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천도 수야방도
신종 코로나로 학교 졸업식 풍속도 바꾸어 놓았다. 졸업이면 학부모가 교정은 물론 식장으로 들어 자녀 졸업을 지켜보기 예사였다. 요즘은 성장한 손주를 축하하려고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학교로 찾아왔다. 그런데 올해는 어느 학교에서나 강당이 아닌 교실에서 방송 모니터로 졸업식을 진행하고 학부모는 실내로 들지 못하고 운동장에서 대기하다 식을 마친 자녀들과 총총 떠났다.
목요일 오전 졸업식이 끝나고 부서별로 횟집에서 점심자리를 가졌다. 친목회에서 근무지를 바꾸는 동료들과 송별 회식을 갖고자 남겨둔 경비를 각 부별로 나누어 그걸 쓰는 자리였다. 오후 발표된 공립학교 교원 정기 전보는 몇몇 동료들이 이웃 학교로 옮겨가고 그 수만큼 새로 채워졌다. 내가 속한 교무부에선 인품과 능력을 갖춘 부장이 교감으로 승진이 후일로 미루어져 아쉬웠다.
부원들과 점심을 먹은 식당은 하청 면소재지에서 가까운 앵산횟집이었다. 칠천도와 마주한 칠천량 연안이다. 진동만에 속한 칠천도이고 칠천량이다. 앵산은 연초면과 하청면의 경계를 이루는 해안에 덩그렇게 솟아 거제에서 알려진 산이다. 앵산횟집과 인연은 지난해 봄 부임해 첫 인사를 나누고 교무부 부원들과 저녁 식사를 들었던 곳이었다. 자연산 회가 나오는 깔끔한 식당이었다.
점심 식후 와실로 들었다가 다시 밖으로 나갔다. 날씨가 차갑진 했지만 실내 머물기는 시간이 아까웠다. 아침에는 날씨가 쌀쌀했지만 오후가 되자 조금 누그러졌다. 연사정류소에서 칠천도로 가는 35번 버스를 탔다. 하루 예닐곱 차례 연초와 하청을 거쳐 칠천도를 일주해 고현으로 나가는 버스였다. 정월 대보름이 모레라 재래시장을 보거나 목욕을 하고 돌아가는 노인들이 다수였다.
나는 그동안 칠천도에 여러 차례 들어갔다. 다리가 끝난 장안포구에도 들렸고 옥계의 칠천량 해전기념관에도 찾아가 봤다. 황덕도에도 건너가 봤고 그 곁의 무인도인 수야방도에서 낙조를 감상하기도 했다. 아까 점심을 먹었던 하청을 지나 실전삼거리에서 연도교 칠천도가리를 건너 시계방향으로 돌아갔다. 옥계를 지나 보건진료소와 출장소에 이어 금곡마을에는 초등학교가 나왔다.
대곡에서는 황덕도로 건너가는 다리가 보였다. 대곡고개를 넘어 송포마을을 지나 송포부두에서 내렸다. 전에 두 번 찾았던 수야방도로 다시 건너가 보기 위해서였다. 송포부두는 최근 확장공사가 마무리되어 있었다. 송포부두는 진해만에 가까워 저만치 진해 시가지와 그 뒤를 에워싼 안민고개와 시루봉이 아스라이 드러났다. 부두에서 연안을 따라 독립가옥이 있는 데까지 나갔다.
연안의 독립가옥에서 수야방도로 건너는 아치형 다리는 그림같이 예뻤다. 썰물이면 발목이 잠길 만큼 바닷길이 드러나는 무인도에 탐방로를 내면서 놓인 산책 전용 다리였다. 수야방교를 건너 산책로 따라 꼭대기 정자로 올라갔다. 동쪽은 진해 신항만이 보이고 서쪽 통영 광도와 용남으로는 해가 설핏 기우려는 즈음이었다. 저녁놀이 붉게 물들기에는 시간이 제법 지나야 될 듯했다.
낮은 산정 팔각정에서 전망대가 있는 연안으로 내려섰다. 진해만이 진동만으로 이어지는 내해가 드러났다. 고현 삼성조선소에서 건조된 대형 선박들이 진해만으로 빠져 대한해협으로 나가는 길목이기도 했다. 굴과 홍합과 미더덕 양식하는 바다 농장이다. 내가 사는 창원의 마산합포구 구산 일대가 빤히 보였다. 지난겨울 내가 찾아간 원전마을과 벌바위 둘레길의 천둥산도 보였다.
전번에 찾았을 때는 수야방도 전망대에서 고성 당동으로 넘어가던 낙조를 볼 수 있는 시각이었는데 이번은 때가 조금 일렀다. 해는 황덕도 위에서 사등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바다에도 해무리가 비쳤다. 송포에서 고현으로 나가는 버스 시간과 맞지 않아 낙조를 다 보질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무인도 산책로를 따라 수야방도를 건너 송포부두로 나가 고현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20.02.06