못하고 많은 부분을 병섭 형한테 떠넘기고
5시에 맞춰 보성으로 간다.
바보는 여전히 바쁘다. 그래도 시간 맞춰 나온다.
해가 많이 길어져 밥을 천천히 먹자하고 국도를 지나 순천 시내를 지나 광양으로 가는데
길이 막힌다. 바보는 외곽의 편한 길을 두고 왜 도느냐고 한다.
시내에서 몇 구누데 헤맨다.
내가 알아 둔 주꾸미삼겹살 집은 일을 안한다.
돌고 돌아 원룸촌과 아파트가 선 서령길로 가 주꾸미차돌박이볶을 주문한다.
바보는 같이 마시고 대리불러 가자는데 대리부를 거리가 아니라며 안 마신다.
실은 여전히 속이 불편하다.
어둠 속을 달려 포스코백운산수련관에 들어간다.
4층짜리 숙소는 두 동인데 방으로 들어가니 군대 내무반 같다.
통로 양쪽으로 침상이다.
박태준이라는 이가 직원들을 군대식으로 훈련시키려 한 것인지도 모른다.
양쪽이 너른 침상에 하나는 비워두고 둘이서 이불을 두층으로 깔고 배게도 두개를 붙인다.
술을 마시지 않고 둘이 텔리비전을 쳐다보다 잔다.
5시 50분에 알람을 해 두었는데 그 전에 일어난다.
옷을 입고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바보가 불을 켜란다.
손잡이 랜턴을 들고 나와 2동가는 복도 앞의 안내판을 보니 수련원 둘레길 사이에
노랭이봉 억불봉 등산로가 있다.
어둠 속을 부지런히 오른다. 완만한 길에 길도 또렷하다.
겨울나무 사이가 점차 밝아진다. 35분쯤 지났을까, 노랭이봉 삼거리다.
억불봉 삼거리까지 700m, 또 거기서 억불봉까지가 700m다.
7시 15분 일출시각까지 마음이 바쁘다.
건너 어둑한 억불봉을 배경으로 사각형 두개의 조형물 위에 글씨가 씌여 있다.
삼거리에서 억불봉 가는 길은 봉우리가 여러번이다.
꽤 오랜 전 풀꽃산악회와 백운산 정상을 지나 올라본 적이 있었는데
그 떄도 지쳤는지 가파른 길이 힘든 기억이 있다.
봉우리에서 지리산 주능의 조망이 열린다. 왼쪽으로 백운 상봉과 따리 도솔봉이 보인다.
7시 15분이 다 되어 억불봉 정상석에 이른다.
나무 사이 정상석을 보기만 하고 앞쪽의 업진봉 안내판이 선 난간으로 간다.
나무에 가려 구름 속의 해가 안 보일까 다시 되돌아 건너의 바위로 간다.
해는 구름 사이에 가려 빛나다가 다시 들어간다.
8시 반에 아침을 먹기로 한지라 부지런히 달리 듯 내려간다.
그러면서도 지리산과 백운산 능선을 보고본다.
숙소로 돌아오니 8시 10분을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